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전국 아파트값 25.4% 올라…서울은 '고공행진'
중저가 아파트 많은 동대문·성북 등 강북에서 상승폭 커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있다고 장담하고 싶다. 임기 대부분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고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

2019년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얘기다.

과연 그럴까? 임기 반환점을 돌아 3년 3개월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부동산 문제로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럽다.

아파트값이 얼마나 올랐나를 놓고 국회에서는 국토교통부장관과 야당의원간에 설전이 오갔고, 이 과정에서 통계 출처와 가격 산정 기준 대상을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경제정의실천민주연합에서는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서울 25평 아파트가 4억5000만원이나 올라 역대 정부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며 날센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8월 2일이면 문재인 정부가 두 번 째로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지 3년이 된다.

8.2대책은 2017년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39일 만에 내놓은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6·19대책)'에 이어 발표한 두 번째 부동산 대책. 핵심내용은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지정,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 양도소득세 강화, 금융규제 강화 등이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가장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으로 불렸던 '8·31대책'을 대부분 담고 있어 '복사판'이라는 얘기가 있었고,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휴가 중인 상황에서 대책이 발표되면서 부동산 정책을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아니라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주장과는 반대로 집값은 움직이고 있고,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는 계속해서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부에서는 정부가 집값만 올려놓고 애꿎은 집주인들만 잡는다며 원성을 쏟아내는 등 선순환이 아닌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3년간 광역시도별 아파트값 변동률(%). 2017년 8월 4일 대비 2020년 7월 24일 기준. (자료=부동산114)
최근 3년간 광역시도별 아파트값 변동률(%). 2017년 8월 4일 대비 2020년 7월 24일 기준. (자료=부동산114)

부동산114 시세조사를 보면 아파트값은 3년 전에 비해 25.4% 올랐다(2017년 8월 4일 대비 2020년 7월 24일 기준). 매년 8%가 넘는 상승률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흐름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대한민국 집값의 흐름을 좌우하는 서울이다. 서울은 3년 만에 46.6%나 올랐다. 말 그대로 '고공행진'이다.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전국 평균 상승률을 웃돈 곳은 서울과 대전(33.2%) 뿐이다. 경기도(22.5%)도 평균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 만큼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컸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 중 상승률 5위를 보면 동대문·성북·마포·서대문·영등포 순으로 모두 강북지역이고, 상승률도 모두 50%를 웃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도 45.7%나 올랐다. 강남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고 자위할 수도 있지만 강북지역에서의 급격한 상승흐름이 문제다.

강북은 강남3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들이 많고 투기(또는 투자)수요보다는 실수요자들의 거래가 많은 곳이다.

서울 마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정부가 고가아파트를 묶으니 자연스럽게 중저가 아파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또 내 집 장만을 계획하던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움직이는 아파트값을 볼 때마다 마음이 다급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학습효과 때문에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아파트값이 흔들리면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이러한 분위기가 내 집 장만 시점을 앞당기면서 가격도 덩달아 끌어올리는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아파트값 흐름이 마치 도미노현상 처럼 확산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경기도 아파트값 상승률 5위에 오른 과천과 성남·광명·하남·구리시 모두 서울과 접하고 있는 곳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규제도 필요하지만 시장경제에서 가장 기본적인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작동해야 가격이나 심리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간다"며 "그래서 정부가 곧 발표할 예정인 공급대책이 어떤 내용을 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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