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 사망사고에 노조 대책 촉구
3월 물량, 작년 8월보다 22% 급증
"새벽 배송은 쉴 틈 없는 철야 노동"
"비인간적 노동에 내몰릴 일 없어야"

18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조찬호 공공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 조직부장이 쿠팡 배송 현장의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8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조찬호 공공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 조직부장이 쿠팡 배송 현장의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쿠팡에는 고객을 위한 새벽배송 서비스는 있어도 배송하는 쿠팡맨을 위한 휴식과 안전은 없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40대 쿠팡 택배기사가 배송 도중 사망한 사건을 두고 쿠팡 노동조합이 새벽배송 중단 등을 주장하며 규탄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본의 탐욕 앞에서 무한 경쟁과 비인간적 노동에 내몰리는 '쿠팡맨'이 더는 없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이달 12일 새벽 쿠팡 소속 40대 비정규직 배송 노동자 김모씨가 경기 안산의 한 빌라 건물 4층과 5층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쿠팡에 입사한 김씨는 최근 현장 업무에 투입돼 배송 업무를 수행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택배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달 배송 물량은 지난해 8월 대비 22% 증가했다. 통상 무더위 때문에 배송 물량이 많은 여름보다도 양이 더 늘어난 것이다.

쿠팡에서는 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하루 주문의 3분의 1 정도가 집중된다. 새벽배송이 가능한 품목은 무려 500만 가지다. 전국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창고) 수십 곳의 면적을 모두 합치면, 축구장 151개 넓이에 달한다. 쿠팡이 지난 2016년 인천과 경기도 남양주 덕평에 지은 ‘메가물류센터’의 규모는 각각 9만9174㎡(약 3만 평)이다.

쿠팡맨 1인당 배송 물량은 지난 2015년에 비해 2017년 3.7배가 증가했다. 배송 산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산업의 주역인 배송 노동자의 처우는 후퇴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쿠팡맨은 6개월마다 계약이 갱신된다. 때문에 임금체계 변경 등의 회사 요구에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3500명 이상의 쿠팡맨 중 계약직은 70% 정도다. 쿠팡맨들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4년간 동결된 임금도 높이고 싶다는 바람이다.

계약직인 쿠팡맨들은 이어지는 불안 속에 경쟁에 내몰렸고, 직무급제(직무의 난이도나 책임 정도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두는 제도)가 시행되며 그 경쟁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새벽 근무 중 사망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새벽배송'을 중단하고 노동자의 휴식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지부는 쿠팡에 ▲새벽배송 중단과 노동자 휴식권 보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정규직 고용 원칙 ▲가구 수와 물량뿐 아니라 배송지 환경 등을 고려한 친 노동적인 배송환경 마련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교섭의 성실한 이행 등을 요구했다.

배송 중인 쿠팡맨
배송 중인 쿠팡맨

 

코로나 19 확산 영향으로 쿠팡은 ‘인터넷 쇼핑’ 국내 시장에서 최대 수혜자가 됐다는 평가다. 지난 10일 앱 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의 ‘2월 주요 소매시장 결제 동향’을 보면 인터넷 쇼핑과 배달업종은 1월과 전년 동월보다 결제금액이 증가했다. 

2월 쇼핑앱 이용 시간(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준)은 대폭 증가해 총 사용시간은 5.45억분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 4.73억분대비 15% 증가한 수준이다. 총 실행횟수도 163억회로 1월 141억회 대비 16% 늘었다. 일반적으로 2월은 1월보다 결제액이 감소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터넷 쇼핑 서비스가 올 1월은 물론 지난해 2월보다 결제금액이 증가했다.

가장 많은 결제금액이 나온 곳은 바로 쿠팡이다. 쿠팡의 2월 결제 추정액은 1조6300억 원으로 1월(1조4400억)대비 13% 증가했다. 이어 이베이코리아가 1조4400억 원으로 1월(1조2600억 원)보다 14%, 11번가는 7300억 원에서 8200억 원으로 12% 신장했다.

쿠팡은 노조 측의 이번 요구에 대해 배송인력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택배회사와 비교해 쿠팡맨의 담당 배송지가 넓은 것은 사실이지만 차이가 매년 줄고 있고, '쿠팡 플렉스'(일반인이 자신의 차량으로 배달하는 아르바이트) 도입 이후로는 극성수기인 명절에도 추가 근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늘어난 주문량은 쿠팡 플렉스로 대체하고 있으며 근로시간을 준수하고 있다"며 "노조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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