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EU 벌과금에 특허사용료로 맞대응
美언론 "구글 시장지배는 굳건할 것"

[스트레이트뉴스=김정은기자] 구글이 유럽에서 구글앱과 크롬을 탑재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를 대상으로 별도의 라이센스 비용을 받기로 결정했다. 해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구글이 유럽 단말 제조사에 부과할 비용은 단말기 1대당 최대 40달러가 될 전망이다.

이달 29일부터 제조사들은 유럽연합 28개국에서 출시되는 단말에 웹브라우저 크롬과 구글검색 등을 탑재할 경우 구글 측에 수수료를 지급해야한다. 안드로이드 OS는 기존과 동일하게 오픈소스로 무료 제공된다.

이번 결정은 유럽연합(EU)이 지난 7월 구글 반독점 규정 위반에 대해 43억 4천만 유로(5조6천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 것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CNBC는 23일(현지시간) 이미 커질 대로 커진 구글을 제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많은 업체들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결국 구글 모바일 앱을 탑재한 단말을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라이센스 비용, 국가와 단말 유형에 따라 달라

IT전문매체 더버지(The Verge)에 따르면 구글이 유럽에서 새롭게 시작할 유료 라이센스 계약 비용은 국가와 단말 종류에 따라 다르다.

구글은 유럽경제지역(EEA)을 3단계로 구분해 각각의 라이센스 비용을 정했는데, 가장 높은 수수료가 부과되는 지역은 영국, 스웨덴, 독일, 노르웨이, 네덜란드다. 이들 국가에서는 장치당 구글 모바일 서비스 앱 번들 라이센스 비용이 ▲디스플레이 해상도 500ppi 이상은 40달러 ▲400~500ppi 20달러 ▲400ppi 미만 10달러로 책정됐다. 

구글이 왜 디스플레이 해상도에 따라 차등을 두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픽셀 밀도가 높을수록 수수료가 높기 때문에 구글이 단말 가격 책정 기준을 해상도로 나누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더버지는 전했다. 태블릿 요금은 국가별 차등은 없으며 1대당 20달러가 상한이다.

격화되는 EU와 구글의 전쟁

앱 사용료는 유럽연합(EU)의 시정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은 구글플레이를 탑재하는 단말 제조업체에 자사 검색앱인 구글검색과 크롬도 함께 사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EU는 지난 7월 구글에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반독점 벌과금을 부과하며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의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단말에 자사 검색 및 앱 다운로드 엔진의 설치를 사실상 의무화하고 타 검색 서비스를 탑재하지 않도록 비용을 지불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밝혔다. 또 이 행위가 구글 검색 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를 우위에 있도록 해 경쟁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구글은 최근 유럽경제지역(EEA)에서 판매하는 자사 제품의 응용앱을 탑재하는 스마트폰 및 태블릿 대상의 앱 사용료 무상 제공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구글 플랫폼·에코시스템 담당 부사장 히로시 로크하이머는 "그동안 우리는 안드로이드 무료 배포를 위해 구글검색과 크롬 등을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에 미리 설치해줬다"면서 "하지만 새로운 유로존 규칙에 응해 유럽경제지역에는 특허권 사용료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모바일 기기 제조사들은 구글 검색 앱·크롬 브라우저와 타사 애플리케이션을 선탑재할 수 있다"며 "안드로이드 파트너사들은 안드로이드 변형 버전인 포크 스마트폰·태블릿도 개발할 수 있다. 이러한 계약 정책 변경 사항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EU 측은 구글 발표와 관련해 "앞으로 반독점 규정 준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사실 EU는 구글의 앱 유료화 정책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 구글검색과 크롬의 번들을 금지했을 뿐이다. 하지만 구글은 회사의 수입원인 두 응용 프로그램을 탑재하지 않은 단말에 다른 응용 프로그램을 무상 제공할 수는 없다며 유럽 한정의 유료 모델을 마련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그럼에도 구글"인 이유는?

이 같은 변화된 상황 속에서도 제조사가 여전히 구글 응용 프로그램을 탑재하고 싶어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구글이 제조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다. 현재 구글은 단말 제조사 등 협력업체에 트래픽 유입 비용(TAC)이라는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유저가 검색할 때 발생하는 구글의 광고 수입 일부를 협력 업체와 분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라이센스 계약에는 새로운 조건이 붙었다. 향후 TAC 지급은 크롬을 선탑재하고 이를 홈스크린에 배치한 경우로 한정된다.

제조사가 구글 제품의 응용앱을 탑재하려는 또 하나의 이유는 구글플레이다. 제조사들은 구글의 모바일 생태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구글이 선사하는 편리한 유저환경, 수많은 응용 프로그램을 모은 앱스토어는 지금의 안드로이드 단말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EU가 구글을 상대로 섣부른 규제에 나섰다가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 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무려 85.9%에 달한다. 구글이 모바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야말로 막강하다. 결국 많은 제조사들은 구글이 무엇을 요구하든 라이센스 계약을 맺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