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통해 국내 최초의 주민참여형 풍력발전단지로 출발
SK D&D가 30MW 규모 설비 증설하며 총 45MW로 늘어
발전 이익금 분배 등 소통으로 지역주민 동참 이끌어 내
유채꽃 축제·조랑말 체험 등과 연계…관광객 발길도 늘어

'한국판 뉴딜'이 나온지 두 달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판 뉴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린 뉴딜과 관련된 후속 정책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는 그린 뉴딜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저탄소 경제를 선도하는 등 에너지 정책 대전환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에너지 대전환을 이끌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오늘과 내일, 그리고 미래발전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아름다운 길 녹산로'. 녹산로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마을 네거리에서 북쪽 제주시 조천읍 대천동으로 이어지는 약 10km 구간으로, 조선시대 최고의 목마장이던 녹산장과 갑마장을 관통하는 길이다. 특히, 녹산로 양 쪽을 따라 펼쳐지는 유채꽃과 벚꽃의 향연은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경관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던 곳이다.

제주도의 중산간마을(해발 100~300m의 고지대 마을)인 가시리와 녹산로가 최근에는 새로운 이슈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녹산로 중간 쯤에 조성된 풍력발전단지 때문이다.

제주도에는 가시리 외에도 풍력발전소가 꽤 있지만 가시리 풍력발전이 관심을 끄는 것은 전국 최초로 공모를 거쳐 조성된 국산화 풍력발전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한 마을에 풍력발전단지 2곳이 동시에 들어서 있는 곳도 가시리가 유일하다.

지난 4일 찾은 가시리풍력발전단지. 녹산로를 사이에 놓고 동쪽과 서쪽 2곳에 걸쳐 대형 풍차들이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힘차게 돌고 있었다.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는 지난 2008년 제주도가 국내 최초로 공모를 통해 선정된 곳으로, 13기(15MW)의 국산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국비 254억원, 지방비 181억원 등 436억원이 투입됐으며 지난 2012년 3월 가동에 들어갔다.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는 지난 2008년 제주도가 국내 최초로 공모를 통해 선정된 곳으로, 13기(15MW)의 국산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국비 254억원, 지방비 181억원 등 436억원이 투입됐으며 지난 2012년 3월 가동에 들어갔다.

먼저 들른 동쪽에 자리한 단지.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이다.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는 지난 2008년 제주도가 국내 최초로 공모를 통해 선정된 곳으로, 마을목장부지 2만9649㎡에 큰사슴이오름(대록산·472m)을 배경으로 한진산업(1.5㎿×7기)과 유니슨(750㎾×3기), 효성(750㎾×3기) 등 3개사에서 총 13기(15MW)의 국산 풍력발전기를 설치했다. 사업비는 국비 254억원, 지방비 181억원 등 436억원이 투입됐으며 지난 2012년 3월 준공됐다.

풍력발전은 건설과 운영 과정 과정에서 사업주체와 주민간의 갈등으로 곳곳에서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화력이나 원자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부감은 적지만 환경 훼손 논란과 발전기로 인한 소음 문제, 인근 농업 등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때문이다.

때문에 이 보다 앞서 유니슨이 가시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성산읍에서 추진하던 풍력발전사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중단됐던 적도 있었다.

◇ 가시리 국산화풍력발전은 국내 최초의 주민참여형 공모사업

하지만 가시리풍력발전단지는 이런 문제들이 거의 없다. 가시리풍력단지는 공모를 통해 2009년초 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3년여 만에 준공이 될 정도로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마을에서 5km 남짓 떨어져 있어 소음으로 인한 걱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목장에는 예전처럼 소와 말들이 노닌다. 더불에 발전단지에서 발생하는 수익 중 일부는 마을주민들이 공유하고 있다.

주민들은 연간 3억원 가량을 임대료 명목으로 받는다. 풍력발전소 운영 주체인 제주에너지공사가 마을 발전기금으로 내놓는 돈이다. 또 가시리에 2년 이상 거주하는 주민은 가구당 월 2만원씩 전기료 지원 혜택도 받는다.

정윤수 가시리 이장은 "마을에 들어오는 발전기금은 가시리 출신 학생들의 장학금과 노인 복지기금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시리 발전소는 “훗날 원상복귀가 가능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울타리는 제주도의 특색을 살린 돌담으로 만드는 등 사업주체와 주민간 사전협의를 거쳐 분쟁를 일으킬 소지를 최소화 하면서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가시리 풍력발전은 국산화풍력발전단지와 SK D&D가 조성한 30MW급 풍력발전 등 총 45MW 규모이다.
가시리 풍력발전은 국산화풍력발전단지와 SK D&D가 조성한 30MW급 풍력발전 등 총 45MW 규모이다.

◇ 유채꽃 축제·조랑말 체험과 연계 새로운 볼거리로 '각광' 

현장을 함께 동행한 가시리 주민 오영철 씨는 "풍력발전이 처음 들어온다고 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풍력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을 거의 찾아보지 못할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발걸음을 옮겨 녹산로 서쪽으로 이동했다. 이 곳에는 10개의 풍차가 돌고 있었다. SK D&D가 조성한 30MW급 풍력발전이다. SK D&D 풍력발전은 제주도의 국산화 풍력보다 3년여 후인 2015년 4월부터 가동되고 있다.

이 사업은 제주도가 지난 2011년 12월 공모로 진행된 것으로 공모에서 준공까지 약 5년 남짓의 시간이 걸렸다. 심의과정에서 다소 시일이 걸리면서 전체적인 사업기간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다른 사업지와 비교해 그래도 빠른 사업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국산화 풍력발전단지의 학습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 오 씨는 "당시 환경훼손과 소음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가 됐던 만큼, 주민과의 이익공유 문제가 가장 컸었다"며 "이 부분이 해결되고 나서는 일 추진이 순조로웠던 것으로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그 만큼 최근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해서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주민수용성 문제 해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SK D&D는 목장을 20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해 주민들에게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고 있다.

가시리 풍력발전은 2개 사업장에 걸쳐 풍차 23개 돌고 있다. 설비용량이 총 45MW급이다. 연간 2만5000가구 정도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이 곳에서 생산된다.

주민수용성 문제 해결을 통해 성공적으로 안착한 가시리 풍력발전은 주변 유채꽃과 벚꽃의 향연으로 봄철이 되면 '드라이브족'으로 붐비는 녹산로 등과 연계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유채꽃 축제가 열리는 '유채꽃 광장'(위)과 관광객들의 체험해볼 수 있는 조랑말 체험장.
유채꽃 축제가 열리는 '유채꽃 광장'(위)과 관광객들의 체험해볼 수 있는 조랑말 체험장.

인터넷 블로거와 카페 등에 수 없이 올라오는 가시리 풍력발전 탐방 후기가 이를 말해 주고 있고, 관광객의 유입은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유채꽃길을 모두 갈아 엎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을 뿐이다.

정 이장은 "지난해 유채꽃 축제기간에 약 14만명이 가시리를 찾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고, 소문이 나서인지 평시에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많아졌다"며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발길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가시리는 풍력발전을 조랑말·목축박물관 등 체험형 관광과 연계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사로잡으면서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정 이장은 "풍력발전 인근에 카페 등 먹거리는 마을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찾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식당도 하나 둘 늘어나는 등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국가 일이라는 게 그렇찮아요. 주민들도 무조건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사업을 추진하는 측에서 가슴을 열고 주민들과 소통하고, 합당한 보상을 제공한다면 일은 생각보다 쉽게 진행되지 않을까요?" 헤어지기 전에 들은 오 씨의 마지막 말이다.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 위치도(네이버 지도 갈무리 후 재작업). 파란색 타원 안의 하얀색으로 보이는 것이 풍력발전기이다.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 위치도(네이버 지도 갈무리 후 재작업). 파란색 타원 안의 하얀색으로 보이는 것이 풍력발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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