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와 먹의 대결

풍경을 치열하게 묘사하는 작가 두명의 작품을 비교하며 볼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유화와 먹의 대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미친 붓질'의 향연이다.

서울 이태원 스페이스비엠은 6일 한국화가 유근택(50·성신여대 교수), 서양화가 이광호(47·이화여대 교수)의 '같으면서 다른'전을 개막했다.

두 화가에게 풍경화는 사실적인 풍경을 통해 가장 주관적인 화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유근택은 아주 '징글징글하게' 풍경과 마주하고 이광호는 마주한 풍경을 '징글징글하게' 풀어낸다. 방법적으로 동양화 대 서양화처럼 극단적으로 대조적이다.

유근택은 '동양화의 현대화를 구축한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전통적인 구속이나 한계에서 벗어나 더 본질적인 회화의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수묵 회화'의 세계를 새로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유근택은 지난 3~5월까지 베를린에서 생활하며 그린 작품들을 선보인다. 다작으로 유명한 작가는 이 기간 동안 하루에 한 장씩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작가는 "독일 주변국의 회화적 전통을 체험하면서 익숙하게 다루던 도구들을 벗어나 더 많은 실험과 도전을 경험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완전한 몰두를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하이퍼리얼리즘의 끝판왕'인 이광호는 '선인장' 시리즈 이후 꾸준하게 풍경화를 시도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붓과 물감이 화면에서 한몸이 된듯 절정을 이룬 풍경화를 선보인다.

작품은 신기루같다. 멀리서 보면 사실적인 풍경이 한눈에 보이지만 가까이가면 모든게 풀어져 색만 남아 눈을 현혹시킨다. 묘사는 거의 없고 대신 다소 추상적으로 보이는 무수한 붓 자국과 날카로운 니들로 긁어내 드러난 캔버스의 흰색 바탕과 작가 몸짓의 흔적이 보여질뿐이다. 전시는 30일까지.02-797 3093

<사진=뉴시스>유근택, 뮐러미술관 가는길
<사진=뉴시스>이광호 제주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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