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성장의 뿌리 '소상공인' 경쟁력무기 '무장해제'
-박근혜 정부, 한·중 FTA로 소상공인 붕괴 촉발
[스트레이트뉴스=이호연 선임기자] "동대문 시장 상가의 4분의 1이 폐업상태입니다.”
동대문에서 30년 넘게 의류업을 영위하며 한 때 공장 2개와 점포 4곳을 운영, 주변에서 이름 석 자면 알아주던 조 모씨(60).
“중국인 쇼핑객도 사드 보복 이후 격감, 현재는 점포 1곳으로 전전긍긍합니다”는 그의 하소연은 실제 넋두리가 아니었다. 90년대 패션의 메카로 불리며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여행코스로 붐볐던 동대문 상권이 고사 직전이다. 동트기 전 새벽시장에 불야성이었던 목 좋은 상가에 불 꺼진 점포가 즐비, 도처가 빈 가게다.
“울며 겨자먹기로 새벽시장 문을 열고 있으나 보다시피 오는 손님은 예전 같지 않다”
한류 패션 1번지로 소상공인에게 희망의 터전이었던 동대문 상권은 4만5,000여개에 달했다. 이후 셔터가 내려진 상가는 1만개에 달하면서 점차 쇠락의 기로에 놓이고 있다. 그 직접적 단초의 제공자는 누구인가.
◆한류패션 1번지 동대문상권의 눈물 "소상공인의 현주소"
그 장본인은 우리 모두가 입에 담고 싶지 않는, 민주발전의 역사를 되돌린, 골목과 소상공인에 무지몽매한 자와 그 공범들이다. 소상공인의 희망의 터인 동대문 상권이 하염없이 나락의 길로 접어들게 만든 주범은 박근혜 정부다. 박 정부가 지난 2015년에 중국과 체결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가 시발점이었다. 이후 동대문 상권의 한숨은 깊어가나 정부와 집권 여당 어느 누구도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동대문 상권의 내리막길은 현재 진행형이다. 동대문 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 중 80% 정도가 이미 중국 상품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한축을 이루는 소상공인의 성장축이 뿌리채 무너져 내리고 있는 적신호를 보여주는 곳이 동대문 상권이다.
한·중 FTA는 소상공인의 경제 기반을 붕괴시킨 기폭제였다. 그 시발점은 2007년에 발효한 한·미 FTA체결이었다. 국회는 2015년 11월 30일 한·중 FTA 대한민국 국회 비준동의안 통과시킴으로써 2015년 12월 20일부터 한중 FTA가 발효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2015년 내 한·중 FTA 발효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가 1조5천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며 국회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만일 정쟁으로 2015년 내 한·중 FTA가 발효되지 못한다면 하루 40억 원의 수출기회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수출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TV광고까지 동원해 2015년 정기 국회 기간 중 한·중 FTA비준 처리가 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 같은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박근혜 정부, 경제의 뿌리 '소상공인'기반 붕괴시켜
하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는 한·중 FTA체결을 통해 이득을 보는 측면만 강조했을 뿐, 손해를 보는 경제적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는 완전히 무시했다.
한·중 FTA 체결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들을 짚어보자.
첫째, 당시 박근혜 정부는 한·중 FTA체결과 관련해 사전준비가 너무 부실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2015년 6월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자유무역협정 영향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동 보고서는 2015년 5월 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포함한 4개 국책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한·중 FTA 영향평가’라는 용역보고서를 기초로 작성됐다.
정부는 이 보고서를 통해 농수산 시장 개방 충격 최소화를 위해 발효 이후 10년간 4,783억 원을 지원하는 보완 대책을 수립한 상태라고 밝히고 있지만, 영세 중소상공인 분야의 산업별로 예상되는 손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 정부는 중소상공인에 대한 피해영향 평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산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의 용약보고서는 2016년 1월에 발표되었다. 배 떠난 후에 보고서가 발표된 것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한·중FTA와 관련해 사전 준비가 얼마나 엉망이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 분야별로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정확한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았으니, 적절한 보완대책이 나올 수가 없었던 것도 당연한 결과이다. 정부는 마땅히 이행해야 할 의무는 이행하지 않은 채 권리만을 주장했던 것이다.
◆ 한·중FTA체결 후 '부실투성' 영세 중소상공인 피해대책
2015년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보고서 3쪽을 보면, ‘한·중 FTA체결 후 10년 동안 제조 및 서비스 부문에서는 5만3,964명의 고용창출이 예상되지만, 농수산 분야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160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TA 체결 후 10년간 사라질 일자리 숫자를 어떻게 단 단위까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는지 분석방법의 정밀함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농수산 분야에 대한 피해는 작물별로 피해예상 규모와 일자리 감소 효과를 세밀하게 예측했지만 수많은 영세 중소상공인의 업종별 피해 영향 평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1차 산업 종사자 비중은 5% 수준에 불과한 반면, 소상공인분야의 종사자 비중은 25%를 초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영세 중소상공인에 대한 피해영향조사조차 진행하지 않고 한·중 FTA를 밀어붙였던 것이다.
둘째, 박근혜 정부는 소상공인들과의 원만한 소통을 외면했다.
박근혜 정부가 한·중 FTA 국회비준과 관련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즈음, 주얼리 산업 관계자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국회를 찾아가 간담회를 통해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정부관계자들을 찾아가 엎드려 읍소했다. 주얼리 산업 관계자들은 대만이 중국과 양안협정을 체결한 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대만의 주얼리 산업이 초토화되었다는 주장을 제기했지만 담당 공무원들에게는 '쇠귀에 경읽기'였다.
주얼리 산업 관계자들은 한중 FTA로 인건비가 싼 중국제품의 국내수입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고, 역으로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물게 된다면 관련 국내 산업이 궤멸될 것은 자명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런 점은 다수의 소공인 업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이다.
◆ 한·중 FTA로 소상공인 기반 와해
주얼리 산업관계자들은 업계가 폐허가 돼 일자리를 잃게 될 종사자 수를 30만 명이라고 주장했지만, 공무원들은 정부 통계자료를 인용해 주얼리 산업 종사자들은 업계 주장의 10%에 불과한 3만 명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나마 주얼리 산업은 제조, 가공, 판매 분야에 걸쳐 조합이나 단체가 구성돼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보고서도 만들고 정부와의 대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업계 형편이 너무 열악해 제대로 사업자 단체조차 구성하지 못한 열악한 업종인 액세서리산업이나, 봉제산업, 그리고, 완구산업 종사자들은 한중 FTA로 인해 산업자체가 황폐화될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소연조차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 시절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중소상공인들과 업종별 피해 영향 조사와 관련해 적극적인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는 관련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무역조정 지원에 관한 법률’ 제 4조 제4항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고용노동부장관은 종합대책을 수립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으로 인하여 입었거나 입을 것이 확실한 피해와 무역조정의 실태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 법에 따라 정부는 농·어업 분야에 대한 분야별 피해영향조사를 바탕으로 그 동안 피해보전 직불금 지급을 비롯해 누적기준 수백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해 지원한 바 있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소상공인에 대한 체계적인 DB의 구축과 운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조사에 필요한 기초자료조차 준비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소상공인 산업별 피해조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국책연구원인 산업연구원조차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치명적인 실수를 지적한 것이다.
넷째, 사후에도 한·중 FTA로 피해를 입게 될 소상공인에 대해 적절한 예산지원을 하지 않았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 FTA가 2015년 12월말부터 시행됨에 따라 2016년 소상공인 지원사업이 한·중 FTA와 관련된 사항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당시 한·중 FTA체결과 관련해 2016년도에 편성된 소상공인 중국 수출지원관련 예산은 교육예산을 포함해 231백만 원에 불과하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옛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물론, 그 후에도 한·중 FTA체결과 관련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 업종에 대해 피해보전 예산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 중국, 한·중 FTA 불구 실리챙기기 극대화
최근 미국과의 통상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정부는 최근 화웨이 문제와 관련해 국내 IT산업 관계자들을 불러 미국 정부의 요청을 거부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게 된 형국이다. 한·중 FTA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중 FTA 체결 당시 우리 정부가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했던 대기업 위주의 품목별 이해득실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한·중 FTA 발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은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싸드 배치와 관련해 한한령을 발동해 한국정부를 압박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지난 해 한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자동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고, 여러 품목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박근혜 정부가 당시 밀어붙였던 한·중 FTA 체결이 과연 옳은 정책적 판단이었는지 뼈를 깎는 반성을 해봐야 할 것이다.
◆ 문재인, '포용 성장'의 핵심은 소상공인 대책
먼저, 문재인 정부는 한·중 FTA를 졸속으로 밀어붙였던 과정을 면밀히 조사해 관계자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
다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동대문 시장 상권의 경쟁력을 복원시켜야 할 것이다. 과거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동대문 상권은 무려 100만명의 일자리를 책임지는 일자리 보고라고 평가받았다. 부가가치 유발 측면에서 삼성전자에 버금하는 부가가치 창출이다.
동대문 상권의 가장 큰 강점은 의류나 신발 등 생필품의 제조와 관련된 모든 산업분야가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집적돼 있다는 것이었다. 이 기반이 무너지면 우리나라 소상공인 산업의 뿌리가 송두리째 붕괴되는 것이다.
적폐청산이란 화두는 정치 분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과거 정권이 민생과 관련해 잘못한 정책적폐도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 막중한 책임이 달려있다. 기로에 처한 동대문 소상공인의 어려움 호소는 푸념이 아니다. 그들의 생존문제만이 아닌 경제발전의 토대를 다지면서 포용 성장하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벼랑길의 소상공인의 넋두리를 정부가 안을 때 우리 주변의 아픔과 고통은 반감되고 나라 성장의 기틀은 제대로 다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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