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교육부장관은 무고한 사람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판사

「교과서 국정화는 개한테 물어봐야」
「학문과 정치에서 논쟁적인 사안은 교육에서도 논쟁적이어야」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아닌 선거지대계選擧之大計」

 

교과서 국정화 발표

기어코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단다. 국민적 저항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균형 교과서’라는 예쁜 포장용 말도 찾아냈고, 선거를 치르듯 홍보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도 수립했단다.

보수, 특히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같은 수구들이 들개처럼 덤벼들고,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총대를 맸다. 공론화 따위는 없었다. 속전속결이다.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그야말로 이슈의 블랙홀이 되어버렸다.

▲ 교육부 국정감사장을 떠나는 황우여 교육부장관

 

장관님이 하시는 일이니 맞겠지. 당연히 옳겠지. 근데 요 며칠 사이 황우여 장관님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늘 인자하게 웃으시는 모습으로 TV에 등장하시곤 했던 그분께서 무슨 이유 때문인지 슬퍼지셨나 보다.

혹시 누군가가 이빨을 드러내면서 교과서 국정화 안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윽박질렀기 때문일까? 그게 누굴까?

이래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착하디착한 아저씨를 막 괴롭히고, 웃음까지 빼앗고, 이래서야 되겠나... 착한 사람을 괴롭히는 못된 사람이 누군지 빨리 찾아내어서 야단을 엄청나게 막... 가만... 황우여 장관님이... 어떤 분이셨더라...?

아, 생각이 날랑 말랑 한다. 지난해에 천만 명을 동원했던 영화 ‘변호인’에 나왔던...? 그래! 간첩도 아닌데 간첩이라면서 착한 사람들 마구 잡아들였던 ‘부림사건’의 판사다! 에이, 그런 나쁜... 맞나? 아닌데... 우리 장관님은 그러셨을 분이 아닌데. 맞아, 그때 주임 검사는 최병국이라는 사람이었지.

어머나!? 그리고 에구머니나!! 그 양반, 부림사건보다 더 큰 간첩단 조작 사건이었던 ‘학림사건’ 배석판사 아니었어!? 맙소사! 그때 사형 판결까지 나왔던 그거? 맞아, 그 사건 판사였어! 럴수럴수 이럴수가...

▲ 엉터리 판결로 얼룩졌던 학림사건

제길, 그럼 그동안 TV에서 보여줬던 웃음은 ‘속죄의 웃음’이었던 거임? 그래, 그럴 거야. 뭐 알고 판결을 내리셨겠어? 그냥 위에서 “이게 맞으니까, 이대로 해!” 그러니까 그렇게 판결하신 거겠지. 암, 우리 황우여 장관님은 무고한 사람한테 사형 판결 내리고 그럴 분이 아니시거든. 협박도 안 통하고, 진짜 훌륭한 판사님이었단 말이야. 거럼...
 

최고 권력이 깨어 있지 않다면

“내가 아는 한, 이 사회의 최고 권력을 안전하게 맡겨둘 보관처는 국민뿐이다. 만일 국민들이 신중하고 분별력 있게 자신의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 깨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마땅한 구제책은 국민들로부터 통제권을 빼앗아오는 게 아니라, 그들의 분별력을 채워주는 것이다.”

- 토마스 제퍼슨(1820) -

이번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두고 그 배경에 대해 말들이 많다. 친일이고 미화고 다 제쳐두고, 문제가 불거진 과정, 이것 딱 한 가지에만 초점을 맞춰서 생각해 보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당은 ‘프라이머리’를 ‘오픈’하는 건지, ‘오픈’을 ‘프라이머리’하는 건지 당체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픈’한답시고 왁자지껄했다.

그런데 이틀 전에는 “오픈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느니, “어떻게 오픈할 건지 물어봐야 된다”느니 정신을 못 차리더니, 급기야 어제는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김무성 대표는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도끼를 치켜들기까지 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도끼, 몇 달 안에 제발에 내리 찍히는 거 아닌가 싶다.

아무튼 저번 칼럼에서 했던 예상이 맞아떨어져 가고 있다. 그리고 손에 물 묻힐 일 있을 때마다 밖으로 나돌았던 박근혜 대통령은 또 떠난단다. 중국 쪽으로 너무 치우친 외교를 하다 보니 미국을 다독여야 할 필요가 생겼고, 그래서 도미하는 거라는 설도 있고, ‘오래 전에 계획된 방문일 뿐’이라는 너무 지겹도록 들어서 하품에 눈물까지 나는 얘기도 있다. 헷갈린다.

이럴 때 필자에게 “이건 이래서 이렇고, 저건 저래서 저렇다”며 친절하게 알려주는 멘토가 있다. 5년 노숙 기간 동안, 때마다 일마다 조언을 해주었던 개다. 그놈 이름은 ‘봉팔이’다. 오래 살라고 더러운 이름 지어줬다. 그런데 고맙게도 아직까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조금 전에 봉팔이한테 이렇게 물었다.

“봉팔아, 왜 갑자기 교과서 국정환지 뭔지 하는 문제가 불거진 거냐?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았잖아.”

봉팔이 왈,

“멍! 멍멍!”
“아, 그런 거 필요 없다고? 왜?”
“멍! 멍멍!”
“흐음... 국민들한테서 ‘최고 권력’이라는 통제권을 빼앗아가는 거라서 그렇다... 왜 빼앗는 건데?”
“멍! 멍멍!”
“뭐? 국민을 개...로 보는 거 아니냐고!? 데끼 이놈아, 그럴 리가 있나... 뭐 그건 그렇고, 너 기분 되게 나쁘겠다.”

 

논쟁성 재현의 원칙

토마스 제퍼슨 전 미국 대통령은 “국민이 깨어 있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그들의 분별력을 채워줘야 한다”고 했다. 말인즉슨, 국민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의 말은 지극히 온당하다.

정치를 잘하면 국민이 정치를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정치가 삐걱댄다면 국민이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한쪽으로 치우친 여러 미디어와 감언이설성 언사, 조삼모사형 작태에 휘둘리지 않고 투표를 제대로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미국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들은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민주주의에 대해 가르친다. 그중 독일의 민주시민교육이 가장 앞서 있다.

우리나라는 할까? 작년까지는 알고도,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안 했다. 자칭 ‘보수’라는 쪽에서 극렬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한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에서 하고 있다. 그것도 서울시 단 하나뿐이다. 서울시가 2014년에 민주시민교육에 관한 조례를 겨우 통과시켰는데, 그 조례에 근거해서 올해 가을부터 14개 단체들이 깨작깨작 시행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민주시민교육의 전부라는 말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시민교육을 할 필요도 없을 만큼 이미 깨어 있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국민들 교육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게 좋다고, 폭민정치暴民政治가 가장 편하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봉팔이한테 또 물어봤다.

“멍! 멍멍!”

나한테 “너 바보야?” 이런다. 못된 놈... 주인 보기를 개 같이 봐.

독일은 1976년에 제정된 ‘보이텔스바흐 합의안Beutelsbacher Konsens’이라는 학습원칙에 따라 초등학교 때부터 국가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그 합의안에는 세 가지 원칙이 명시되어 있는데, 그중 이번 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원칙은 두 번째 합의안이다.
 

2. 논쟁성 재현의 원칙

학문과 정치에서 논쟁적인 것은 교육에서도 논쟁적인 것으로 나타나야 한다.

이 요구는 첫 번째 합의안인 ‘제압 금지의 원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만일 각기 다른 관점들이 시야에서 차단되고, 여러 선택지가 억제되고, 또 갖가지 대안들이 언급되지도 않은 채 묻혀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교조 주입으로 가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한때 교조 주입의 세계 대표 격인 국가가 있었다. 이탈리아. 우리는 지금도 당시의 그들을 ‘파시스트’라고 부른다.

우리 국민들이 위에 언급한 보이텔스바흐 합의안에 이런 중요한 원칙들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지 않고 한국사 검정 교과서 집필자협회에 소속된 53명 전원이 결사적으로 반대까지 하는 교과서 국정화는 과연 논쟁성 재현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일까? 봉팔이한테 물어봤다.

“멍! 멍멍!”

이런, 나쁜 놈... 개소리 하지 말란다.

▲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적 파시즘(Fascism)

 

교육은 선거지대계選擧之大計

이명박 정권기였던 2011년 8월, 교육부는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 기준’을 고시했다. 이는 교과서 검정 시 합격 기준을 규정한 것이다. 이 기준에 따라 뉴라이트 계열인 교학사의 교과서를 비롯, 총 8종의 교과서가 출판되었다. 그 결과 교학사 교재 배포를 놓고 전국의 교장선생님들이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러나 8종 모두 어쨌든 검정 기준을 너끈히 통과한 교재들이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그 기준이 개판이라며 갈아엎어야 한다고 난리북새통이다. 그것도 그동안 양의 탈을 쓴 늑대 행세를 해왔던 황우여 교육부총리를 전면에 내세워서 말이다.

필자는 그가 잘 속는 ‘바보형’ 인간임을 믿는다. 그렇지 않다면 학림사건 재판에서 무고한 사람에게 어떻게 사형 판결까지 내렸겠는가! 바보형 인간이 아니라 ‘권력 굴종형’ 인간 또는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거들먹거렸던 루쉰의 ‘아Q형’ 인간일 수도 있겠다 싶다. 이렇든 저렇든 그는 바보형 인간일 뿐이다. 멍청해서 속았든지 권력에 굴종했든지 말이다. 그런데 지금 또 그가 똑같은 일을 반복하려 하고 있다.

이제 정말로 궁금한 게 생겼다. 집권하자마자 한쪽 다리를 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나머지 다리가 김무성 대표로 인해 절뚝거릴 위기에 봉착한 지금, 혹시 누군가가 이빨을 드러내면서 황우여 교육부총리를 윽박지른 것은 아닐까? 봉팔이한테 또 물어봤다.

“멍! 멍멍!”
이놈이 또 “너 바보지?” 이런다. 또...
“좋다, 이놈아. 그럼 누가 시켰는데?”
“멍! 멍멍!”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근데 왜곡을 하다니? 무슨 역사를 어떻게?”
“멍! 멍멍!”

이 개소리, 당사자들만 모를 뿐, 국민들은 다 해독할 줄 안다.

정부가 만든 기준에 따라 합법적으로 통과된 교과서들이 좌편향이라는 정부. 국민들에게 제대로 물어보지도 않았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백퍼(100%) 무시하는 정부. 언제나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역사’를 두고 보이텔스바흐 합의안에도 명시되어 있는 논쟁성 재현의 원칙을 거리낌 없이 외면하는 정부. 이런 정부는 도대체 뭐하는 정부인가? 이런 정부가 생각하는 국민의 수준이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멍! 멍멍!”

▲ 중우정치mobocracy에 의한 교과서 국정화는 최고 권력(국민) 죽이기

알아들 들으셨는가? 국민을 개무시하는 정부라고? 웁스... 그건 너무 ‘당돌직입’적인 돌직구 같은데. 필자의 번역은 이렇다.

“괜찮아. 학교 댕기는 아그들은 신경 꺼. 대통령 바뀌면 또 바꾸지 뭐. 언제는 우리나라 교육이 안 그랬나 뭐... 교육은 선거지대계選擧之大計라구.”

또 짖어댄다.

"크르르...크르르!"

시끄러, 이 개 같은......이 아니고, 이 개야!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부장관이 결정해서 고시하면 그만이다. 법적으로는 아무도 시비를 걸 수 없다. 설사 대통령이라 해도 말이다.

이름만 최고 권력인 우리 국민들은 역사적 사고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시민의식이 살아 있기를,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어 ‘언론비자유국’이 되지는 않기를, 진영논리가 아이들의 비판적 사고와 활발한 논쟁성을 짓밟지 않기를,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선거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일상화되지 않기를, 진심, 빌고 또 빌 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고 권력이라는 국민이 이토록 무력할 줄이야...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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