원색적인 단어로 소득주도성장 비난 나선 김 원내대표
극단적 선명성 경쟁 정치인 비토크라시 자제하고 데모크라시 해야

[스트레이트뉴스 김태현 선임기자] “반대중독에 걸린 야당의 행태를 풍자하는 블랙코미디 대본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비아냥으로 도배된 연설문 속에서 제1야당으로서의 품위와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민주당 박경미 원내대변인이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판한 발언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워킹’, ‘굿판’, ‘보이스피싱’ 등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가며 文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난했다. 문워킹은 文정부 경제정책으로 인해 한국경제가 거꾸로 가고 있음을 빗댄 단어이고, 보이스피싱은 소득주도성장이 국민을 현혹하고 있음을 빗댄 단어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2018.09.05)(자료:BBS화면 갈무리)
서울 여의도 국회 본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2018.09.05)(자료:BBS화면 갈무리)

민주당뿐 아니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김 원내대표의) 연설은 재미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감동이나 품격도 없어 아쉽다. 현실적인 대안도 부족했다”고 비난했다. 매년 32조를 투입해 출산장려금을 지급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세금 퍼주기, 포퓰리즘 운운하면서 비판만 하던 한국당이 한술 더 떠서 출산장려금을 2천만 원씩 지급하자고 한다. 제1야당이 똑같은 포퓰리즘 정당이 되어간다”며 꼬집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역시 지난 9년 정권에 대한 반성이 없었다는 점, 비판만 있을 뿐 대안이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비난 수위를 높였다.

2013년 10월경, 미국에서는 오바마 케어를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격렬하게 싸우는 통에 연방정부가 셧-다운할 지경이었다. 스탠퍼드대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워싱턴포스트 기고 글에서 ‘비토크라시(vetocracy)’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비토크라시는 ‘거부’라는 의미의 ‘비토(veto)’와 ‘데모크라시(democracy)’의 합성어로, 거부민주주의 또는 거부정치로 번역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부 정책 또는 입법에 제동을 거는 현상, 바로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이 말한 ‘반대중독’에 휘둘리는 민주주의를 말한다.

정당 정치가 양극화되어 중간지대가 사라지면 양당은 저마다 극단으로만 치닫는다. 여당은 야당을 무시하고, 야당은 도를 넘어서는 비판과 견제에 무감각해진다. 정쟁으로 국가의 기능이 떨어지고, 정치권 전체가 민주정치보다는 중우정치 쪽으로 기울게 된다.

타협의 자리에 진영논리를 동원한 선명성 경쟁만 남은 여의도가 딱 그런 꼴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대안 없는 반대’의 표상이자, 선명성에 치우친 비토크라시의 교과서다.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은 올바른 비판에서 나오고, 올바른 비판은 절제로부터 나온다.

‘세금몰빵경제’, ‘세금뺑소니정권’, ‘미친세금중독예산’과 같은 정제되지 못한 용어들은 아무리 갖다 써봐야 비판의 순기능을 갉아먹을 뿐이다. 그보다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공론화에 나서는 것이 한국당에는 더 이익이다. 비토크라시 아닌 데모크라시를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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