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 명소인 경북 포항시 호미곶에서 쥐띠해 경자년(庚子年)을 맞아 설치된 쥐 조형물 너머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해돋이 명소인 경북 포항시 호미곶에서 쥐띠해 경자년(庚子年)을 맞아 설치된 쥐 조형물 너머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 10천간(天干) 12지지(地支)를 배합해 해수를 구별하는 간지법에서 띠 동물은 자축인묘(子丑寅卯)로 시작하는 지지로 표시하며, 경자년에서 자(子)는 바로 '쥐'를 의미한다. 경자년은 육십간지 중 37번째 해로, '하얀 쥐의 해'다.

쥐라고 하면 더러움이나 간사함의 상징처럼 통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쥐에게서 긍정적인 것을 봤다. 쥐띠 해를 풍요와 희망, 기회가 드는 때라고 의미를 부여했으며,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식복(食福)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난다고 했다.

쥐가 풍요 혹은 다산이라는 이미지와 연결되는 까닭은 그 왕성한 번식력에 기인한다. 나아가 자(子)는 자(玆), 혹은 자(滋)와 음이 같아 '무성하다'거나 '싹이 트기 시작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곤 했다.

쥐가 일상생활에 끼치는 해는 크지만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이 있다 해서 신령스런 동물로 간주되기도 했다. 서구 영화에서 지진 발생이나 화산 폭발 등의 자연재앙을 예고할 때, 흔히 쥐가 떼지어 나타나는 장면을 만나게 되는데, 쥐가 갖는 예지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쥐의 이런 특성은 삼국사기 신라본기 혜공왕 5년 기록에서도 확인되는데 "치악현(지금의 원주)에서 8000여 마리나 됨직한 쥐 떼가 이동하는 이변이 있자 그 해 (겨울이 되어도) 눈이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쥐는 해안 도서 지방 일부에서는 그 지역 수호신으로 숭배되기도 한다. 전남 비금도 월포리와 우이도 진리, 대촌리, 경치리, 서소우이도에서는 당(堂)에서 쥐신을 모신다. 선원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쥐떼가 배에서 내리면 난파한다"거나 "쥐가 없는 배에는 타지 않는다"는 속신(俗信)은 쥐가 갖는 예지력를 웅변한다.

나아가 쥐는 어려운 여건을 딛고서 살아남는 근면한 동물이다. 재물이나 다산,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으로 우리네 민간전승에서 두루 나타난다.

12지지의 하나로서 쥐를 활용하는 전통은 이미 신라시대에 농후하게 나타나는데, 김유신 묘라든가 민애왕릉과 흥덕왕릉 등지에서는 쥐를 형상화한 띠 동물상을 무덤 주위에 두르거나, 납석제(蠟石製) 쥐 조각을 무덤 안에 넣기도 했다. 흥덕왕릉 12지신상 중에서 쥐만이 유일하게 천의(天衣)를 걸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조선시대 들어와서는 쥐의 생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쥐 그림이 많이 전한다. 들에서 수박이나 홍당무를 갉아먹고 있는 쥐를 묘사한 그림은 재미를 선사하기도 하는데 율곡 이이 어머니인 신사임당(申師任堂)이 그린 수박과 쥐 그림은 이런 경향을 대표한다. 겸재 정선 또한 '서투서과'(鼠偸西瓜)라 해서 같은 소재를 한 그림을 남기고 있다.

'쥐가 모자를 씹으면 재물을 얻게 된다'거나 '쥐가 방안에서 쏘다니면 귀한 손님이 온다' 했으며, '쥐가 집안에서 흙을 파서 쌓으면 부자가 된다'고도 하고 '쥐띠가 밤에 나면 잘 산다'고 했는데, 부디 쥐띠 새해에는 이런 쥐들만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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