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캐나다 추진 최첨단 기술 도시 '스마트시티' 시작부터 난항
개인 특정 가능 데이터 활용 문제로 위원회 전문가 연이어 사임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논란 속 구글 도전에 우려의 시선 많아

[스트레이트뉴스=김정은기자] 디지털 세계를 장악한 구글이 자사의 모든 첨단 기술을 실제 세상에 구현하려는 야심찬 계획 ‘스마트시티’의 여정이 그 시작부터 험난하다. 

2020년 착공 예정인 스마트시티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산하의 도시개발 연구 자회사 '사이드워크랩스(Sidewalk Labs)'와 캐나다 정부의 공동사업으로 토론토 다운타운 지역 남동쪽에 위치한 온타리오 호반지구에 미래형 도시를 구축할 계획이다.    

사이드워크랩스 사업제안서를 살펴보면 스마트시티에는 센서를 이용한 도로 혼잡 상황 파악·관리 시스템이 구축되고 자율주행 기술이 도입된다. 또 친환경적인 도시설계와 오염과 교통체증, 매립 쓰레기 감축 등의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 셔틀 운송수단 운행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교통 체계 ▲광대역 고성능 통신망을 통한 환경 데이터 수집(기온, 대기오염, 소음) ▲난방이 되는 자전거 통행로 ▲도시 지하 터널을 통한 로봇 화물 수송 환경 등을 갖출 예정이다. 스마트시티가 완성되면 온실가스 배출량 73%, 식수 소비량 65%, 매립 폐기물 발생량 90% 정도가 감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첫 삽을 뜬 셈이 이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건물 곳곳을 비롯해 공원 벤치와 쓰레기통까지 소음과 대기오염 수준 등 온갖 감시를 위한 센서를 설치해야하기 때문에 개발 과정에서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논란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2017년에 토론토 도시계획 파트너로 선정된 사이드워크랩스는 이미 '사이드워크 토론토(Sidewalk Toronto)' 사업에 착수했으며 몇 년 내에는 토론토 남동부 해안 지역 중 일부인 키사이드(Quayside)를 새로운 최첨단 IT 단지로 조성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시티 계획에서 사이드워크랩스가 제안하는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둘러싸고 위원회의 전문가가 연이어 사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실 토론토는 사이드워크랩스의 도시계획 참여 전부터 해당 지역을 개발할 예정이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정보 및 프라이버시 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앤 카부키안(Ann Cavoukian)'은 1990년대 중반에 엔지니어링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개인정보보호를 고려한 '설계기반 프라이버시(Privacy by Design: PBD)'를 제창했고 이에 맞춰 도시개발도 추진돼 왔다. 토론토 스마트시티 계획의 핵심인물이라 할 수 있는 카부키안은 지난 10월 19일 위원회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사이드워크랩스와의 미팅에서 "사이드워크랩스와 관련된 여타 기관도 해당 프로젝트에서 수집된 개인식별이 가능한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더 이상 해당 프로젝트의 계획을 지지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카부키안 외에도 많은 전문가들과 토론토 시민들이 광고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구글이 그리는 미래도시 계획하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이드워크랩스는 토론토 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철과 콘크리트 대신 목재를 사용한 주택건축, 자율주행차를 위한 새로운 도로 건설, 에너지 사용 목적의 데이터 수집센서, 교통량 및 소음 모니터링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10월에는 최근의 논란을 의식한 듯 데이터 사용을 위한 새로운 모델도 제안했다. 핵심은 "키사이드의 물리적 환경에서 수집된 정보를 소유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으며 도시데이터는 독립된 데이터신탁회사가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사이드워크랩스 및 여타 회사가 시민을 추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해당 영향을 평가하고 책임을 지기 위한 서류를 신탁회사에 제출해야한다. 제출된 데이터는 공개되고 자체 인증/승인을 거치거나 전문가가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카부키안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면 개인정보의 중앙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수 있다. 누가 이것을 제어하는가? 본인 동의 없이 사용된 데이터는 해킹과 무단 접속 위험에 노출된다. 기존 암호시스템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토론토 시민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위원회를 그만둔 이후에도 토론토 정부기관을 상대로 개인정보를 익명화하도록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

10월 초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그만둔 또 다른 전문가인 사디아 무자파르(Saadia Muzaffar)는 "워터 프론트 토론토가 사회적 신임과 소셜라이센스와 관련해 리더십이 전혀 없고 무관심했다"며 "자문위원회는 데이터 악용을 우려하는 시민을 경시했다"고 언급했다.

스마트시티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서는 대량의 데이터 수집이 필수적인 만큼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불안요소를 극복하고 구글이 자신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똑똑한 도시(Smart City)’의 선점 효과를 무사히 가져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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