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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후폭풍] 테리사 메이, 북아일랜드 관세 국경에 휘청
[브렉시트 후폭풍] 테리사 메이, 북아일랜드 관세 국경에 휘청
  • 김태현 선임기자 (bizlink@hanmail.net)
  • 승인 2018.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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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치권 강타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안 초안’
내각 동의 확보했으나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에 발목 잡혀
제3의 방안으로 국경 문제 사실상 유예하면서 혼란 가중
반발 심한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와 反유럽연구단체
노동당, 자유민주당, 스코틀랜드국민당 등 야당도 반대
메이 총리, 불신임 투표 및 의회 부결 맞닥뜨릴 수 있어
합의안 부결 시 제2국민투표(People's Vote) 가능성↑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를 둘러싸고 영국 정치권이 발칵 뒤집어졌다. 테리사 메이(Theresa May) 영국 총리와 유럽연합(EU)이 합의한 ‘브렉시트 협상안 초안’의 후폭풍이 영국 정가를 강타해서다.

2016년 6월 23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1,740만 명의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이후 ‘벼랑 끝 전술’까지 동원해가며 길고 지루한 협상을 펼쳤던 영국과 유럽연합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마침내 ‘이혼 협상안 초안’, 공식적인 용어로는 ‘탈퇴합의문(Withdrawal Agreement)’ 초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14일 테리사 메이 총리가 5시간이 넘는 마라톤회의 끝에 내각의 동의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는 물론, 당내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러피언 리서치 그룹(ERG)’에 이어 야당인 노동당까지 합의안에 반대하면서 영국 정치권 전체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총리직까지 흔들릴 지경이다.

브렉시트 합의안 초안에 대해 내각 동의를 확보한 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2018.11.14)(자료:AFP by Tolga AKMEN) ⓒ스트레이트뉴스
브렉시트 합의안 초안에 대해 내각 동의를 확보한 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2018.11.14)(자료:AFP by Tolga AKMEN) ⓒ스트레이트뉴스

지난 13일과 14일에 어떤 상황이 벌어졌고, 현재 상황은 어떤지, 향후 브렉시트는 어디로 향할지 정리했다.

탈퇴합의문 초안 중 문제가 된 사안

13일 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장관들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로 불러 모았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합의안 초안에 대해 장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튿날인 14일 오후 2시에 열린 긴급각료회의에서, 메이 총리는 내각의 동의를 확보하며 첫 번째 관문을 넘었다. 그는 회의 이후 총리 관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의회가 합의안에 찬성하든지, 찬성할 수 없다면 합의 없이(no deal) 유럽연합을 탈퇴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브렉시트 자체를 아예 하지 않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기자회견 직후 정치권이 요동쳤다. 합의안에는 유럽에 사는 영국인들의 권리 문제,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의 국경 문제(Hard border) 등 다양한 사안들이 포함됐는데, 이중 최대 쟁점인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Hard border)에 대한 합의가 거센 반발에 부딪쳐서다.

북아일랜드가 문제가 된 이유

과거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같은 공동체였다. 그런데 영국이 1921년에 북아일랜드를 영국령으로 남겨놓고 아일랜드만 독립시키면서 통합을 원하는 주민들과 영국 잔류를 원하는 주민들 간에 싸움이 시작됐고, 1998년 벨파스트평화협정이 채결될 때까지 폭력과 테러는 일상이 됐다.

벨파스트평화협정 이후 양측이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세워졌던 500km에 이르는 장벽은 무용지물이 됐다. 현재 하루 3만여 명이 무의미해진 국경을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의 핵심 쟁점인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국경(Hard border)(자료:aljazeera)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브렉시트(Brexit)의 핵심 쟁점인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국경(Hard border)(자료:aljazeera)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그런데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유럽연합 회원국인 아일랜드 사이에 관세를 매기기 위한 국경이 다시 설치돼야 한다. 영국으로서는 사실상 하나의 공동체인 두 지역이 ‘재분단’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브렉시트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유럽연합은 북아일랜드를 유럽연합의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것이 국경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아일랜드해(Irish Sea)가 중간에 있지만 영국과 북아일랜드는 엄연히 한 나라인데, 북아일랜드를 유럽연합의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것은 한 국가 내에 국경을 두자는 것과 같다”며 반대해왔다.

메이 총리는 그 대신 영국 전체를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영국이 언제든 일방적으로 관세동맹을 탈퇴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이 문제와 관련, 일부 공개된 초안 내용에 따르면, 영국과 유럽연합은 제3의 방안을 합의안에 명시함으로써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를 사실상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제3의 방안이란, 북아일랜드를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되, 영국과 유럽연합이 최종 협상에 실패한 채 갈라선다면 관세동맹에 잔류한 북아일랜드와 관세동맹을 탈퇴한 영국 사이에 국경이 강화될 수밖에 없어 왕래마저 어려워질 것이므로, 전환 기간 종료(2020년 12월) 6개월 전에 무역협정을 가져서 최종 협상 없이 갈라서는 최악의 경우를 피하자는 것이다.

합의안 반대, 누가 왜 하나?

보수당 내에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모임은 브렉시트 강경파와 유러피언 리서치 그룹(ERG, European Research Group)이 있다.

총리 관저에서 합의안을 살펴본 후, 안드레아 리드섬 에너지기후변화부 장관, 리암 폭스 국제통상부 장관, 페니 모던 국제개발부 장관 등 브렉시트 강경파 장관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도미니크 랍 브렉시트부 장관과 에스더 맥베이 노동연금부 장관은 강력 성토하며 사퇴해 버렸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 초안에 반발해 사퇴한 도미니크 랍(Dominic Raab) 브렉시트부 장관(자료:blogo) ⓒ스트레이트뉴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 초안에 반발해 사퇴한 도미니크 랍(Dominic Raab) 브렉시트부 장관(자료:blogo) ⓒ스트레이트뉴스

브렉시트 강경파 진영은 “합의안이 영국을 유럽연합의 속국으로 만들 것”이라며 총리 불신임을 추진 중인데, 현재 공개적으로 불신임 서한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힌 의원은 25명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당 의원 10명이 가입해 있는 反유럽연구단체 ‘유러피언 리서치 그룹(ERG)’도 “이번 합의문은 영국의 절반을 유럽연합에, 다른 절반은 유럽연합 밖에 두는 것”이라며 “영국 법이 해외에서 만들어지고, 영국은 그런 상황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속국 상태가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특히 이 단체 회장인 제이콥 리스 모그 의원은 합의안이 영국의 통합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총리 불신임 서한까지 제출했다.

야당인 노동당 역시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스카이뉴스에 출연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노동당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지지할 수 없다”며 “합의안의 표현이 대부분 애매하고, 환경보호나 소비자 보호에 대한 것은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유럽연합과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 북아일랜드의 민주연합당(DUP)도 부정적이다. 민주연합당의 나이젤 도즈 부대표는 “우리 법률이 우리 의회나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가 아니라 유럽연합의 브뤼셀에서 만들어지는 데 반대한다”며 북아일랜드를 영국과 다르게 취급하는 안에 찬성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또한 잔류파(Remainers)로 불리는 親유럽연합 성향 자유민주당(LibDem)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역시 경제에 미칠 타격 등을 우려하며 유럽연합 탈퇴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 확실시된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입장

“선택지는 확실하다. 1,740만 명이 선택한 국민투표 결과를 반영하고 재정과 법률과 국경에 대한 우리의 통제권을 되찾고, 국경 간 자유로운 이동을 끝내고, 일자리와 안보와 우리의 연합을 보호하는 이번 합의안을 택할 것인지, 합의 없이 탈퇴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브렉시트를 아예 하지 않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기자회견에서 메이 총리가 한 이 발언은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들을 향해 “의회 비준이 무산될 경우 브렉시트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며 경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표 단속에 나선 셈이다.

스카이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64%의 영국인들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을 잘 못할 것이라고 믿은 반면, 잘 할 것이라고 믿는 영국인은 22%에 불과했다.(2018.07.11)(자료:스카이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스카이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64%의 영국인들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을 잘 못할 것이라고 믿은 반면, 잘 할 것이라고 믿는 영국인은 22%에 불과했다.(2018.07.11)(자료:스카이뉴스) ⓒ스트레이트뉴스

합의안의 운명을 결정지을 하원 투표가 다음 달 크리스마스 이전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메이 총리는 사퇴한 브렉시트부 장관에 은행가 출신인 스티븐 바클레이 의원을, 노동연금부 장관에 측근인 엠버 루드 의원을 임명하면서 합의안 강행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스카이뉴스 인터뷰와 더선紙 기고문 등을 통해 “협상 테이블에 다른 대안은 없고 합의안이 영국의 뜻에 부합하는 결과물”이라면서 의회가 이번 합의안을 부결시킬 경우 더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총리 불신임과 합의안 부결, 가능성은?

보수당 내 하원 의원 315명 중 15%인 48명 이상이 ‘1922위원회(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에 당대표 불신임 서한을 제출하면 불신임 투표가 열린다. 메이 총리는 투표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총리 불신임을 바라는 의원이 48명에 근접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고 있는 만큼, 불신임 투표가 열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메이 총리 사임에 대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데이비드 데이비스 전 브렉시트부 장관과 도미니크 랍 전 브렉시트부 장관,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 등이 당권 도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보수당이 민주연합당의 도움으로 간신히 하원 다수당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도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부결될 수 있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메이 총리가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를 향해 경고하고 나선 이유다.

지역별 브렉시트 투표 결과. 당시 북아일랜드는 EU 잔류를 택했다.(2016.06.23)(자료:The Electoral Commission) ⓒ스트레이트뉴스
지역별 브렉시트 투표 결과. 당시 북아일랜드는 EU 잔류를 택했다.(2016.06.23)(자료:The Electoral Commission) ⓒ스트레이트뉴스

합의안 표결 이후에는 어떻게 되나?

브렉시트 공식 개시일은 2019년 3월 29일로 잡혀 있다. 하원이 합의안을 부결시킬 경우, 영국은 어떤 합의나 딜(deal)도 없는 상태에서 유럽연합을 탈퇴해야 한다. 상당한 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브렉시트 자체를 계속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하지 않을 것인지를 두고 2차 국민투표가 실시될 수도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국민투표 가능성에 대해 “미래에 가능할 수 있겠으나 지금 당장의 선택지는 아니다”고 전망했지만, 현재 상당수의 영국민들은 이 투표를 ‘시민의 투표(People's Vote)’라고 부르면서 실제 투표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모든 난관을 무사히 통과한다 해도, 유럽연합이 밟아야 할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합의안이 영국 의회의 비준을 받으면,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의 검토를 거쳐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특별정상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또한 유럽의회도 최종 합의안을 기다리고 있다.

첩첩산중인데다 내년 3월 29일까지는 남은 시간도 얼마 없다. 브렉시트의 향배를 점치기는커녕 영국 정치권의 한 달 앞도 내다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bizlink@straigh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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