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AI '한돌'과의 3국이 21일 치러진다. 1국에서 92수만에 불계승을 거뒀지만 이튿날 2국에서 졌으니 3국의 승패가 궁금해진다. 다시 진다 해도 한 번이라도 이긴 것이니 박수를 받기 충분하다.

3년 전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건진 1승으로도 AI 개발사를 당황시킨 이세돌이 아니던가. 기세등등하게 건방을 떨던 AI도 이세돌의 '신의 한수'에 돌을 던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돌도 알파고처럼 딥러닝과 MCTS(Monte Carlo Tree Search)를 기반으로 한다고 한다. 딥러닝의 뜻을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 정도로만 알고 대충 넘어가도 MCTS는 도무지 낯선 단어다. 검색해보니 얼추 '바둑이나 장기 등의 게임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좋은 수를 찾는 방법'이라고 한다.

우리는 살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을 때 '좋은 수'를 찾는다. 공부 잘 하는 좋은 수가 없을까, 짝사랑 상대에게 마음을 얻는 좋은 수가 없을까, 돈을 벌 좋은 수가 없을까······. 평생 좋은 수만 찾다가 '별 수' 없이 세상을 뜨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권력 획득이 제 1의 목적인 정당에게 있어 '좋은 수'란 무엇일까. 의회에서 다수당이 되기 위해 선거에서 최대한 많이 당선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정당에게 유리한 '선거법'이 필요할 테니 여기에 '온갖 수'를 다 동원한다.

민주당과 군소야당, 이른바 '4+1'협의체가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올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가운데 놓고 '연동형 캡'과 '석패율제'로 대국을 치르는 중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들고 나와 '판 깨기'를 시도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를 치를 경우 한국당이 불리하니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표를 줏어먹겠다는 것이다.

'비례한국당 포석'이 한국당에게는 '신의 한수'가 될 지 모르겠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군소야당에게는 '심(심재철 원내대표)의 꼼수'로 다가올 것이다. 한국당이 AI와 대국을 둔다면 그 기가막힌 꼼수에 AI도 당황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정치의 역사에서 '어용정당'은 있었어도 '위성정당'은 없었기 때문이다. 즉 축적된 데이터가 없는 것이다. AI가 위험하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