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마세요, 왜 이러세요."

배신의 소리를 찾아서, 이 소리는 어느 한 초선의원이 '여순사건' 유족들의 손길을 뿌리치며  짜증을 내는 소리입니다.

1948년 10월, 전라남도 여수에 주둔 중이던 국방경비대가 제주 좌익진압(4.3 사건) 출동 명령을 거부하고 반란을 일으킨다. 시민들이 합세하면서 세가 커진 반란군은 순천을 넘어 전라남도 일대를 장악한다. 식겁한 이승만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5개 연대를 투입하여 일망타진한다. 계엄군의 진압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불법체포와 연행이 자행되고 즉결심판과 사형선고로 반란군과 민간인 3,400명(행불자 포함 추정 사망자 1만 명)이 희생당한다.

사건 발생 71주년이 되는 2019년 초, 대법원은 여순사건 피해 유족들의 진실규명 요청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을 확정하고 여당은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런데 20대 국회가 종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법안은 아직도 국회 행안위에서 잠만 자고 있다. 유족들은 여당의 의지 박약과 소극적 태도에 분노하며 9월부터 국회를 방문해 1인 시위와 의원과의 면담을 통해 특별법 통과를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

권은희 의원의 '짜증 사태'는 이 과정에서 일어났다. 파문이 확산되자 권은희는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렸지만 글의 맥락은 진정한 사과라기 보다는 떨떠름한 유감 표명으로 해석된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방해' 폭로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 '광주의 딸'이라는 칭호(?)까지 받고 국회까지 입성한 권은희. 이후 탈당(새정치연합)과 입당(국민의당) 행보에 대해 배신이냐 소신이냐는 평가는 차치하자. 하지만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눈물을, 유족들이 내민 손길을, 그 간절함을 매몰차게 뿌리치는 것이 권은희의 '본색'이라면 그것은 배신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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