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쓰고 외출한 테헤란 시민들.
마스크를 쓰고 외출한 테헤란 시민들.

 

중동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한 이란 내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밤 12시를 기준으로 이란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501명, 사망자는 66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수는 매일 60% 이상 증가하고 사망자는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란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테헤란을 비롯해 전국 주요 발병지에서는 지난주부터 군과 경찰이 방역 작업에 나선 상태다. 이들은 시위 진압용 물대포 차량으로 도로에서 소독액을 대량으로 살포하고 있다.

마스크와 장갑, 손 소독제와 같은 위생용품과 의료용품이 부족해지면서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는 이를 사재기하는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2일 테헤란 남부에서 의료용 마스크 500만 장, 위생 장갑 3200만 켤레, 수술용 흡입 파이프 등을 사재기해 저장한 창고를 급습해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 물량을 보건부로 전달했으며 되도록 빨리 일반 국민에게 배포하겠다고 입장이다. 

골람호세인 에스마일리 이란 사법부 대변인은 3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 속에 마스크, 손 소독제와 같은 위생용품과 의료용품·장비를 사재기하는 행위를 엄벌하겠다"라며 "이런 범죄는 5∼20년의 징역형부터 최고 교수형까지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한 주간 이런 사재기 행위 11건, 20여명을 적발했다"라며 "국민이 필요한 물품을 횡령하는 이런 사재기 행위는 최악의 경제 범죄다"라고 비판했다.

이란 준군사조직인 바시즈민병대는 보건부와 협력해 의심환자를 찾아내기 위해 30만 팀이 3일부터 집마다 찾아다니겠다고 밝혔다.

이슬람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이 지난주 시아파 성지인 곰, 마슈하드를 포함해 전국 주요 23개 도시에서 금요 대예배를 취소한 것은 이란 지도부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는지 알 수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3일 국영방송을 통해 코로나19를 방역하고 치료하는 의료진이 '지하드'(이슬람을 지키는 성전)라면서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모든 정부 부처와 군은 역량을 총동원해 바이러스에 맞서야 한다"라며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라는 게 알라의 명령이므로 이 명령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외국 언론들은 이란의 코로나19 치사율이 전 세계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을 근거로 이란이 확진자 수를 의도적으로 은폐·축소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에 적대적인 논조인 영국의 BBC 이란어 방송은 지난달 28일 익명의 이란 의료계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최소 210명이라고 전했다.

이 보도가 나온 직후 키아누시 자한푸르 이란 보건부 대변인은 "BBC가 제기한 의혹은 전혀 근거없는 허위 사실"이라며 "국내에서 호흡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환자를 모두 합해도 그런 숫자(210명)가 되지 않는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BBC는 이란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가짜 뉴스를 보도했다"라며 "이란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반박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가짜 뉴스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공익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도 "우리는 발병 첫날부터 전염병과 관련한 정보를 정직하고 투명하게 공개하지만 많은 발병국이 실제 인명피해를 숨긴다"라며 "적들의 심리전에 흔들리면 안된다"고 했다.

이란에서는 2일 저녁부터 인터넷 속도가 상당히 느려졌다. 이란에서는 가짜 뉴스의 유포를 막는다는 이유로 시위나 재난과 같은 부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인터넷 접속이나 속도를 통제한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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