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스님, 조계산 선암사로 ‘늦깎이’ 출가 후 수행 전념
충남 예산에 터 잡고 ‘힐링 포교’로 마음 아픈 이들 도와
‘일체유심조’ 가슴에 담고 밖 대신 마음 안 살피기 발원
지적장애인, 정신지체환우 위한 정신요양힐링센터 꿈꿔
힐링의 종교적 본질은 정신수양, 마음 다스릴 마음 내길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유역면적 37,400헥타르(ha), 둘레 40여km로 국내 최대, 동양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인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 그 천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팔봉산 자락에 남다른 ‘힐링 포교’로 수행하는 스님이 산다. 세계불교 직지종 총무원 팔봉사의 총무원장 지성스님(법랍 35년)이다.

서울에서 출발한 지 2시간 여, 지방도로 사이로 언뜻 언뜻 거대한 백색 구조물이 보인다. 지난 4월초 첫 선을 보인 국내 최장 출렁다리(402m)의 주탑(64m)이다. 월요일임에도 출렁다리 남단에 위치한 예당국민관광지는 수십 대의 관광버스로 북적인다.

상춘객으로 넘쳐나는 국민관광지를 살짝 벗어나 응봉면 후사리 마을로 들어서니, 팔봉산 정상 언저리에 절집 하나가 보인다. 150여 년 역사를 가진 팔봉암이 화재로 소실된 자리에 조용히 들어앉은 사찰, 충남 지역에서 ‘힐링 포교’로 유명한 지성스님의 도량처다.

팔봉사(직지종 총무원)에서 내려다보이는 예당저수지 풍경. 저녁 어스름에 고즈넉한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2019.04.29) ⓒ스트레이트뉴스
팔봉사(직지종 총무원)에서 내려다보이는 예당저수지 풍경. 저녁 어스름에 고즈넉한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2019.04.29) ⓒ스트레이트뉴스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수천 마리 꿀벌 나는 소리가 요란하다. 벌통이 족히 수백 통은 돼 보인다. 작업복 차림의 스님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잘 오셨슈우. 저는 울력으로 벌을 쳐유. 사실은 벌들이 열심히 일해서 모아 놓은 걸 훔치는 거지만유. 그냥 벌들이 부처님헌티 바치는 공양이다, 그러쥬우.”

꿀벌치기 울력 중인 지성스님(2019.04.29) ⓒ스트레이트뉴스
꿀벌치기 울력 중인 지성스님(2019.04.29) ⓒ스트레이트뉴스

“저기 봐유, 저수지 멋지쥬? 예당저수지는유, 예산군 응봉면, 광시면, 대흥면, 신양면, 이렇게 4개 면에 걸쳐서 있어유. 1964년인가, 아마 그때 만들어진 인공호수인디유, 근디 예당이 왜 예당인지 아세유?”

_옛날부터 내려오는 전설이나 뭐 그런 건가요?

“아뉴우. 저기 가둔 물을 예산에도 나눠주고, 당진에도 나눠주고 그래서 예당이유우. 예산이랑 당진에 농사가 많잖아유. 저기가 새우도 많이 잡히구유, 낚시터로는 전국에서 고기가 제일 많이 들어 있대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충청도 사투리가 구수하다. 처음 보는데도 10년 된 듯한 느낌. 스님의 고향 자랑, 저수지 자랑이 끝이 없다. 외지인의 낯선 느낌을 배려해서리라.

31세 때 순천 조계산 선암사로 출가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환하게 웃는 지성스님(2019.04.29) ⓒ스트레이트뉴스
31세 때 순천 조계산 선암사로 출가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환하게 웃는 지성스님(2019.04.29) ⓒ스트레이트뉴스

“여기도 원래 대흥면이었는데, 현감이 계셨슈. 지금도 동원이 있거든유. 또 백제 계백장군이 마지막으로 싸운 격전지가 바로 여기 임종성이잖어유. 임종성이 예당저수지를 내려다보고 있지유.”

“의 좋은 형제, 그거 알쥬? 농사꾼 형제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허는 얘기유. 교과서에도 나오잖어유. 거기가 여기유우. 장날 되면유, 시골 양반들이 농사지은 것들 가지고 와설랑은 팔쥬. 지척에 봉수산 자연휴양림도 있구유. 여기 참 좋아유우.”

지성스님은 대학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던 31세 때 선암사로 ‘늦깎이’ 출가해 수행 도중 총무원 사회국장과 교임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전남 순천 승주읍에 위치한 조계산 선암사는, 875년 도선국사가 창건하고 고려 선종 때 대국국사 의천이 중건한 선종(禪宗)과 교종(敎宗) 양파의 대가람이며, 태고종의 총본산인 태고총림이다.

_우리나라 불교는 조계종이 가장 왕성한 것으로 안다. 태고종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불교는 1불 부처님이라서 교리는 다른 게 전혀 없다. 다만, 종단을 보면 불교의 역사가 보인다. 우리나라 불교, 선종은 원래 보우국사가 창건한 태고종이다. 원효대사도 태고종이다. 1950년쯤에는 좋은 도량이 2,800여 곳 정도 됐다. 그런데 이승만 전 대통령이 불교를 탄압하면서 분열이 시작됐고, 그 이후로 조계종, 천태종, 총화종, 관음종 등 28개 종단이 탄생했다. 태고종이 아직까지 지키고 있는 도량이 선암사, 백련사, 해남 용화사, 이렇게 몇 곳이 있다. 지금도 조계종과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불교의 역사와 정신수양에 대해 설명하는 지성스님(2019.04.29) ⓒ스트레이트뉴스
한국 불교의 역사와 정신수양에 대해 설명하는 지성스님(2019.04.29) ⓒ스트레이트뉴스

_지금은 태고종을 떠나 세계불교 직지종 총무원장을 맡고 있다. 이유는?

“사연이 좀 있다. 한 7년쯤 전에 불자를 위하는 마음, 지향하는 불도가 따로 있어서 태고종을 나와 직지종 종단을 세웠다. 그 정도로 말씀 드리겠다.”

_이곳 응봉면으로 오신 후에 주민들 건강에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다.

“대학에서 공부할 때 추나요법, 카이로프락틱, 대체의학 같은 걸 공부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우리 불자들 중에 아프신 분들, 난치병 환자들에게 대체의학 쪽으로 한 5년 정도 도움을 좀 줬다. 지금도 심신이 좋지 않은 분들이 찾아오고 있다.”

_아픈 분들 도움 주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화엄경에 ‘삼세일체불을 알려면 법계 본성 모두가 마음 짓기에 달려 있음을 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는 일체유심조다(一切唯心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첫 번째다. 병은 아픈 마음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편안해져야 하고, 편안해지려면 아픈 마음을 쏟아내야 한다. 그래서 울면서 다 쏟아낼 때까지 기다리고 들어줘야 한다. 침이나 대체의학, 이런 것보다 마음이 먼저다. 그런 다음에 다독여야 한다. 정신심리학이 뭔가,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것 아닌가.”

단청의 오방색과 문양, 마음의 병에 대해 설명하는 지성스님(2019.04.29) ⓒ스트레이트뉴스
단청의 오방색과 문양, 마음의 병에 대해 설명하는 지성스님(2019.04.29) ⓒ스트레이트뉴스

_힐링이 대세인 시절이다. 경제발전은 이뤘지만, 그 과정에 많은 대가를 치른 게 사실이다. 그만큼 심적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스님이 생각하는 힐링은 무엇인가?

“정신수양이다. 요즘 공황장애, 조현병, 조울증 이런 증세가 많고, 그런 사람들이 저지르는 사건도 많다. 겉으로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정신적인 피로에 절어 있다. 절 색상 자체가 오방색이라고 해서 빨강, 노랑, 푸른색, 검은색, 흰색, 이렇게, 단청 자체가 오감이다. 그래서 절에 와서 문양만 봐도 오감이 통한다. 물론 절뿐만이 아니라, 교회나 성당 예배당도 정신을 수양하기에 좋은 장소다. 힘든 시절, 힘들다 생각하면 좋은 시절은 없다. 종교가 무엇이건, 종교가 있건 없건, 믿음과 희망으로 자신을 칭찬하고 다독여야 한다. 힐링은 치유이고, 마음병의 원인이 안에 있는 것처럼, 치유의 원인도 밖에 있지 않고 안에 있기 때문이다.”

_앞으로도 사회를 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힐링과 관련해 계획이 있다면?

“지적장애인이나 정신지체환우 같이 상대적으로 아픈 사람들이 많이 계신다. 그 분들은 처음부터 아팠고, 또 살아오면서 더 많은 내면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다. 불자 호스피스 시스템을 갖추고, 산림청에서 하는 산림치유라는 게 있는데 그런 시스템의 도움도 좀 받고, 아무래도 스님이니까 종교적인 색채가 없을 수 없다, 요즘 유행하는 템플스테이를 조금 더 발전시킨, 예를 들어서 틱 낫한 스님의 ‘풀럼 빌리지’랄지, 그런 걸 한 곳에 모은 정신요양힐링센터 같은 것을 해 볼 생각이 있다.”

_말씀하신 대로라면 계획의 규모가 꽤 크다. 재원이 필요할 텐데?

“아직 구상 단계다. 현재 가용한 토지가 만여 평 정도 있는데, 예당저수지 풍광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명상센터도 만들고, 산림치유 숲길도 꾸미고, 일반인도 쉬어 갈 수 있는 치유시설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예산군이나 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면서, 때가 여물 때까지 천천히 해 나가려고 한다.”

물 아래 뿌리를 박고 자라나 비가 올 때나 안개가 낄 때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예당저수지 버드나무 군락(2019.04.29) ⓒ스트레이트뉴스
물 아래 뿌리를 박고 자라나 비가 올 때나 안개가 낄 때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예당저수지 버드나무 군락(2019.04.29) ⓒ스트레이트뉴스

_계획이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힘든 우리 현대인들에게 종교인으로서 힐링 차원에서 한 말씀 당부하자면?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그 속에서 자신을 잊고들 산다. 자신의 불성을 잊고 산다. 당연히 정신도 혼미하다. 우선 종교인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현대 자본주의가 종교에까지 영향을 미친 현실이 아닌가. 부패한 목사님이 있는 것처럼, 부패한 스님도 많다. 그들에게 신심무구초발심(信心無垢初發心), 그러니까 ‘더러움 없이 믿는 마음’을 돌이켜 보시기를 권한다. 초발심은 현대를 사는 여러분들께도 중요하다. 힐링에는 참 많은 분야가 있지만, 힐링의 종교적인 본질은 정신수양이다. 정신수양은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그래서 초발심이 중요하다. 각자 믿는 종교와 희망으로 정신을 수양하려는 큰마음을 내보시기 바란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예당저수지를 둘러보기 위해 서쪽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 물속에 뿌리를 박고 자라난 버드나무 군락이 ‘치열한 경쟁사회’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국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더러움 없이 믿는 마음'이 사라져 종교가 지탄받는 세상이다. 마음을 돌볼 겨를이 없는 탓에 365일 힐링이 필요해진 세월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던 스님의 말이 예당저수지 수면 위에 가득 찬 듯 허허롭다.
bizlink@straight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