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 거스르는 구태는 민주주의의 공적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26일 새벽까지 이어진 가운데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아침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26일 새벽까지 이어진 가운데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아침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선거제·검찰개혁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두고 여야가 극한대치를 벌이고있는 가운데, 이번 주 초가 패스트트랙 정국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패스트트랙 지정 대상 법안들의 국회 제출을 놓고 지난 26일까지 갈등을 이어갔지만 지난 주말 별다른 충돌 없이 여론전에 나섰다.

여야 4당 패스트트랙 공조의 핵심축인 민주당은 주말 이틀간 비상 대기조를 꾸려 국회 본청을 지켰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및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소속 의원들은 주말 이틀 모두 비상 대기했다. 정개특위나 사개특위가 열리면 즉시 의원들을 투입해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을 처리한다는 입장이었다.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결사항전에 나선 자유한국당은 지난 27일 2차 장외집회를 열어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동시에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당은 24시간 비상근무조도 꾸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회의장들을 지켰다. 만에 하나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강행에 나설 것에 대비해 특위 회의장들을 완전 봉쇄한 것으로 보인다.

주말 동안 여야의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으나 패스트트랙 법안의 국회 제출 과정에서 벌어진 거친 몸싸움과 회의장 점거 사태를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고발전을 벌이며 대치정국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한국당은 전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 의원 15명과 정의당 여영국 의원,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모두 19명을 폭력행위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26일 민주당이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관계자 20명을 국회 폭력행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한 맞대응한 것이다. 민주당도 한국당의 불법점거 및 회의방해와 관련한 2차 고발을 진행했다.

여야는 주말 동안 치열한 여론전도 벌였다. 홍 원내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전날 각각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상대방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홍 원내대표는 "지금 한국당이 폭력과 불법으로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이나 선거법을 우리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패스트트랙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선진화법에 따라 회의 질서를 방해하는 당직자와 보좌관들은 예외 없이 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헌법 파괴세력과 싸우지 않으면 최대 직무유기"라며 "문재인 정권과 좌파 야합세력은 헌법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법에 저항하기 위한 시위이기에 법적 문제가 없다"며 "의원 전원이 고발되더라도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대응했다.

여야 4당은 언제든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를 열어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울 수 있다는 방침이었지만 실제 주말동안 회의는 열지 않았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 위원들이 비상 대기중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 위원들이 비상 대기중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개특위 오신환·권은희 의원의 사보임(상임위·특위 위원 교체)을 놓고 사실상 분당이나 다름없는 분열 사태에 휩싸인 바른미래당의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은 "바른미래당이 내부적으로 여러 갈등과 오해를 풀고 패스트트랙을 진행할 수 있게 시간을 줘 배려하는 것도 정당 간 믿음과 신뢰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해 기다리고 있다"며 "각 당 원내대표들이 상황을 종합해서 말씀을 주시면 언제라도 즉시 개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지난 26일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잇달아 사개특위 위원에서 빼면서 폭발된 당 내홍 상황에 대해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동안 숙고의 시간을 가지며 당 수습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반대파 의원들의 요구인 '사보임 철회'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오 의원이 사개특위 위원으로 복귀해 반대표를 던지면 패스트트랙 처리가 무산돼서다.

여야 4당 사이에는 패스트트랙 정국이 장기화되면 안 된다는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개특위 위원장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다음 주를 넘기면 안 된다. 다음 주 중반을 넘기면 5월인데 그러면 상황이 더 복잡해기고 국민적·국가적 에너지 소모가 심해진다"고 밝혔다.

여야 4당과 한국당은 이번 주 초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개최를 놓고 다시 한번 강하게 충돌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 25일 국회 의안과 앞에서 벌어진 여야의 격렬한 몸싸움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공수처 신설이 포함된 검찰개혁과 민주주의를 살리는 연동형 비례선거제는 당리당략의 산물이 아니다. 국민의 뜻을 따르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기울어지고 훼손된 민주주의의 가치에 역행하는 집단, 그들은 독재로 얼룩진 역사의 유물이고 민주주의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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