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부터 4선을 지낸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4월 총선에서 여수갑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5.11.30. ⓒ뉴시스

지난달 30일 호남 유일의 4선인 김성곤 의원이 호남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당의 승리를 위해 작은 밑거름이 되려 한다.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호남 내 최다선 의원으로서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현 지역구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알렸다. 

지난 2.8 전당대회 과정에서 20대 총선 불출마를 약속한 문재인 대표나 18대 대선 당시 후보단일화를 촉구하며 20대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최재성 의원의 예가 있었지만, 문 대표는 최근 혁신위원회가 전·현직 당대표의 험지 출마를 촉구하면서 다시 부산 출마의 가능성이 열려 있고 최재성 의원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김성곤 의원이 새정치연합 의원 가운데 사실상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 1호라고 할 수 있다.

총선 때만 다가오면 야당가에는 유독 호남 물갈이론이 기승을 부린다. 그동안 호남은 야당 공천이 곧 당선이었기 때문이다. 13대 평민당, 14대 민주당, 15대 국민회의, 16대 새천년민주당, 17대 열린우리당, 18대 통합민주당, 그리고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 공천장만 들고 호남을 가면 평균 89.3%의 아주 높은 당선 확률을 보였다. 사실상 호남의원은 야당의 임명직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호남은 본선보다도 공천 티겟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하다. 과거 김대중 총재가 전일적인 공천권을 행사하던 시절에는 정권교체를 위해 적절한 물갈이를 단행했다. 2004년 17대 총선부터는 상향식 경선과 계파 간 안배 등으로 공천권한이 분산돼왔다. 그러면서 물갈이 폭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정치개혁기였던 17대는 무려 62.5%의 현역이 물갈이되었고 초선 비율도 53.1%였다. 18~19대 역시 이에 못지 않았다. 현역의원 물갈이 비율은 45.9%였다. 초선의원 비율도 36.1%였다. 

또한 지난 19대 총선 결과 민주통합당 당선자 분포를 보면 3선 이상이 42명인데 이중 고작 9명이 호남이다. 4선 이상은 총 15명인데 호남은 김성곤 의원 단 1명뿐이다. 호남은 거듭된 물갈이로 다선이 살아남기 힘든 실정인 것이다. 이렇듯 역대 호남 물갈이가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총선이 점점 다가오면서 야당 내 물갈이에 대한 요구는 또 다시 호남 출신 국회의원의 물갈이로 단정해버린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호남은 소수파다. 전국 대비 인구 비중이 10.2%에 불과하며 이미 2013년 5월 충청권에 추월당했다. 국회 의석도 30석(19대 기준)으로 정확하게 10%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선거구 재획정에 따라 줄어들어야 한다. 영남 의석 67석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회 의석수는 곧 여의도에서 정치적 영향력의 크기를 표현한다. 

지방분권을 주요 정강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은 19대 지역구 당선자 106명 중 압도적인 65명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비율로는 무려 61.3%이다. 이쯤되면 새정치연합은 수도권당이 아닌가? 4선 이상 다선도 15명 중 12명, 80%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3선 이상으로 확대해도 42명 중 22명으로 과반수가 넘는다.

19대 총선은 야권연합(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의 승리가 기대됐으나 새누리당의 과반수 확보로 막을 내렸다. 의석 112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야당이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승리한 17대 열린우리당은 수도권에서 69.7%의 의석을 석권했다. 그러나 19대 야권연합은 연대의 위력을 발휘하고도 61.6%의 의석만을 차지했을 뿐이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우선 물갈이 미흡을 꼽을 수 있다. 새누리당은 18대 수도권 다수당이었지만 야권연대에 대항하기 위해 무려 46명의 정치신인을 공천했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은 대부분 현역 지역위원장 위주로 공천을 하고 정치신인은 31명만을 배치했다. 이미 공천전에서 압승을 포기한 것이다. 

한편,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새정치연합 다선의원들의 지역 분포를 보면 역시 수도권이 가장 많다. 수뢰죄로 구속 중인 박기춘 의원(경기, 3선, 탈당), 입법로비 사건으로 1심 구형이 끝난 신계륜(서울, 4선).신학용(인천, 3선) 의원, 처남 취업 청탁 사건으로 검찰에 서면답변서를 제출한 문희상 의원(경기, 5선), 로스쿨 졸업시험에 낙방한 아들을 구제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신기남 의원(서울, 4선) 등이 그들이다.

이밖에도 수뢰죄로 의원직을 상실한 김재윤 의원(제주, 3선)과 한명숙 의원(비례, 3선), 그리고 최근 의원실에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하여 산하기관에 시집을 강매한 의혹을 받고 있는 노영민 의원(충청, 3선) 등 도덕적 물의를 야기하는 중진들은 온통 비호남 출신들이다.

호남 중진은 딱 한 명 있다. 저축은행 두 곳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으로 2012년 9월 기소되어 1심 무죄, 2심 집행유예 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 중인 박지원 의원(3선)이다. 

이처럼 데이터를 살펴보면 물갈이의 주된 대상은 호남 중진들이 아니라 오히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비호남 중진들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 호남 중진들은 사실보다 과다하게 낙인찍혀 있는 것이다. 

수도권은 선거구 획정이 완료되면 의원정수가 더 늘게 되므로 야당에게는 전략적으로 더 중요한 지역이 된다. 호남은 사실상 새누리당 의원의 당선 가능성도 별로 없는 지역이다. 수도권 물갈이가 더욱 중요한 까닭이다. 

불출마 선언 스타트는 호남 김성곤 의원이 끊었다. 그러나 2호, 3호는 수도권에서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야당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야당 중진들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한다.

 

최 광 웅

참여정부 인사제도비서관
현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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