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국제정세는 지난해에 이어 혼란 가중될 전망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행보에 틈새 파고드는 중국
패권경쟁 속도 조절하며 한반도 영향력 확대 노리는 중국
브렉시트 백스톱 법적 확약 여부 두고 뒤숭숭한 유럽
‘두 국가 해법’ 증발한 중동, 대사관 이전으로 폭발 직전
마땅한 해법 없이 꼬인 한일관계 올해도 악화일로 치달아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 전략 사이에서 실리 찾는 동아시아
북미 간 줄다리기와 숨 고르기 반복될 한반도


황금돼지해인 기해년(己亥年)이 밝았다. 한해를 설계할 시점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보다 나은 새해를 위해 지난해 진행된 국내외 정치・경제 흐름과 새해에 주목해야 할 주요 변수들을 중심으로 2019년을 전망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세계경제, ▲한국경제, ▲국제정세, ▲국내정치 순으로 ‘2019년 전망’을 살펴본다.<편집자주>

<목차>
① [국제] 고점 찍고 하강하는 세계경제
② [경제] 하향조정국면 이어지는 한국경제
③ [국제] 불확실성에 혼란 가중될 국제정세
④ [정치] 국내정치 화두...경제, 북핵, 개혁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올해 국제정세는 자국우선주의와 권위주의, 배타적인 포퓰리즘이 확산하는 가운데 지정학적 경쟁까지 깊어지면서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유럽의 고민거리였던 시리아 난민 수용 문제에 트럼프 대통령에 의한 미국-멕시코 국경 차단과 베네수엘라 난민 거부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국제공조나 협력보다 고립주의가 부각될 전망이다.

올해 국제정세에 불확실성을 더할 키워드로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자 지위 버리는 미국, ▲페이스 조절 나선 중국, ▲유럽 뒤흔드는 브렉시트(Brexit), ▲테러 위협 점증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악화일로로 치닫는 한일관계, ▲각자도생으로 흐르는 동아시아, ▲급진전 어려운 한반도 정세 등이 꼽힌다.

자유민주주의 수호자 지위 버리는 미국

멕시코 국경에서 가족들이 생이별하고 베네수엘라 난민들이 입국을 거부당하면서 인권이 후퇴했다. 전통적 우방인 유럽과도 멀어졌고, 걸핏하면 언론과 다툰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약해졌다. 모두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벌어진 일들이다.

미국은 유네스코가 요르단강 서안 해브론 구시가지를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하는 결의안이 채택하자 이스라엘과 함께 유네스코를 탈퇴했다.(자료:razones de cuba)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미국은 유네스코가 요르단강 서안 해브론 구시가지를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하는 결의안이 채택하자 이스라엘과 함께 유네스코를 탈퇴했다.(자료:razones de cuba)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교역과 관련, 미국은 유럽과 중국을 상대로 세계가 지금까지 쌓아온 자유무역의 표준까지 뒤흔들고 있다. 미국우선주의는 그동안 미국이 우선시했던 가치를 증발시켰다. “미국이 언제까지나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는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 지유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미국의 지위는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거부하고 파리기후변화협약(PCCA)을 탈퇴한 데 이어 요르단강 서안 해브론 구시가지를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하는 결의안이 채택되자, 이스라엘과 함께 유네스코(UNESCO,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까지 탈퇴해 버렸다. 이 같은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행보에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

세계 패권 두고 페이스 조절 나선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와 ‘중국제조2025’를 앞세운 중국의 부상은 이제 어쩔 수 없는 ‘국제정세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향후 세계패권을 두고 시작된 미중무역전쟁으로 내상을 입었음에도, 중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 6.6%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소비 증가율이 투자 증가율을 추월하는 등 탄탄한 내수가 성장을 견인해서다.

중국의 세계화전략 ‘일대일로 구상’과 시진핑 국가주석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중국의 세계화전략 ‘일대일로 구상’과 시진핑 국가주석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그러나 올해는 네 가지 사안에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먼저, 지도부의 오만이 미중무역전쟁을 불러왔다는 비판과 관련,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결은 회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국제사회의 부정적 여론과 연선 국가들의 파열음에 직면한 일대일로 구상을 가다듬고 ‘위안화 국제화’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2기 출범 이후 당을 국가 거버넌스의 중심에 놓은 것도 도전과제다. 국가가 잘 운영되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외교나 경제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더욱 강력한 사회통제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뼈저리게 느꼈던 ‘차이나 패싱’을 차단하기 위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중국의 의도는 남북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백스톱’ 법적 확약 두고 유럽 뒤흔드는 브렉시트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에 대한 영국 의회의 표결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럽경기의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백스톱이란, 오는 3월 29일 이후 2년의 과도기 동안 영국이 유럽연합(EU) 각 회원국들과 미래에 대한 개별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을 당분간 유럽연합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안전장치를 말한다.

브렉시트 딜(deal) 관련, 유럽연합정상회의 도날트 투스크(Donald Tusk) 상임의장을 만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하는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2018.12.11)(자료:AFP/guardian by Aris Oikonomou)
브렉시트 딜(deal) 관련, 유럽연합정상회의 도날트 투스크(Donald Tusk) 상임의장을 만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하는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2018.12.11)(자료:AFP/guardian by Aris Oikonomou)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는 이번 주 독일 앙헬라 메르켈 총리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지도부를 만나 백스톱에 대한 법적 확약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백스톱을 임시협정으로 규정, 법적인 확약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메이 총리가 백스톱 관련 법적 확약을 받아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질서 있는’ 브렉시트 절차가 진행되겠지만, 법적 확약을 받지 못해 부결되면 이른바 ‘대책 없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로 갈 수밖에 없고, 이 경우 향후 영국경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15년 후 영국경제 규모가 7.7%가량 위축될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트럼프 발 테러 위협 점증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는 두 국가 해법에 기초한 항구적 평화정착 방안이 모색되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12월 중순,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스라엘 루벤 리블린 대통령과 팔레스타인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을 잇달아 만나 당부한 말이다.

‘두 국가 해법’이란, 1993년 이스라엘 이츠하크 라빈 총리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이 합의한 ‘오슬로협정’에 제시된 평화적 공존법이다. 그때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충돌은 상당 부분 절제됐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이 해법이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5월 텔아비브에 있던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이 예루살렘으로 이전했다. 당시 가자지구 주민 수천 명이 이스라엘 국경에 모여 항의시위를 벌였는데, 이스라엘 군이 국경 펜스 너머로 사격을 가해 두 명이 사망하고 최소 69명이 부상당했으며, 그중 9명은 중상을 입었다(2018.05.14)(자료:wpsd local)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지난해 5월 텔아비브에 있던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이 예루살렘으로 이전했다. 당시 가자지구 주민 수천 명이 이스라엘 국경에 모여 항의시위를 벌였는데, 이스라엘 군이 국경 펜스 너머로 사격을 가해 두 명이 사망하고 최소 69명이 부상당했으며, 그중 9명은 중상을 입었다(2018.05.14)(자료:wpsd local)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트럼프 대통령은 텔아이브에 있던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조치였다. 호주와 과테말라도 자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결정했고, 브라질 역시 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동예루살렘을 향후 수도로 간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날벼락이었다. 아랍권 22개국 결성체인 아랍연맹(AL)은 해당국들에 경고 서한을 보냈고, 무장단체 하마스는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을 ‘이슬람에 대한 적대행위’로 간주했다.

이 문제가 오슬로협정의 틀 안에서 해결되지 않는다면,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미국, 호주, 과테말라, 브라질 등지를 테러 대상국으로 삼을 수 있다.

악화일로 치닫는 한일관계

한일관계는 현 정부 들어 급속도로 악화됐다. 아베 신조 총리 이전에도 부당한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위안부 사과 거부와 같은 문제들이 한일관계의 걸림돌이었지만, 지난해 화해치유재단 해체에 따른 위안부 합의 폐기,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까지 더해졌다.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은 ‘폭거임과 동시에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며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을 취소시키고 우리 정부의 조선업 지원책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전방위적 보복조치에 나섰다.

일본 방위청이 공개한 영상. 일본 해상자위대(MSDF) 소속 가와사키 P-1 초계기 아래로 우리 해군의 광개토대왕함(DDH-971)이 보인다.(2018.12.20)(자료:youtube 영상 갈무리) ⓒ스트레이트뉴스
일본 방위청이 공개한 영상. 일본 해상자위대(MSDF) 소속 가와사키 P-1 초계기 아래로 우리 해군의 광개토대왕함(DDH-971)이 보인다.(2018.12.20)(자료:youtube 영상 갈무리) ⓒ스트레이트뉴스

지난해 12월 20일에는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사격통제레이더로 조준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논란이 격화되자 아베 총리는 초계기가 찍은 영상을 전격 공개하며 공세 수위를 올렸고, 우리 국방부도 상황 분석 영상 제작이 완료되는 대로 공개하겠다며 맞대응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점령당했던 모든 국가가 비상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는 문제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상황 전개에 따라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한 가지, 아베 총리는 일본 우익보수세력을 결집해 ‘전쟁가능국 개헌’을 올해 안에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계획이다. 개헌은 올해 일본 내 핵심 정치 의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외교와 문화, 군사 분야에서 실타래처럼 꼬인 한일관계를 풀어내기는 쉽지 않다. 우리 정부는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따로 풀면서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한일관계를 발전시킨다는 계획이지만, 마땅한 고리가 없어 올해 한일관계는 매우 비관적이다.

각자도생으로 흐르는 동아시아

동아시아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첨예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면서 지정학적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과 중동에 덜 관여하는 대신 최우선 순위를 아시아 지역에 둘 가능성이 높아, 동아시아 국가들은 양국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 실리에 기초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급진전 어려운 한반도 정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 활성화’, ‘국방공업의 현대화를 통한 방위력 선진화’를 강조하면서 한반도를 항구적 평화지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남북관계에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했고, 북미관계에서는 “상호 인정 하에 미국의 상응조치가 있을 경우 새로운 관계 수립을 향해 나아갈 용의가 있다”고 했다.

물론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 반입 중단에 대해 남한 측에, 약속 이행과 제재 (일부) 해제에 대해 미국 측에 경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자료:kramer show) ⓒ스트레이트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자료:kramer show) ⓒ스트레이트뉴스

싱가포르 6・12정상회담 이후 “비핵화부터 하자”는 미국과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동시에 하자”는 북한이 양보 없이 대치하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의 예측대로,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은 2~3월이 올해는 물론 북한의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완료되고 미국 대선이 열릴 2020년까지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역시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과 미국의 제재 (일부) 해제다. 양측이 협상 동기와 대화 의지를 갖고 있어 이를 두고 줄다리기와 숨 고르기가 반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상징적인 선에서 그칠 수 있다. 그럼에도 양측의 불신을 걷어내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내 정치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미 의회가 활동에 들어가는 올 2월, 하원을 탈환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시작할 것이다. 민주당은 진즉에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탈루 의혹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거기에 러시아 스캔들, 포르노 배우 스캔들까지 합쳐지면 대통령 탄핵 문제가 현안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해 실제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반전을 노리는 민주당에 탄핵안은 그냥 버리기 힘든 유혹이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시간은 많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급할 게 없다. 다만, 민주당의 공세가 거칠어질수록 북미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점점 더 유용한 카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제정세도 안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미중무역전쟁은 3월까지 잠시 유예됐을 뿐이고, 브렉시트는 유럽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에 화가 난 하마스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테러를 공언하고, 동아시아는 미중 양국 사이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칠 전망이며, 한일관계를 풀어낼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한반도 정세 또한 급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bizlink@straight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