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진행된 제13회 서울세계불꽃축제.

매년 백만명 이상의 시민이 찾아왔던 만큼 이번 축제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인파가 축제의 현장을 찾았다.

어두워진 서울 하늘을 밝힌 불꽃의 화려함에 비해 부족한 시민의식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불꽃축제는 한강시민공원 곳곳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다만 초청권 등을 소지한 시민들은 주최 측의 안전관리구역 내에 입장해 좌석이나 잔디 등 별도의 공간에서 즐기도록 운영됐다.

하지만 초청권을 받지 못한 채 축제를 찾은 시민들은 곳곳의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

'착석금지'가 적힌 플래카드가 버젓이 매달려있음에도 공원 내 화단 틈을 채우고 자리잡기 바쁜 광경이 펼쳐졌다.

"이 곳은 좌석이 아닙니다. 다른 자리로 옮겨주세요."

축제 봉사단 등 스태프들이 이동을 유도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애써 눈을 피하던 한 시민이 눌러앉자 다른 시민들까지 자리잡기 바빴다. 결국 스태프들도 지친 기색을 보였다.

화단에 자리 잡고 있던 한 시민은 일행을 향해 "지금만 적당히 넘어가면 돼. 어떻게 잡은 자린데, 잘만 보이면 되지 뭐"라고 중얼거렸다.

안전관리구역 내 잔디언덕은 캠핑장을 방불케하는 '텐트촌'을 형성했다. 잔디에 자리한 텐트들 사이에 발디딜 틈이라곤 안보일 정도로 빼곡했다.

행사 시작 20분 전인 오후 7시께에는 "다른 관람객들을 위해 이제 텐트를 접어주길 바란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암묵적 동의라도 한 듯 미동도 없었다.

이동식 화장실은 흡사 쓰레기통 같았다. 치킨무 냄새가 진동했으며 먹다남은 커피, 이미 해치운 치킨과 피자 상자가 널부러져 있었다.

20분을 기다려 화장실을 이용했다는 이모(31·여)씨는 "냄새가 너무 역해서 찝찝했다"며 "외부 행사를 즐기러 나오면서 이정도는 예상했지만 다른 누군가의 이기심 때문에 불쾌해졌다"고 토로했다.

공원 내 통로는 인파로 넘쳐났다. 비상통로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100m 가량 늘어선 화장실 줄과 매점 대기줄 등이 통로의 반 이상을 막아섰다.

일부 시민들은 비상통로에 자리를 잡으려 대기하고 있었다. 행사가 시작되면 큰 문제 없지 않느냐는 논리였다.

주최 측의 통제 부분에서도 미흡함이 보였다.

행사 시간이 임박하자 티켓 입장입구에도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순간 티켓 확인도 안된 상태에서 입장하는 사람이 생겼고 줄도 엉망진창이 됐다.

4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행사 관계자들에게 "이따위로 관리할겁니까. 바깥부터 줄을 세워 통제하라"며 고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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