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회장, 정용진·유경에 지분 증여...증여세만 3000억 넘을 듯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왼쪽)과 신세계 정유경 총괄사장. 연합뉴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왼쪽)과 신세계 정유경 총괄사장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보유했던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일부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에게 증여하면서 분리 승계에 속도가 더욱 붙게 됐다. 다만납부해야할 증여세만 3000억원이 넘어 승계 작업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이명희 회장이 정용진 부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2%,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신세계 지분 8.22%를 증여했다고 밝혔다.

신세계 측은 "책임경영 강화를 위한 것으로 그룹 지배체계의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으나 재계에서는 경영승계가 공식화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번 증여로 인해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8.22%, 신세계 지분 18.22%에서 각각 10%로 줄어들었다. 반대로 정용진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은 18.55%, 정유경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은 18.56%로 높아졌다.

두 회사의 최대주주도 이명희 회장에서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으로 교체됐다. 다만 이 회장은 최대주주에서는 물러났으나 회장직을 유지해 양사 경영에 계속 참여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1년 신세계로부터 대형마트 부문을 인적 분할해 별도법인 이마트를 출범하며 분리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2016년에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각각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의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분리경영이 본궤도에 올랐다. 지분 맞교환으로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정유경 총괄사장은 신세계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그룹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희 회장이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해 각 사의 책임경영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판단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증여를 결정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증여와 관련돼 주식, 현물 납부 등을 모두 열린 가능성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마트와 신세계, 둘 다 상반기에 어닝쇼크를 냈던 만큼 두 인물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증여시기를 앞당겼다는 해석도 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제 재계에서는 승계 작업에서 내야할 증여세와 납부 방법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29일 종가기준으로 이마트 증여주식은 3244억원, 신세계 증여주식은 1688억원어치로, 총 4932억원 규모다.

증여세율은 증여금액이 30억원을 넘으면 50%다. 여기에 최대주주가 주식을 증여할 경우 20% 할증된다.

증여액은 신고일 기준 전후 두 달 간 종가를 평균해 결정되는 만큼 최종 증여액은 11월 29일 이후 결정된다.

주가 변동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정 부회장 남매가 내야 할 증여세는 정 부회장 1940여억원, 정 총괄사장이 1000여억원으로 모두 3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 남매는 2006년 9월 부친인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주식 147만여주를 증여받고 2007년 3월 시가 3500억원에 해당하는 주식 66만2000여주를 현물로 납부했다.

그러나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이번에는 증여세를 현물보다는 현금으로 납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물 납부는 최대 주주의 지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2007년에도 당시 증여세를 현물 주식으로 납부하면서 정 부회장은 지분율이 9.32%에서 7.32%로, 정 총괄사장(당시는 조선호텔 상무)의 지분율은 4.03%에서 2.52%로 낮아진 바 있다.

한편 신세계는 승계 과정에서 재계에서 흔히 이뤄지던 ‘편법 승계’ 대신 정공법을 택하며 막대한 금액을 납부했다. 3500억 규모의 증여세를 신세계 주식으로 현물 납부했고, 이번에 또다시 300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납부할 경우 65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부담하는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 그룹은 다른 재벌과는 달리 복잡한 순환출자 없이 지분구조가 단순한 편”이라며 “이번 증여로 경영승계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나 잔여 지분이 상당한 만큼 경영권 승계가 완료되기 위해서는 후속절차와 증여세 논란이 해결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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