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9일 평양에서 열린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이 끝난 후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올려 보이며 북중 우호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9일 평양에서 열린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이 끝난 후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올려 보이며 북중 우호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강인호기자] 북한이 9일 정권수립(9·9절) 70주년을 열병식과 집단체조 및 예술공연으로 자축했다.

다만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대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연설을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원하지 않는 등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국면을 염두에 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녹화중계도 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9·9절 경축 열병식을 열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열병식에는 1만2000명 이상의 인원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8일의 인민군 창군 70주년 경축 열병식 때보다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주석단에는 김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당·정·군 주요 간부들뿐만 아니라 9·9절 경축 사절단으로 북한을 방문한 해외 주요 인사들도 참석했다.

특히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문한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옆에 자리해 관심을 모았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이 끝날 때쯤 리 위원장을 손을 맞잡고 번쩍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 모습은 북한 김 위원장이 중국과의 우호 ·친선 관계를 과시했다는 평가와 함께 현지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해졌다.  

북한은 이날 열병식에 ICBM을 등장시키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지난 2월까지 총 6차례의 열병식을 개최하며 핵 무력 고도화를 과시해왔다. 남북 간 대화 국면이 조성된 지난 2월에도 ICBM 화성-15형과 ICBM급 화성-14형을 동원하며 핵 무력을 과시했다.

대신 신형 대전차 로켓과 신형 152㎜ 자주포, 지대공 미사일 KN-06, 300㎜ 방사포 KN-09 등 재래식 무기로만 구성됐다. 아울러 사륜구동 소형 장갑차의 상단 부분을 방패 모양 덮개로 가린 신형 대전차 로켓으로 추정되는 무기가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북한은 이번 9·9절 경축 열병식을 계기로 남북 정상 간 4·27 판문점선언과 북미 정상 간 6·12 공동선언의 핵심인 비핵화 이행 의지를 거듭 강조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역지사지의 자세로 협상 상대방, 미국을 배려하는 자신감도 깔렸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기조는 이날 열병식 생중계뿐만 아니라 녹화중계까지 하지 않는 것으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태양절(4월15일) 경축 열병식까지 생중계를 하다가, 지난 2월 열병식 때 처음으로 녹화중계를 했다. 그랬다가 이번에는 아예 녹화중계조차 하지 않았다. 노출을 줄임으로써 '도발'로 비칠 여지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을 선보이겠다고 밝히고, 관광총국을 통해 관광객을 모집해왔다. 9·9절을 계기로 방문한 해외 취재진들도 이날 5년 만에 재개되는 집단체조 공연을 취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다만 이날 집단체조 관련 보도도 하지 않았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ICBM 없이 열병식을 개최한데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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