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 관광문화도시 서울만들기 제언
- 1천만의 시민 자발적 관광홍보대사화가 답이다
- 외국인 관광객 1500만 명 시대…질적 패러다임 만들어야
- 쇼핑과 식도락 관광에서 문화관광 중심지로 발전해야
- 통합적 문화관광 거버넌스 체계 구성이 절실

서울시민의 서울 여행 스케치

[스트레이트뉴스=박태순 선임기자] 지인의 병원입원을 앞두고 지하철역 3호선 동국대 역 근처에서 건강회복을 기원하는 모임과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 후,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프랑스에서의 10년의 생활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서울을 떠나본 적이 없는 나이지만 서울거리가 무척이나 낮 설었다. 서울 시민이 아니라 서울 방문 여행객이라는 생각으로 서울을 보니 새삼 많은 것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거리거리의 풍경이 새롭고 재미있어 걷는 것이 상쾌했다. 물론 교통이 혼잡한 것은 예외로 하고...


동국대 역에서 출발하여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을 지나 평화시장에 이르렀다. 온갖 의류와 원단들이 가득 쌓여 있는 가게 부스들을 지나 청계천에 도착했다. 오후시간이라 그런지 가게는 손님들의 발길이 끈기고, 물건을 나르는 오토바이는 길가와 전태일 다리 양쪽에서 가득히 모여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옷가게 여주인에게 "장사 어때요"하고 물어 봤다. "하루 종일 오천 원 팔은 적도 있다"는 돌아온 답에 가슴이 먹먹했다. 청계천은 상인들의 시름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맑게 흐르고, 메기, 참마자, 모래무지, 붕어를 비롯해 다양한 물고기들이 유영을 하고 있다. 물가의 두루미는 배가 불러서 인지 멀끔히 흐르는 물만 바라보고 자태를 뽐내고 있다.

서울 경관 - 두루미가 거니는 청계천 전경
서울 경관 - 두루미가 거니는 청계천 전경

광장시장에 도착했다. 온갖 음식들이 가득이 펼쳐져있고, 조리하는 냄새와 후덥지근한 기온이 섞여서 유쾌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곳만이 유일하게 활기가 넘쳤다. 해외에서 온 젊은 여행객들이 한국 음식 탐방을 위해 분주하게 오가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떡볶이, 순대, 빈대떡, 족발, 만두, 김밥, 막걸기, 소주, 육회를 비롯해서 온갖 길거리 음식이 가득했다. 외국인으로 가득한 광장시장의 풍경은 오히려 신기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왔다.

불안전한 외래관광 산업 실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실시한 ‘2018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래관광객은 1,535만 명으로 2017년 보다 15.1%가 증가했다. 관광업계는 이제 사드 여파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반도의 사드배치로 인해 중국이 한한령을 내리면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래관광객이 2016년도에 1,545만 명에서 2017년에 1207만 명으로 줄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관광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2018년 외래관광객은 1,535만명이 방문해 2017년 보다 15.1%가 증가하여 한한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방한 외래관광객은 주로 ‘여가, 위락, 개별휴가’(78.4%)를 목적으로 한국 여행 중 방문지역이 서울 방문(89.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주요 여행지는 ‘쇼핑’(92.5%)과 ‘식도락 관광’(71.3%)이 가장 많았으며, 만족도도 가장 높았다. 1인당 지출경비는 1,342.4달러정도로 나타났다.

서울경관 - 종로5가 광장시장 내부 전경
서울경관 - 종로5가 광장시장 내부 전경

서울 중심, 쇼핑과 식도락 중심의 관광이 주를 이루는 방한 외래관광은 단기적 이익을 창출할 수 는 있지만 지속가능한 문화관광산업 발전을 제한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외래관광객들의 방한 목적이 쇼핑이나 미식탐방이 주가 된다면 서울 여행의 활동 영역이 몇몇 소재와 지역에 집중되고 편협해지는 현상을 낳을 게 불보듯 뻔하다.

대다수 외래관광객들의 방문지가 명동이나 동대문시장 부근에 몰린다면 2000년 역사가 살아 숨쉬면서 압축성장의 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진 서울의 다양한 문화 및 관광 자원과 인프라가 외국 관광객에게 십분 드러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앞선다. 또한 중국 관광객 쇼핑이 중심을 이루는 현실은 내외적 여러 요인들로 인해 불안정하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의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이 될 소지도 크다.

2018년 방한 외래관광객 주요 현황 인포그래픽
2018년 방한 외래관광객 주요 현황 인포그래픽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문화관광 체계 구축

유네스코와 세계여행협회(Organisation Mondiale du Tourisme)가 파리에서 2015년 2월 공동 개최한 국제 컨퍼런스는 서울이 세계 관광명소로 도약하는 길이 어디어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당시 컨퍼런스는 관광과 문화 간의 사회·경제적 관계성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협력체계 모델을 제시했다.

이 컨퍼런스는 문화와 역사유산 보존 활동과 문화관광을 활성화시키는 정책적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문화는 관광산업 발전의 열쇠임을 강조했다. 또한 문화 자원을 관광산업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전 세계의 인류 문화유산과 예술작품 그리고 창작적 활동을 더욱 활성화 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공공기관, 지역 공동체 그리고 기업이 합심하여 보다 더 책임 있게 문화·예술 분야와 관광 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관광과 문화·예술의 결합, 문화·예술 분야의 관광자원화는 관광산업의 발전 뿐 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며, 새로운 창의적 활동을 위한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관광산업이 직면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화광관 산업으로의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시는 관광도시로서의 서울의 정체성과 명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으나 가시적 효과는 미비한 수준이다. 서울은 한양도성을 비롯한 전통문화, 도시 축제, K-팝과 한류 등 많은 관광자원들이 있다.

서울 관광문화 명품도시 만들기 제언. "하이, 서울 오길 잘했지?"하면서 1천만 시민 이 외국인 친구에게 서울 관광을 자발적으로 권하는 관광홍보대사화가 답이다.
서울 관광문화 명품도시 만들기 제언. "하이, 서울 오길 잘했지?"하면서 1천만 시민 이 외국인 친구에게 서울 관광을 자발적으로 권하는 관광홍보대사화가 답이다.

이러한 자원들을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문화 관광 자원과 아이디어를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도 필요하리라 본다. 서울시의 경우, 관광분야를 담당하는 서울시청의 관광체육국 내 관광정책과와 서울관광재단이 있고, 문화 분야를 담당하는 서울시청의 문화본부와 서울문화재단이 있다. 양쪽으로 분리된 행정체계를 상호 유기적인 업무체계와 사업지원체계를 구축하여 유사 중복 사업을 피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통합적인 거버넌스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문화를 통해 관광이 부흥하고, 관광을 통해 문화를 더욱 가치화 할 수 있는 문화관광 산업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서울-경기-인천’이 지역별로 수직화 된 현재의 관광정책 체제를 수평적 체제로 전환하여 상호간에 문화자원을 풍부히 활용하고, 보완할 수 있는 문화관광 거버넌스 체계, 즉 통합적 수도권 문화관광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패러다임적 전환의 결과는 서울시민이 구석구석을 먼저 찾고, 웃고 놀면서, 걷기만 해도 즐거운 서울의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서울이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나는 비결은 따로 없다. 1,000만 서울시민이 글로벌 친구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광문화도시가 서울이야"라고 권하는 자발적인 관광홍보대사로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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