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지력을 크게 개선하거나 뇌의 노화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없다"

"초콜릿이 누구에게는 쾌감을 일으키고 누구에게는 억제할 수 없는 분노를 일으키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진한 다크초콜릿의 성분을 살펴봐야 한다. 초콜릿에는 쾌감을 유발하는 여러 화합물이 들어 있다. 이 중 다수는 우리 뇌에서 향정신성 효과를 일으킨다. 그럼 우리가 초콜릿을 사랑하는 건 이 때문일까? 일부 사람들이 갑자기 분노를 터트리는 것도 이 때문일까? 물어볼 것도 없이 그렇다."(80쪽)

"커피 한 잔, 콜라 한 컵을 마실 때마다 도취감과 행복감이 밀려오는 것은 카페인이 도파민 신경세포의 활동을 자유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캔 콜라에는 약 40밀리그램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십대는 부모만큼 많은 카페인을 섭취한다. 그저 카페인을 섭취하는 방법만 다를 뿐이다."(222쪽)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의 비밀을 파헤친 '감정의 식탁'이 번역 출간됐다. 저자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의과대학 교수이자 유전과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게리 웬크다.

저자는 음식을 통해 인간의 감정이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혔다. 약물이든 음식이든 모두 신경세포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 우리의 생각과 감정과 태도 또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몸에 들어가는 물질은 영양소가 있든 없든 모두 약물로 보아야 한다"며 "커피, 차, 담배, 알코올, 코코아, 마리화나는 물론이고 초콜릿이나 (건강식품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리신, 트립토판 같은 필수 아미노산처럼 영양소를 함유한 식품조차도 약물의 속성을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흔히 이러한 식품의 성격을 규정할 때 '향정신성'으로 표현하는데, 이 말은 이들 약물과 음식이 우리 뇌를 비롯해 일상적 행동, 정신 작용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약물과 음식은 신경전달물질의 원재료일 뿐 아니라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을 방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촉진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 소포에 저장되지 못하게 막거나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것을 방해하며 수용체 단백질과 신호를 주고받지 못하게 가로막거나 재흡수를 늦추고 어쩌면 효소에 의한 비활성화까지도 저지할 수 있다."

향정신성 효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경전달물질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과 약물 속 화학물질들이 어떻게 현재의 우리 감정과 행동을 좌우하는지 다양한 예시를 담았다.

"식이보충제를 섭취해 뇌의 트립토판 수치를 높이면 기분이 더 좋아질까? 그렇지 않다. 식단만으로는 혈장 트립토판의 수치를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에 트립토판의 섭취량을 조절해 기분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것은 근거 없는 이야기다. 트립토판 보충과 소모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트립토판의 수치가 변해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집단은 우울증에 대한 개인력 또는 가족력이 있는 특정 환자들뿐임을 알 수 있다."(156쪽)

"편두통은 치료할 방법이 거의 없는데다, 대부분의 약은 불쾌한 부작용이 있어서 장기적으로 사용하기가 힘들다. 약 20년 전 효과적이고 안전한 대안 치료제로 트립탄이라는 새로운 계통의 약물이 나왔다. 이 계통의 약물은 대부분의 환자에게 효과가 있지만, 두통이 일어날 때 바로 복용해야 한다. 또한 추위나 더위가 느껴지거나 몸에 힘이 빠지거나 왠지 '묘한' 느낌이 드는 등의 달갑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 묘한 느낌은 종종 ‘세로토닌 증후군’으로 불리는데, 그 증상에는 마음 상태의 변화도 포함된다. 이런 마음 상태의 변화는 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환자처럼 유전적 취약성을 지닌 사람에게 크게 나타날 수 있다."(181쪽)

제임스 맥거프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 신경생물학과 교수는 "게리 웬크가 풍부한 역사적 지식으로 음식과 감정, 생각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줬다"며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뇌 지식을 바로잡고 음식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추천했다.

저자는 "'적절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라'는 오래되고 따분한 조언을 따르기보다는 손쉽게 약을 복용해 노화 과정을 거스르고 마음 내키는 대로 먹을 수 있기를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과학이 발전해도 뇌 촉진제는 개발되지 못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약물과 고대의 영약, 신비한 이름이 붙은 특이한 치료제를 찾고 세월을 거스르는 기적의 뇌 촉진 성분에 대해 떠들어대는 수많은 광고에 현혹돼 돈을 지불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인지력을 크게 개선하거나 뇌의 노화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매일 적당한 칼로리를 섭취하고 규칙적으로 적당한 운동을 하며 천연공급원으로부터 비타민과 무기질을 얻으려고 애써야 한다. 비싼 보충제는 잊어버리고 다양한 음식에서 조금씩 보충하면 된다. 이 방법이야말로 노화 과정을 늦추고 암 발병률을 줄이며 건강을 향상시키는 유일하게 효과적이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이다." 김윤경 옮김, 256쪽, 1만6000원, 알에이치코리아

<사진=뉴시스>감정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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