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뉴스 김현진기자] 한국 경제의 위기 신호가 여러 분야에서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결국 정부도 이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는 12일 한국 경제가 회복 흐름을 타고 있다는 그간의 분석을 철회하고 위험 요인을 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기재부는 이날 발표한 '10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투자·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 갈등 심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린북에서 회복이라는 표현이 삭제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기재부는 우리 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 '경기 전반'의 회복세가 아닌 수출 지표에 한정했다.

기재부는 표현 수정의 배경에 대해 투자, 고용 등 대내적 요인과 함께 통상 마찰, 국제유가 등 대외적 요인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9월 취업자 수 증가 폭(4만5000명)이 반등했지만, 고용 시장은 여전히 좋지 못한 상황이다. 1만명에 미치지 못했던 지난 7~8월을 제외하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식료품 등 일부 업종에서의 명절 효과와 폭염 해소 등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용률(61.2%)은 8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으며 실업률(3.6%)은 9월 기준 2005년 이후 가장 높다. 실업 인구는 9개월째 100만명을 넘어섰다.

투자 역시 고용과 함께 부진한 지표로 명시됐다. 기재부는 지난달에도 투자 부진과 함께 반등 가능성은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기계류에서의 투자 감소로 8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4% 줄었고 건설투자도 공사 실적 감소로 1.3%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의 수입 증가로 9월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건설투자는 수주 및 건축허가면적이 지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예측돼 부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세계 경제는 전반적인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미·중 무역 갈등이 당초 예상보다 심화, 장기화하면서 불안 요인은 상존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정학 이슈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미국이 오는 12월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이러한 진단은 최근 대내외 연구 기관들이 줄지어 내놓은 전망과 궤를 같이한다. 내수 경기의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투자 및 고용 부진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앞서 진단했다. KDI는 소비 개선 흐름이 완만한 수준에 그친다며 소비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본 기재부와 입장을 달리했다.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 민간 연구기관들도 내년 경제 성장률은 2%대로 전망하며 경기의 수축 가능성을 우려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등 해외 기관들도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한 상태다. 

기재부는 진단에서 '회복'이라는 표현을 뺀 것이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현재 상황에서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경기 국면이 전환한 것은 아니며 지표 흐름에 따라 당장 다음달에도 회복 흐름이 발견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의 이번 진단이 여전히 안이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기 하강 징후가 일찌감치 드러났음에도 지난 1년간 회복 흐름을 보여 왔다는 평가를 내놓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고용 지표가 추락하고 있는 만큼 노동 시장 관련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기업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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