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스 오펜하이머
'2030 미래 일자리 보고서'

세계 경제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일자리’다. 경제발전은 물론 개인의 소득과 정부의 세금은 모두 일자리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좋은 일자리를 준비하고, 만들어내고, 유지할 것인가?”는 우리 사회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일자리는 사람들의 생계와 정체성에 영향을 준다. 때문에 ‘일자리 수’ 증가와 감소에 따라 온 나라의 분위기가 바뀌고 금융 시장이 요동친다. 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선거 결과를 결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미디어의 관심은 항상 얼마나 많은 일자리 ‘양’을 늘렸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동안 기술 발전이 일자리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앞으로 기술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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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의 ‘일자리의 미래 2018’ 보고서는 향후 5년간 세계에서 창출될 일자리는 1억 3300만 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로봇에 의해 대체될 일자리는 그 절반 정도인 7500만 개로 예상했다. 로봇과 인공지능, 자동화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현상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시작됐다.

중국의 대표적 제조 기업인 폭스콘은 수천 대의 로봇을 제조 공정에 도입하겠다는 발표와 대량의 인원 감축을 단행했다. 중국의 기업가와 정부 관계자들은 “인간이 0명인 공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일본 도쿄의 ‘헨나호텔’에선 인간처럼 말하고, 안내하는 로봇이 투숙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 호텔의 인간 노동자는 단 2명뿐이다. 일본의 공항, 박물관, 은행에서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로봇이 가이드로 일하고 있고, 미국의 공구 용품점 등 몇몇 유통업체에서도 로봇이 판매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 3D프린터, 자율주행차, 슈퍼컴퓨터 등 최신 기술은 일자리 지도를 완전히 변화시킬 전망이다. 환자의 증상을 살피고 진단을 하는 의사, 약을 조제하는 약사, 기본적인 계약서를 쓰는 변호사, 루틴한 기사를 쓰는 기자 등 전문가라고 생각했던 직업들도 이미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연예인도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다. 사망한 배우가 영화에 출연하거나, 인간 배우는 최소한의 촬영만 하고 나머지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일이 이미 할리우드에서는 일반적인 일이 됐다.

그렇다면 로봇은 각 분야의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우선 언론의 상황을 보면 이미 많은 신문사에 로봇 기자가 있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는 이미 경제 분석 기사와 스포츠 뉴스 기사들의 상당수를 기자가 아닌 컴퓨터(인공지능 알고리즘)가 쓰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기업의 분기 실적 보고에 관한 뉴스, 고등학교 풋볼리그의 뉴스, 지방 선거의 득표율에 대한 뉴스 등은 로봇에 의해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인쇄매체를 위협하는 다양한 형태의 언론도 저널리스트들을 위협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SNS) 서비스는 이미 기존의 언론 매체보다 더 큰 파급력을 자랑한다. 

일본의 몇몇 소매 체인에서는 이미 인간처럼 보이는 로봇을 판매원으로 도입했다. 그들은 로봇이 훨씬 더 효율적이며 고객으로부터 사람 판매원보다 더 나은 평가를 얻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외모를 한 로봇은 인내심이 강하고 감정에 좌우되지도 않으며 항상 제시간에 등장한다. 로봇은 아프지 않고 휴가를 갈 필요도 없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북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는 현금이 사라지고 있다. 입출금을 비롯한 일반적인 은행 업무는 온라인과 모바일로 처리할 수 있게 된 지 오래다. 이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은행에 방문한 고객들의 상품 가입 상담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P2P 대출, 크라우드 펀딩 등 민주적이고 탈권력적인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은행의 전통적인 수익원인 대출 상품마저 위협받는다. 

균형감, 정의감, 판단 능력이 필요한 권위 있는 직업이라고 여겨졌던 법률가 역시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 신고업무, 계약서 작성 등 신입 변호사들이 하는 일은 이미 많은 부분 인공지능으로 대체됐다.회계사도 마찬가지다. 이미 세금 신고 업무는 온라인 자동화되었으며, 절세 상담은 방대한 데이터를 몇 초 만에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훨씬 정확하고 빠르게 해낸다.

지난 1997년 러시아의 체스마스터 게리 카스파로프가 IBM 슈퍼컴퓨터 '딥블루'와의 대결에서 패한 이후와 2011년 더 최근에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이 제퍼디 퀴즈쇼에서 완승한 이후로 인간이 패턴 인식, 기억, 연산에서 기계보다 열세하다는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의료업계는 그 어떤 업계보다 슈퍼컴퓨터에 의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의료진은 경험에 기반해 병을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는데, 베테랑 의사의 경우에도 고작 몇 천 명의 환자를 경험했을 뿐이다. 슈퍼컴퓨터는 수십억 명의 샘플을 비교하고 패턴을 분석해 이를 근거로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다.

아울러 웨어러블 기기의 보편화로 의학은 ‘치료’보다는 ‘예방’을 목표로 하게 될 전망이다. 지금의 의학은 환자가 심장마비로 쓰러진 뒤에나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나 미래의 의학은 환자의 몸 상태를 365일 24시간 체크해 발병하지 않도록 미리 치료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은 자동화의 적용이 가장 느리게 이루어지는 분야 중 하나였지만 이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미래에도 벽돌로 쌓은 학교는 존재할까. 아니면 학생들이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집에서 수업을 듣고 오후에 학교에 와서 몇 시간 동안 선생님들과 함께 숙제를 하는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 스타일로 바뀔까. 선생님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모두 사라지게 될지 궁금해진다. 

제조업은 이미 최근 몇 십 년 사이에 로봇화가 많이 진행된 대표적 분야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조립 공정의 80%가 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기기나 핸드폰 같은 일부 산업에서는 조립 공정의 10% 정도만이 자동화 돼 있는데, 이는 로봇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 전에 다음 버전의 신제품이 개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3D 프린팅 기술이 더 널리 보급되면서 공장의 모습은 더욱 혁신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계적인 의류 업체 여러 곳이 3D 프린터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아시아와 남아메리카의 OEM 공장을 철수하고 본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현실이다.

로봇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작 분야까지 거침없이 잠입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국경이 무너지고, 스포츠는 증강기술로 인해 더 치열하고 액티브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상 분야에서는 그래픽 기술로 죽은 배우를 살려내고, 몇 백 명의 군중을 수만 명으로 만들고 있으며, 음악가들은 창작과 퍼포먼스, 홍보, 회계까지 모두 해낼 수 있는 1인 기업가가 되기를 강요받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일자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로봇이 단순 반복적인 노동을 대신하면서 인간에게 여가 시간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기계적인 기술을 요하거나 지극히 단순한 일들은 앞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극소수만이 새로운 기술의 진보로 인해 이익을 얻을 것이기 때문에, 정보 기술과 자동화가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모든 성인을 위해 최저 생계비(기본소득)를 지원하고, 인생의 여러 단계에서 각 단계에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하는데 투자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를 재분배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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