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배터리 전망에 투자…분사 이득없어"
증권가 "분사로 배터리사업 가치 재평가"
주가에 놀란 LG화학 "주주이익 해치지 않아"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확정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모습. 연합뉴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확정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모습.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2차 전지 사업’ 글로벌 1위로 꼽히는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하기로 했다. 분사가 확정되자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호평하는 분위기가 강하나 LG화학 주가가 급락하면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18일 증권가와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날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지사업부를 분할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뒤 오는 12월 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분할은 LG화학이 분할되는 배터리 신설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진행하며 LG화학이 비상장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갖게 된다.

LG화학은 이번 분사에 대해 "회사분할에 따라 전문 사업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한층 증대되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심차게 시도한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 물적분할은 시장에서는 ‘악재’로 평가됐다. 분사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자 LG화학의 주가는 이틀 연속 11.6% 급락(전날 기준)했다.

이는 LG화학의 개인 투자자들이 배터리 사업의 물적 분할로 개인 투자자들의 주주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 탓에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물적분할은 기존 회사가 새로 설립되는 분할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방식이다. 기존 주주가 아닌 기존 회사가 신설 법인의 소유권을 가지게 된다. 즉, LG화학이 새로 설립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당장 이번 분사로 기업가치나 주주가치가 훼손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LG화학 기존 주주들은 분사 후에도 계속 LG화학 주식만 보유하게 되고 분할된 사업에 대한 지배력은 약해진다.

개인 투자자들은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주주들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나눠가져야 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LG화학의 이번 결정이 주주가 아닌 회사의 입장만 반영된 결정이었다고 보고 비난하고 있다.

분노한 개인투자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토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 청원자는 “LG화학 물적분할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아달라”며 “전기차 관련주, 배터리 관련주라고 생각해서 LG화학에 투자했는데, 분사를 하면 투자한 이유와 전혀 다른 화학 관련주에 투자한 것이 된다”는 글을 작성해 많은 수의 동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보유한 주식 가치가 낮아질 것이라는 불안이 나온다면 더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매도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매도의 이유를 설명했다.

LG화학의 오창 전기차배터리생산라인에서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는 LG화학 연구원들. LG화학 제공
LG화학의 오창 전기차배터리생산라인에서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는 LG화학 연구원들. LG화학 제공

이렇듯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과 불만 섞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의도 증권가는 이번 물적분할을 계기로 배터리 사업부문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게 돼 장기적으로는 LG화학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그룹 연구원은 “물적분할 이후 기업가치 훼손 요인은 없다”며 “분할 방식에 대한 논쟁은 투자포인트를 잊게 만들고 논점을 흐릴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주주 입장에서는 기업가치 상승이 최초의 투자포인트였을 것이고 물적분할이 결론적으로 생존과 기업가치 상승으로 귀결될 것인지만 판단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FI(재무적 투자자) 유치 혹은 IPO(기업공개)를 진행할 경우 배터리 사업은 현재보다 높은 가치로 평가될 전망”이라며 “분사 전에는 석유화학 등 다수 사업부와 혼재돼 있을 경우 디스카운트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분사 후로는 CATL 등 글로벌 전지 기업과 직접 비교를 통해 제 가치가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도 “LG화학보다 생산 능력이 작지만 중국 CATL이 시가총액이 78조원인 반면 LG화학은 48조원에 불과하다”며 “전지사업의 가치가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시장과 증권업계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LG화학은 물적분할로 인해 주주 이익이 해치지 않을 것이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차동석 LG화학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은 전날 긴급 컨퍼런스를 통해 "존속법인이 분할법인의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되는 것으로 기존 LG화학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차 부사장은 "오히려 물적분할 법인의 집중적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가 제고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결정이라고 판단했다"며 "기업공개(IPO)를 바로 추진해도 1년정도 소요되며, 관례상 비중은 20~30%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IPO를 통해 배터리 사업이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으며, 존속법인인 LG화학의 주주가치에도 당연히 반영이 될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LG화학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LG화학 측은 이번 배터리 사업부 분사로 석유화학사업과 첨단 소재사업, 바이오사업에 투자할 수 있어 해당 사업의 가치를 더욱 증대시킨다는 목표다.

차 부사장은 “LG화학이 이번 분할을 통해 배터리 신설법인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추후 상장을 통한 평가가치 제고와 석유화학, 첨단소재, 바이오의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 전략으로 기존 LG화학의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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