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청이 성행하는 나라는 결코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 정진우 전 노동당 대표의 ‘카카오톡 사찰’ 폭로에 이어 국가정보원의 카카오톡 감청 영장까지 공개되면서 텔레그램 등으로 300만 누리꾼들의 ‘사이버 망명’이 확산되었다. 이렇게 되자 카카오는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기로 하고 실정법 위반이라 한다면 벌을 달게 받도록 하겠다”며 고객을 지키기 위해 권력기관과의 전쟁을 선포했었다. 그처럼 당당하던 카카오가 무슨 곡절이 있었는지 1년만에 태도를 바꿔 백기를 들고 감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국내에서 3900만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실시간 감시’의 길이 다시 열린 셈이다.

카카오는 “신중한 검토 끝에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제한조치’에 응하기로 했다”고 변명한다. 통신제한조치는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뜻하는 용어로, 카카오톡의 경우 대화방 안에서 나눈 대화를 검열하는 행위를 뜻한다. 헌데 정작 카카오는 이번 조치에 대해 "'단체대화방' 대화 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할 때 수사 대상자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신원이 노출되는 게 문제여서 익명 처리하기로 했다“면서 ”단체대화방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가 그대로 수사기관에 노출되었던 문제를 개선하게 되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에서 공문에 입각하여 공범으로 추정되는 다른 대화 참여자의 전화번호 등 신상 정보를 요구하면 법원 영장이 없더라도 추가 제공하기로 해 ‘눈 가리고 아웅’인 격이나 다름없다. 검찰이 감청 영장으로 대화 내용을 가져간 뒤 공문으로 대화방 참여자 100명 가운데 나머지 90여 명 정보를 모두 달라고 해도 사실상 통제할 수단이 없어 2단계로 나눴다고 해도 결국 검찰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 실효성은 사실상 제로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해서 카카오의 해명은 정보·수사기관과의 야합을 감추기 위한 기만행위라 할 수 있다.

카카오가 지난해 불응 입장을 밝힌 건 감청이었고 압수수색에는 계속 협조해 왔다. 압수수색 영장에 응해 카카오가 제공하는 자료에는 수사대상자 이외에도 단체대화방 참여자들의 개인정보가 ‘블라인드’ 처리 없이 담겨 있다. 지난해 검찰이 정진우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확보를 위해 활용한 것은 ‘압수수색 영장’이었다. ‘압수수색’은 이미 송수신이 완료된 메시지를 확보하는 것이지만 ‘감청’은 앞으로 이루어질 미래의 대화를 확인하는 것, 즉 진행되는 메시지 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 카카오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감청에 협조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감청 협조는 편법이다.

그동안 시민단체에서는 사이버 사찰을 금지하려고 정보·수사기관의 필요에 따라 전기통신에 대해 광범위한 사찰과 정보 수집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 법제도를 개선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톡이 정보·수사기관의 편의를 위해 여전히 편법적인 방식으로 감청 협조를 재개한다는 것은 모든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정보인권에 심각한 위협이다. 수사기관 공문만으로 카카오톡 대화방 상대방 정보를 제공하는 건 '영장 없는 통신자료 제공'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이버사찰금지법안'을 통과시켜 정부·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사찰 권한을 제한해야 마땅하다. 카카오도 이런 문제점을 느껴 감청 협조를 중단해놓고 이제 와서 아무런 변화도 없이 감청에 협조를 하겠다고 하면 이는 이용자의 권리보다 회사의 안위만 우선하는 행위이다.

당시 감청불응을 발표했던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는 카카오톡이 불법 성인 동영상 유포를 방조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지난 6월에는 국세청이 특별 세무조사에 들어갔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다음과 카카오 합병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활용해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로 임직원들이 사법처리 되기도 했다. 또 검찰이 카카오 고위 임원의 개인비리에 대해 조사 중이라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때문에 사이버 검열 논란과는 무관하다지만 일 년간 집중된 사정당국의 조사에 부담을 느낀 카카오 경영진이 입장을 바꾼 게 아니냐는 세간에 떠도는 소문이 근거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당신이 스마트폰을 샀지만, 주인은 따로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인 도청 실태를 폭로한 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에드워드 스노든이 지난 4일 방영된 <비비시>(BBC) 방송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이 정보기관에 의해 원격 조종되어서 완전히 통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꿈꾸는 스머프’는 스마트폰을 켜고 끌 수 있는 도구이다. 또 ‘참견 스머프’는 도청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주머니 안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사용자 주변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때 꺼져 있는 스마트폰을 켤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누가 전화를 했고, 무슨 문자를 보냈고, 무엇을 검색했고, 누구를 접촉했고, 어디에 갔고, 어디에 접속했는지를 알 수 있고, 당신을 사진 찍을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 정보통신본부가 스마트폰에 접근하려고 보낸 문자 메시지는 사용자 모르게 스마트폰에 들어온다고도 그는 지적했다. 그는 “당신이 전화를 샀으나, 그 소프트웨어를 통제하는 사람이 그 전화를 소유하는 것”이라며 스마트폰의 실질적 주인은 따로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우리도 지난 7월에 이탈리아 해커집단의 정보가 유출되면서 국가정보원이 카카오톡에 대한 실시간 감청이 가능하도록 해킹을 부탁했던 사실까지 드러났다. 해킹이란 한 사람의 통신 기기 통제권을 아예 찬탈하는 것으로 정보기관이 해킹프로그램을 수사에 활용하는 일은 불법행위이다 감시·감청은 국가 안보나 범죄 예방을 위해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런 식으로 통제권을 탈취하는 방식의 감청은 절대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감청이 성행하는 나라는 결코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우리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방이라는 생각에 사람들이 ‘카톡방’을 만들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인데 이런 기본적인 신뢰가 깨진다면 누가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겠는가. 특히 정보·수사기관 종사자들은 자신들은 물론 그 가족들 중 누구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김상환(전 양천신문/인천타임스 발행인)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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