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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정약용 하피첩, 치마 잘라 만든 보물 공개
이것이 바로 정약용 하피첩, 치마 잘라 만든 보물 공개
  • 이태희 (babydo@hanmail.net)
  • 승인 201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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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 서울옥션 경매에서 7억5000만원에 낙찰 받은 보물 제1683-2호 ‘정약용 필적 하피첩’을 공개했다.

하피첩(霞帔帖)은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이 유배시절 두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삶의 가치를 수록한 작은 서첩이다. 3개 첩으로 구성돼 있으며 여러 곳에 보존처리가 필요한 상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보존처리한 뒤 내년 2월께 특별전을 개최해 국민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정약용은 1810년 전남 강진에 유배하던 시절 부인 홍씨가 보내온 치마를 잘라 작은 서첩을 만들고 두 아들 학연(1783~1859)과 학유(1786~1855)에게 전하고픈 당부의 말을 적었다.

그리고 하피첩이라 이름 지었는데, 부인의 치마를 아름답게 표현한 것으로 부모의 정성이 담겼다. 하피첩에는 선비가 가져야할 마음가짐, 남에게 베푸는 삶의 가치, 삶을 넉넉하게 하고 가난을 구제하는 방법 등 자손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은 삶의 가치관이 담겨있다.

하피첩은 3개의 첩으로 구성돼 있다. 3첩의 하피첩 중 1첩의 표지는 박쥐문·구름문으로 장식된 푸른색 종이로 돼 있으며 나머지 2첩은 미색 종이로 장황(裝潢), 즉 서화의 표지장식으로 되어 있다.

첩의 크기와 표지는 조금씩 달라도 3점 모두 표지 안쪽에 붙는 면지를 붉은색 종이로 사용하고 있어 동일한 시점에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다. 푸른 표지의 1첩은 안에 필사 종이에도 동일하게 박쥐문이 그려져 있어 필사 시기와 장황 시기가 동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추후 적외선 촬영을 해 정확한 순서를 추적할 예정이다.

첩 내부에 쓰인 직물은 평직의 비단이며, 바느질했던 흔적도 발견된다. 갈변된 상태로 보이나 미세하게 적갈색을 띄고 있어 하피첩을 만들 때 사용된 치마의 염색 흔적으로 보인다. 이 첩은 제작 이후 한 번도 개장(改裝)되지 않은 상태로 1810년 당시의 첩 장황 양식 및 사용됐던 장식 종이 등을 짐작하게 한다.

하피첩은 표면 곰팡이, 물 얼룩, 접착제 약화로 발생한 들뜸, 회장 분리 등이 확인되고 있다. 손상 부분에 대한 보존처리는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할 예정이다.

일단 박물관 문화재 보존팀에서 유물에 해가 없는 친환경 저산소 방식을 이용해 살충처리를 하고, 과학적인 조사 및 분석을 토대로 하피첩 직물의 염료를 규명할 예정이다. 또한 가역성 있는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해 최소한의 보존처리를 시행할 계획이다.

보존처리에 사용되는 종이는 종이섬유분석 및 가공방법 연구를 통해 최대한 유사한 종이로 복원할 예정이며, 접착제는 밀가루에서 밀기울(단백질 등)을 제거한 후 전분 만을 남겨 제작한 전통적인 동양의 접착재료인 소맥전분풀을 사용할 예정이다.

또한 양질의 오동나무재를 사용하고 이중 오동나무 상자(외피는 전통 옻칠)를 제작해 보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절차를 거쳐 4개월 정도의 기간을 두고 보존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국립민속박물관은 하피첩이 한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공공자산임을 감안해 내년 2월께 박물관에서 특별전을 개최해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하피첩의 폭넓은 활용을 위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복제도 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복제가 필요한 공공기관을 파악해 그 기관에서 복제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