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이 하청업체와 약속한 상생방안 이행 여부를 공개하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경제보복으로 소재·부품 분야 중소기업 기술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상생 실천이 실질적으로 얼마만큼의 성과를 냈는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4월 하도급분야 대·중소기업간 상생방안 발표회를 열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포스코, KT, CJ, 네이버 등 8개 주요 대기업집단에 대한 최저임금 등 비용 상승에 따른 하청업체의 부담 완화 및 경영안정을 위한 각종 상생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상생 방안의 주된 내용은 하청업체에 자금 무상 지원이나 저리(低利)·무이자 대출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교육 프로그램과 신제품 개발비 등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상생방안의 이행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질의서를 지난달 11일 이들 기업에 발송했으며, 지금까지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을 제외한 6개 기업은 회신을 하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는 현대차와 포스코의 회신내용에 대해 “2018년 당시 발표한 상생방안이 어느 정도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요구한 데 대해

현대자동차그룹은 우선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 무상 지원을 위한 500억 원의 상생협력기금을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출연해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을 통해 신청한 1290개사에 지급했다. 

또 1000억 원 규모의 저리(低利) 대출 기금을 조성해 2·3차 협력업체 1466개사에 2% 이자 감면을 지원하고 있으며, 2·3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신기술 개발 교육 및 채용박람회, 해외진출 등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저리 대출 및 신기술 개발 교육, 채용박람회, 해외진출 등 상당수의 프로그램은 상생방안 발표회 이전부터 운영해왔던 사업이다. 

포스코그룹은 5160억 원 규모의 상생협력펀드를 조성해 1·2차 협력업체 366개사에 연이자를 1~1.5% 감면해주고 있다. 아울러 제철소 내에 상주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외주협력업체 97개사를 위해 1000억 원 수준의 협력작업비를 증액했고, 500억 원 규모 무이자 대출 펀드를 조성해 2차 협력업체에게 현금 대금을 지급하는 1차 협력업체 12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6월 기준 68억7000만 원의 자금을 지원 중이다. 

이와 달리 참여연대의 질의서에 회신하지 않은 삼성, SK, LG, KT, CJ, 네이버그룹은 지난해 밝힌 상생계획의 이행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이지우 간사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의 회신을 보면 이러한 상생방안이 하청업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다른 대기업들도 이를 이행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대·중소기업 간 상생은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전속적 거래구조, 기술탈취 등 불공정거래행위 없는 공정한 거래를 통해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상생 노력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매년 보다 폭넓은 규모의 상생방안을 계획하고 실행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원·하청업체간의 상생 노력의 효과가 하청구조의 정점에 있는 대기업 원청기업으로부터 하청구조의 말단에 있는 최하위의 하청업체에까지 전달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각 대기업집단마다 구체적인 원·하청구조의 층위나 규모가 다르겠지만, 일부 상위 하청업체들만이 상생협력의 성과를 ‘독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월 상생방안 발표회 당시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상생 협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단순히 혜택을 주는 시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 스스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문제”라며 “협약을 통해 협력 업체를 지원해 준 대기업은 협력 업체의 기술력 향상을 통해 더 큰 이득으로 보상받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LG전자 본사인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 휘날리는 LG전자 깃발

또한 최근 한국 기업에 대한 수출규제 등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해 각종 소재·부품·장비산업 등 중소기업 기술력의 중요성이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대기업의 상생 생태계 조성이 절실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참여연대 이지우 간사는 “일부 대기업이 겉으로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약속했지만 하청업체를 상대로 한 ‘갑질’ 문제가 여전히 드러나고 있는 만큼, 보여주기식 상생방안만을 제시하는 것은 장기적 산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청업체가 기술탈취, 단가 후려치기 등 각종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염려 없이 기술개발 등에 힘쓸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거래 질서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라며 “원·하청기업들 간의 진정한 상생 문화가 확립될 때에만 국가 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아직 회신하지 않은 6개 대기업집단의 답변을 촉구한다”며 “주무부서인 중소기업벤처부가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 노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이에 대한 실행여부 확인 및 지속적인 독려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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