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광주 동구 YMCA 무진관에서 광주와 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주주의광주행동(준)'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5.10.14.

1971년 4월 29일 김대중 前신민당 대통령 후보는 김상현 비서실장을 통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박정희 후보의 승리는 결코 정당한 것이 아니다. 공화당 정권이 저지른 불법부정이 과연 100만표만 되겠는가? 동시에 민주주의 소생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서 새로운 결의와 분발이 있기를 바라마지않는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박정희 대통령은 정적인 김대중을 누르고 청와대는 사수했으나 부정선거 논란을 야기했다. 결국 한 달 후 실시된 8대 총선에서 공화당은 사실상 유권자의 심판을 받고 말았다. 총선 지원유세 과정에서 김대중은 부정선거 이슈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고 “부정선거 문제를 시정하지 않으면 중대결단을 하겠노라.”고 엄포까지 놓았다. 당시 개표 결과를 보면 공화당은 약 546만표를 득표해 야당 합계보다 12만표 정도 덜 얻는다. 야당이 신민당-국민당-민중당으로 나뉘어 있어서 지역구 의석은 공화당 86석, 야당 67석이었지만 국민의 의사는 분명히 야당에 대한 지지였다. 불과 한 달 전 박정희 대통령이 신민당의 40대 기수 김대중 후보를 8% 차이로 따돌리고 가까스로 세 번째 집권에 성공한 직후였다.

2004년 총선 승리 이후 40연패를 포함, 연전연패하던 민주당은 2008년 6월 4일 실시된 9개 기초단체장 이하 재보선에서 드디어 연패 사슬을 끊는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는 무려 50%를 넘어섰다. 그러나 4월부터 40%대로 급락하더니 두 달 만에 30% 초반까지 뚝 떨어졌다. 이유는 광우병 소고기 파동이었다. 고소영이니 강부자니 하는 인사 실패에 대한 여론악화도 함께 작용했다.

4·9 총선에서 149석 의석이 81석으로 크게 줄어든 민주당은 그래도 굴하지 않고 국민과 더불어 힘껏 싸웠다. 선거운동 시작 전날 민주당 민주노동당 자유선진당 등 야권 3당은 정운천 농림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17대 원내 1당인 민주당은 낙선 의원들이 수십명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낙망하지 않고 끝까지 쇠고기 재협상부터 하라는 당론 관철을 위해 싸웠다. 그들은 재보선 과정에서도 정부여당 '견제론'을 집중 부각시키며 지원 유세에도 적극 나섰다. 결국 한나라당은 경북 청도군수 외에는 당선자를 내지 못해 참패했다. 반면 대선과 총선 연패의 늪에 빠져 있던 민주당은 재보선 선전을 계기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민주당은 2009년 상·하반기 재보선,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상·하반기 재보선에서 승승장구한다.

성완종 스캔들 파동과 세월호 1주기 속에서 치러진 금년 4·29 국회의원 재보선은 야당이 4개 지역에서 전패했다. 특히 선거구 신설 이래 보수정당 후보에게 당선을 허용하지 않던 서울 관악(을)이 넘어가고, 4승 2패로 앞섰던 성남중원도 20% 이상 차이로 맥없이 무너졌다. 텃밭 광주 서구(을)은 당을 탈당해나간 무소속 후보에게 빼앗겼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난 2·8 전당대회 경선과정에서 문재인 대표는 ‘이기는 정당’을 구호로 내걸었다. 그는 취임 직후 이승만 박정희 前대통령 묘소 참배로 통합행보를 시작했다. 야당 대표로는 이례적으로 대한상공회의소부터 방문해 ‘유능한 경제정당’이 분배만을 앞세운 것이 아님을 행동으로 입증했다. 해병대 부대 방문에 나서서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고 말하는 등 ‘든든한 안보정당’ 행보도 가속화했다. 그의 일련의 행보를 보노라면 중도층 공략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우 클릭이다. 성완종 뇌물 스캔들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그 내막을 철저하게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제 1야당 대표는 한가로운 대선 준비뿐이다. 또한 세월호가 수장된 지 1년이 됐는데도 원통한 죽음의 진상에 대한 한 터럭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 못지않게 야당 심판선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처럼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늘 제대로 싸운 야당이 승리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패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가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입구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을 펼치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난입해 항의하고 있다. 2015.10.13.

4·13 총선이 겨우 6개월 남은 지금 정부여당이 역사전쟁을 도발했다. 그 의도는 분명하다. 거리에 내걸린 현수막을 보면 벌써 그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아이들을 종북 교과서로 가르칠 것인가 대 친일독재교과서로 가르칠 것인가로 프레임을 짜겠다는 심산이다. 새누리당은 애국보수 대 종북, 새정치연합은 민주 대 반민주로 몰고 가겠다는 계산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미 낡음과 낡음의 대결이다. 20세기와 20세기의 충돌이다.

2014년 지방선거 광역의원 정당투표에서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4당은 통합진보당 분열,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와 이석기 前의원 구속 사태로 인한 종북몰이, 새정치연합의 통합진보당 거리두기 등 최악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0.05%를 득표하면서 대단히 선방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종북연대는 하지 않겠다며 진보정당들과 선 긋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강원 충북 등 접전지역에서 재선된 도지사들은 야권연대를 하지 않았으나 그들이 제시한 공약을 보면 주로 생활밀착형 진보공약으로 진보정당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었다. 한편 경기도와 부산에서는 통합진보당 후보들의 막판 사퇴로 호기를 맞이했지만 무더기 무효표 또는 젊은층의 상당수 투표 불참으로 끝내 지방정권 교체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념 대결구도에 갇히면 바로 이러한 실수가 반복된다.

싸울 땐 싸워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싸워야 하느냐가 문제다. 지금은 이념을 중심으로 싸울 때가 아니다.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이미 1990년대에 판명이 난 사항이 아닌가? 지금 역사전쟁은 그저 박정희 前대통령에 대한 미화 시도일 뿐이다. 사실 역사전쟁도 교과서 전쟁도 아니다. 5·16과 유신을 찬양하고 싶을 뿐이다. 5·16이 쿠데타인가, 아닌가? 유신은 구국의 결단인가, 아닌가? 핵심에 집중할 때이다.

 

 

최 광 웅

참여정부 인사제도비서관
민주당 조직사무부총장
현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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