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3일 오전 경기 수원 삼성전자 본사 중앙문에서 열린 故황유미 10주기, 삼성전자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故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62)씨가 영정사진을 든 채 눈을 감고 있는 모습.

[스트레이트뉴스 고우현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여성 근로자 황유미 씨가 지난 2007년 3월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촉발된 이른바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11년 만에 마침표를 찍은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반올림 중재판정이행합의 협약식'에서 공식사과 및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가 내놓은 중재안을 성실히 이행을 약속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합의한 피해 보상업무를 위탁할 제3의 기관,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500억원을 기탁할 기관, 향후 지원보상의 일정 등 구체적 계획도 밝혔다. 관련 절차가 최종 마무리 되면 늦어도 내년 초부터 2028년까지 피해자 개인별로 구체적인 지원보상 절차가 시작된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분쟁은 지난 2007년 기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故) 황유미씨 이후 사회 의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삼성과 반올림은 이날 조정위의 중재안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에 합의하기까지 총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삼성전자는 2012년 11월 반올림과 공식 대화를 요청했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었다. 2014년 12월 진보 성향의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정위가 공식 출범하면서 2015년 7월 조정안이 마련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1000억의 기금을 마련해 160명의 백혈병 피해자 가운데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40명을 제외한 120명에게 보상했다. 이에 반올림은 40명을 제외한 조정안에 반발, 2015년 10월 7일 천막농성을 벌였다.

11년 동안 분쟁을 계속해오던 양측은 올해 초부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기 시작했다. 올해 1월 조정위는 양측과 꾸준히 연락을 취하며 입장을 좁혀왔다. 이같은 노력으로 양측은 조정위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중재방식'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다.

삼성과 반올림은 그동안 당사자간 합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각계 전문가들이 모인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의 중재안을 수용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도출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단지 기흥캠퍼스 모습.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단지 기흥캠퍼스 모습.

중재안에 따라 삼성과 반올림은 지원보상위원회를 '법무법인 지평'에 설치하고 개별 피해자에 대한 보상액 산정에 들어간다. 위원회 위원은 각계 전문가, 변호사, 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김지형 조정위원장이 맡는다. 

지원보상위원회는 2~3주간 시간을 거쳐 사무국을 마련하고 다음달 초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이에 따라 보상은 이르면 연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1일 조정위는 보상범위와 금액 등을 조정한 중재안을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에 각각 전달했다. 

중재안에 따르면 1984년 5월17일 이후 1년 이상 반도체·LCD 라인에서 근무하다 질병을 얻은 임직원 전원이 보상 대상자다. 보상기간은 2028년 10월 31일까지로, 질병 범위는 암과 희귀질환, 유산 등 생식질환, 차세대(자녀) 질환 등이 인정됐다.

보상액은 백혈병이 최대 1억5000만원이며 피해자의 근무장소, 근속기간, 근무시작연도, 교대근무, 발병연령, 질병의 세부 중증도와 특이사항을 고려해 다르게 산정된다.

1984년 이후 1년 이상 사업장 내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전체 보상이 이뤄짐에 따라 피해자 수는 정확하게 추정이 어렵다는게 보편적인 예상이다. 30여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근무해온 퇴직자와 재직자 수만 해도 수십만명에 이르는 만큼 보상규모도 추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울러 지원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으나, 지원보상위원회에서 피해자마다 구체적인 기준 금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특히 이러한 불행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법과제도를 정비하는 후속조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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