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 가스중독 사고 사흘째인 지난 20일 부상을 입은 대성고 학생들이 강릉아산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후 병실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강릉 펜션 가스중독 사고 사흘째인 지난 20일 부상을 입은 대성고 학생들이 강릉아산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후 병실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고등학생 10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강릉 펜션 사고는 평소 간과해 온 법적·사회구조적 허점들이 결합하면서 발생한 참변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규정 허점과 현장 안전불감증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고, 대학수학능력시험 후 학생들의 학습 공백에 대응하는 프로그램 미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무심코 지나쳐 온 각종 '빈틈'이 아이들을 희생자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 원인으로는 일산화탄소 누출이 지목된다. 학생들이 쓰러친 채 발견된 지난 18일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이 간이 측정한 일산화탄소 농도는 155ppm이었다. 정상 농도(20ppm) 대비 7배 이상 높았다.

경찰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사망 학생 3명의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치사량(40%)을 훌쩍 넘은 48%·56%·63%으로 판독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방 안이 일산화탄소로 가득 찼지만 펜션에는 경보기가 없었다. 다른 숙박업소와 달리 농어촌민박의 경우 경보기 의무설치 대상 시설이 아니어서다. 

농어촌정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농어촌민박은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하면 소방안전 기준을 통과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같은 숙박시설인 호텔과 호스텔, 여관 등은 가스누출 경보기를 포함해 스프링클러, 누전경보기, 제연 설비, 피난유도등과 같은 소화·경보·피난·소화용수·소화활동설비를 시설 면적에 따라 갖춰야 한다. 이곳들은 공중위생관리법과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의 적용을 받아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농어촌민박사업 시행지침을 개정하면서 소방, 위생 등 각종 안전관리 내용을 강화하면서도 개정안에 가스경보기 관련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이번 참변을 계기로 시행치침을 다시 개정해 설치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결국 숙박업소 중 농어촌민박이, 안전 규정 중 가스경보기 내용이 각각 법망에서 빗겨나가면서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운영자들이 가스경보기 설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안일한 인식도 문제로 꼽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가스보일러(도시가스·LPG)로 인한 사고는 최근 5년간(2013~2017년) 총 23건이 발생했다. 사상자는 총 49명인데, 이중 화재 부상자 1명을 제외한 48명(98%·사망 14명·부상 34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상당수 가스보일러 사고가 일산화탄소로 인해 발생하는데도 '경보기를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거나 한다고 해도 외면하는 실정이다.

보일러 업계에 무자격 업체가 만연하다는 점도 안전불감증 중 하나로 거론된다. 

가스보일러는 누구나 대리점이나 온라인 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설치·시공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가스시설시공업을 등록한 자(면허보유자)가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사고가 난 펜션의 가스보일러를 설치한 업체는 시에 가스시설시공업 등록을 한 업체가 아니다. 경찰은 사고 가스보일러 설치 당시 기사도 무자격자인지를 수사하고 있다.

명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보일러 업계는 설치 무자격업체가 전국에 3~4만여 곳 정도가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경우 학생들이 다닌 서울 은평구 대성고 측과 교육부 등에 직접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학교에 개인체험학습을 떠난다고 신고를 했고 정상적 절차를 거친 승인에 부모 동의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단 큰 틀에서 볼 때 수능 이후 학생들이 급격히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 국내 교육 시스템은 이번 사고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도 표면상 '개인체험학습'일 뿐 사실상 단순 여행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수능 시점을 조정하거나, 수능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편 사망한 세 학생의 발인은 지난 21일 엄수됐다. 원주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인 3명은 의식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자가호흡을 정상적으로 하는 등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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