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까지 경마중단으로 인한 매출 손실 1조원 넘어
레저세 등 마사회가 내야 할 세금 1000억원 이상 줄어
승마 뿐 아니라 관련산업 전체가 사실상 '개점휴업'
초유의 적자경영 예상되는 마사회 비상경영체제 돌입

경마 중단 기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실 추정액.(이미지=한국마사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대한민국 말 산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국마사회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경마가 일시 중단되면서 경영에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19일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3월 한 달 경마가 쉬면서 8000억원이라는 매출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문제는 경마 중단이 마사회라는 기업의 적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마산업과 승마산업·말 생산업 등 전후방 말 산업을 냉각시키는 치명적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나온 말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말산업의 경제 산출규모는 3조4125억원에 달하고 약 2만5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경마산업은 말산업 전체 산출규모의 90%에 육박할 정도로 말산업 발전의 허브기능을 담당한다.

코로나19로 장기 경마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는 비상경영위원회를 최근 가동해 경마매출 하락에 따른 경영위기 대응방안을 수립하는 한편, 경마를 비롯한 말 산업 전반의 회생을 위해 협력업체·임대업자·관련 종사자들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초유의 장기 경마 중단으로 8000억원 매출 감소에 경마 관계자·말 생산자 소득원도 막혀

한국마사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월 23일 임시휴장에 들어간 이후 휴장기간을 계속 연장하고 있다. 하루 평균 8만5000명이 찾던 과천과 부산경남·제주 경마공원과 30개 지사도 찾는 사람이 없이 적막감만 흐르고 있다.

한 달 휴장으로 마사회의 경영에도, 경마 상금이 주 소득인 기수, 조교사, 관리사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경마상금을 주된 수입으로 삼고 있는 경마 관계자들은 1110여명. 경마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한 달 평균 200억원 가량의 경마상금이 발생하지만, 모두 허공으로 날리게 됐다.

경마일에 근무하는 근로자 약 5000여명 또한 휴업상태로, 휴업수당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경마일 경비·환경미화 근로자들도 줄어든 일거리 덕에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월급도 경마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달보다 30% 줄었다.

경주마 경매 시즌을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던 말 생산농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경마 중단으로 3월 초 예정됐던 경매가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마사회의 경매 낙찰 경주마 우대정책에 대한 기대로 이번 경매에는 작년(133두)보다 크게 늘어난 168두의 말들이 시장에 나올 예정이었지만 경매가 연기되면서 자금 경색 위기에 처한 농가들도 생겨나고 있다.

경매 상장마의 약 50%가 낙찰되고, 평균 낙찰가 4000만원 수준으로 가정할 때, 생산농가로서는 35억원 가량의 매출이 사라지게 된다.

올해 미국에서 씨수말 ‘오버애널라이즈’를 고가에 수입하는 등 우수한 국산마 생산을 위해 과감히 투자한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는 이번 경매 무산으로 약 5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산자협회 김창만 회장은 “코로나 사태로 경주마 생산농가의 피해도 막대하다. 다른 나라들은 온라인 마권 발매가 가능해 관람객 없이도 경마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어 경주마에 대한 수요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만 온라인 발매가 막혀 있는데 경마 정책은 단순히 한쪽 면만 보지 말고 산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마 팬들에게 우승마 추리를 위한 경마정보를 제공하던 경마전문지 판매업자들과 ARS와 SMS로 정보를 제공하던 통신매체들도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경마전문지 및 통신매체 예상 시장은 연간 약 300억 규모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번 휴장으로 25억원의 매출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마공원 내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 바로마켓도 '시름'

경마와 삶을 함께하는 사람들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세 개 경마공원에는 총 26개의 식당이 매 주말마다 고객을 받고 있는데 이번 휴장으로 인해 약 8억6000만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중으로 꽉 차 있어야 할 경마장 관람객이 텅 비어 있다. 경마 중단은 식당이나 편의점 등 관련 서비스업체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사진=한국마사회)

식당뿐만이 아니다. 과천·부경·제주 경마공원과 30개 지사에는 71개의 편의점이 입점해 있는데, 편의점의 전체 월매출이 약 14억에 달한다. 특히 작년부터 경마공원 내 식당과 편의점은 소상공인과 사회적 약자가 주로 운영하고 있어 더욱 심각한 생계 피해가 우려된다. 과

천 경마공원 인근에 위치한 식당들도 경마일인 금·토·일에 식당을 찾는 손님이 80% 정도가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고 한다.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인 바로마켓도 멈췄다. 바로마켓은 연간 147만 명이 찾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바로마켓도 일시 휴장하면서 참여하는 140개 농가의 판로가 막혔다. 이로 인해 3월 한 달 동안 11억원의 매출이 증발할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휴장기 동안 인근 대형마트에 단골 고객들을 빼앗기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빨리 물러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봄을 맞아 승마인들을 기다리고 있던 민간 승마장들도 허탈하기 그지없는 모양이다.

올해 마사회는 일반 국민 4000명과 사회공익직군 종사자 5000명을 대상으로 승마 강습 지원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일정을 연기했다.

성인 4000명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회공익직군, 즉 소방관, 교정직, 방역직 공무원 5000명에게 심리·신체적 안정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으로, 전국 승마장에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코로나로 ‘잠시 멈춤’ 상태에 들어갔다.

승마로 건강과 힐링을 얻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강습을 기대하고 있던 승마 교관들과 마필관리사들도 당장의 생계를 걱장해야하는 상황이다. 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460여개의 승마장 연 매출은 600억을 웃돈다.

◇경마매출 하락으로 1조원 세수확보에도 비상등.. 마사회 비상경영체제 돌입

국가 곳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경마매출액 중 73%는 구매자들에게 환급되고, 16%는 레저세와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로 납부된다.
2019년 마사회의 매출액은 7조3572억원. 이 중 레저세로 7357억원, 지방교육세로 2943억원, 농어촌특별세로 1471억원이 국로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번 경마 중단으로 세수도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달 휴장으로 1000억원 이상의 세수가 증발되는 것이다.

마사회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우선 경마상금이 주 수입원인 기수와 조교사, 관리사에게 손길을 내밀었다. 경마 중단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200억원 규모 내에서 자금을 무이자로 대여하기로 했다.

또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 사업장 내 입점한 업체들에 대해서는 경마 중단 기간 동안 임대료를 받지 않고, 미시행 기간만큼 계약기간도 연장해주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발생 두 달. 마사회는 3월 26일에서 4월 9일까지 경마중단을 연장했다. 이에 따른 매출 손실은 약 1조1000억원 정도다. 미증유의 적자 경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말산업은 하나의 생태계와 같아서 어느 한 부분이 교착되면 연쇄적으로 다른 분야도 불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위기에 빠진 말산업이 과연 어떻게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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