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친일독재미화 국정교과서 대국민 서명운동'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난입해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에게 항의하고 있다. 2015.10.13.ⓒ뉴시스

지난 4일 손학규 전 대표가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키맵대학 초청 강연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강진 칩거 이후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침묵으로 일관해오던 손학규 대표는 귀국하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가 국민을 분열시키거나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한 "역사 교과서는 학계 최고 권위자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집필할 수 있도록 맡겨 줘야하고, 국가는 학계 최고 권위자들이 역사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편찬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자칫 정계 복귀의 사인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에도 현안에 대해 언급한 점은 미루어 작금의 정치 현실에 대하여 그가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아울러 대다수 국민들 또한 손학규 대표와 동일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는 트러블 메이커(trouble maker)?

미국산 쇠고기 사태로 국민적 저항을 경험한 이명박 정부가 백서를 통해 “정부 정책에 대한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집행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신뢰를 쌓아 이를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게 그 어떤 것보다 선행돼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임기 반환점을 돌아서는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내내 전국 곳곳에서 사회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모습을 보면 다른 선진국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 보인다. 즉, 갈등의 양상이 사회 구성원 사이 혹은 이익집단 사이에서 발생하여 사회문제로 확대되는 모습 보다는 오히려 정부와 정치가 사회 갈등의 진원지이자 매개자 역할을 하면서 일시에 전사회적으로 갈등이 확대된다는 점이다.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해산조례의 날치기 통과에 따라 이것이 시발점이 돼 전국적으로 확산된 공공의료 분쟁. 밀양 송전탑 건설에서 한전과 정부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밀어붙이기로 인한 밀양주민과 국민들의 전국적 저항운동. 세월호 사고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 무능, 불통으로 인한 국민들의 저항. 날로 격화되는 북한과의 군사대립, 최근에는 종북 매카시즘과 전체주의로의 노골적 회귀를 보여주는 국정교과서 문제 등등..

이처럼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켰던 사건들의 중심에는 모두 박근혜 정부와 정치가 자리하고 있다. 이 갈등이 확대되는 저변에는 권력의 비상식적 행태와 독선이 도화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책적 시각의 편협성, 자신의 언어만을 반복하는 자폐성과 불통 그리고 사고의 차이와 다름을 용납지 않고 동일시만을 강요하는 보수 반동주의(수구주의)는 박근혜 정부가 트러블 메이커가 될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다.

일반적으로 사회 갈등은 부정성의 다른 한편에서 사회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발전을 위한 약간의 부작용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가능하다. 개인 간 혹은 사회 집단 간의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의 다양성이 내재해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모습은 고도사회 혹은 성숙한 사회로 진화하는 여정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박근혜 정부와 정치로부터 도화선이 되는 갈등은 경제, 문화, 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 심각한 상처를 내고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면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하고 있다. 위로부터 아래로 강요되는 사회 갈등은 통제와 조정 능력을 상실하면서 무한 질주하게 되고 사회를 파탄으로 몰아간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급기야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는 헬 조선(Hell korea) 탈출에 대한 열망이 폭발직전에 이르고 있다.

 

눈먼 권력이 이끄는 길, 헬 조선(Hell korea)

성경에 보면, 예수가 당시 사회의 지배 세력인 바리세인들을 향해 "소경된 인도자여 하루살이는 걸러 내고 약대는 삼키는 도다" 하면서 진리에 눈을 감고 자신의 기득권과 지배 권력에만 몰두하면서 이스라엘 민족을 파멸로 몰아가는 행태를 강렬하게 비판하는 장면이 나온다. 위선과 거짓 그리고 율법이라는 지배구조 위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사지로 이끌어가는 모습이 오늘날 헬 조선으로 이끌어가는 박근혜 정부의 모습과 교차 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의 갈등지수(사회갈등'요인'지수를 사회갈등'관리'지수로 나눈 값)는 OECD 27개국가 중에서 터키 다음으로 높아 2위이며, 갈등으로 치르는 비용이 년간 246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사회갈등요인지수는 정치적 갈등(공공서비스의 정치적 비독립성, 정보접근 제한, 언론자유제한 등)과 경제적 갈등(소득불평등, 소득분포), 민족문화갈등(인구 이질성), 인구스트레스 등 4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아울러 사회갈등관리지수는 정부 정책의 효과성, 규제의 질, 부패통제 능력, 정부소비지출비중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사회갈등요인지수는 최상위에 있는 반면에 사회갈등관리지수는 최하위권에 있음으로 인해 사회갈등 지수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2014년 기준 삶의 만족도는 OECD국가 36개국 중에서 25위이며, 행복지수는 36개국 중에서 27위이다. OECD국가 중 자살률은 1위로 지난 10년 간 매일 38명 정도가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민의 삶의 질은 처절하고 매우 척박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와 정치는 사회 갈등의 주범이 되어 대한민국을 헬 조선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기득권과 권력의 칼 맛에 눈이 먼 소경이 국정 교과서라는 ‘하루살이’에는 목을 매면서 국민의 삶과 국가 비전이라는 ‘약대(낙타)’는 개 눈 감추듯 꿀꺽 삼켜버리고 서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은 외면하는 행태가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99.9%가 비정상이고 0.1%가 정상이라는 국무총리, 5천년 역사를 자기 입맛에 맞게 조작하려는 임기 5년짜리 대통령이 끌어가는 대한민국. 이 현실 자체가 헬 조선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18세기 정치철학자 조셉 드 메스트르(Joseph de Maistre)는 “민주주의에서 국민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진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현실에서 이 말은 틀린 것 같다. 상식과 수준 있는 국민들이 권력의 무지막지한 야만과 간교한 폭력 앞에서 무기력하게 서 있는 모습이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가 강조한 “악이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선한 사람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을 돌이켜보고 새겨볼 일이다. 이제 양식 있는 시민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가 명확히 보이는 것 같다. 더 이상 눈먼 자들이 우리 앞에서 우리의 길을 인도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태순
파리1대학 정치학 박사
성균관대학 초빙교수
미디어로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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