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제로' 꿈꾸는 제주 '카본 프리 아일랜드(CFI)' 실무 책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4085MW 공급…원전·화력 대체"
한림·구좌·표선 등에 100MW 이상 해상 풍력발전단지 조성
"주민 수용성 문제 등은 진정성 있는 소통·대화로 다가갈 것"

'한국판 뉴딜'이 나온지 두 달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판 뉴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린 뉴딜과 관련된 후속 정책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는 그린 뉴딜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저탄소 경제를 선도하는 등 에너지 정책 대전환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에너지 대전환을 이끌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오늘과 내일, 그리고 미래발전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쉽지많은 않겠지요. 하지만 가야할 길이고, 누군가는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잖아요. 공직에 들어온지도 31년이 되는데, 이 일이 저에게 주어진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힘을 합하면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고, 또 시대의 흐름도 청정에너지로 가고 있지 않습니까? 탄소 없는 섬, 제주도가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리고 그 일을 한다는 게 한편으로는 책임감과 함께 자부심도 느끼고 있고요."

'탄소 제로(0), 세계 최고의 청정지역'을 꿈꾸는 제주특별자치도 김미영(53) 저탄소정책과장의 자부심이자 포부이다.

김미영 제주특별자치도 저탄소정책과장.
김미영 제주특별자치도 저탄소정책과장.

제주도는 지난 2012년 '카본 프리 아일랜드(CFI·Carbon Free Island) 2030'을 선언했다. 카본 프리 아일랜드란 말 그대로 '탄소 제로 섬'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공해가 없는 섬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 장점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을 십분 활용하자는 취지다.

CFI 2030의 핵심은 제주도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를 화력이나 원자력이 아닌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모두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 4085MW(메가와트)를 확보해 제주도 내에서 소요되는 전력을 모두 감당하게 된다. 발전원의 핵심은 풍력(2345MW)과 태양광(1411MW)이다.

도내를 운행하는 모든 차량도 전기차로 대체된다. 전기차는 2019년말 기준 1만8000여대가 운행 중인데, 2030년까지 37만7700여대로 늘려 100% 전기차만 다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전기차충전소도 1만7700여곳에서 7만5500여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같은 '탄소 제로 섬' 구현을 위한 막중한 짐을 짊어진 부서가 미래전략국 저탄소정책과이다.

하지만 CFI 실무책임자인 김 과장 앞에 주어진 숙제는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맞춰 CFI 계획을 수정·보완하느라 눈코 뜰새가 없었고, 도내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진행하는 TF(테스크포스) 회의도 이끌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출근하는게 다반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CFI 목표 달성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2030년 목표로 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가 4085MW인데, 현재 13%에도 미치지 못하거든요. 그래도 9년여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가능하다고 봐요. 특히, 풍력발전의 경우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주민 등과의 소통만 잘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풍력·태양광 발전 사업 현황. 2020년 8월말 현재. [자료: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 풍력·태양광 발전 사업 현황. 2020년 8월말 현재. [자료:제주특별자치도]

김 과장의 얘기처럼 제주도가 2030년 목료포 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에서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345MW로 57.4%, 태양광이 1411MW로 34.5%를 차지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이 90%를 넘는다. 하지만 2019년말 기준 태양광은 17.4%에 불과하고, 풍력(11.5%)은 이에 훨씬 못미친다.

그래서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분야가 해상을 중심으로 한 대형 풍력발전이다.

"구좌읍 한동·평대를 비롯해 한림과 대정에서 해상풍력발전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모두 100MW 이상의 대규모 시설이에요. 또 월정·행원과 표선·하천·세화2리에서도 역시 100MW급 이상의 해상풍력을 준비하고 있고요. 현재 절차가 진행중인 풍력발전만 10곳 635MW 규모가 됩니다."

제주도가 계획하고 있는 사업들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게 김 과장의 설명이다.

김 과장의 기대와는 다르게 대정과 한동·평대해상풍력발전이 늦어지는 등 현실은 녹록치 않다. 두 프로젝트 모두 주민수용성 등의 이유로 제주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제주도가 제출한 '대정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지정 동의안’은 지난 4월 도의회에서 부결됐고, '한동·평대 해상풍력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내용 동의안'도 지난 9월 심사 보류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는 김미영 과장.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는 김미영 과장.

"한동·평대해상풍력은 변전소 위치가 평대리에서 한동리로 바뀌면서 해상 송전 선로 역시 변경됐고, 이 과정에서 일부 이견이 노출되면서 사업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도 근본적으로 사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선로 문제 뿐만 아니라 생태계·안전문제 등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주민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또 "대정풍력의 경우 주민수용성 문제와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동물보호단체의 반대로 오랜 시간 지체되고 있는데요. 결국 이 역시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지 않나. 객관적인 자료들을 준비해서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아도는 전기로 가동중단 사례가 늘고 있는 발전설비에 대해서는 제3연계선 해저케이블 공사가 완료되면 해결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제주와 완도를 잇는 제3연계선 해저케이블 공사가 곧 시작됩니다. 제3연계선은 한국전력이 추진하고 있는데, 완도 주민들의 반대로 4년 넘게 진척이 없었어요. 다행히 완도읍 도암리 주민들이 받아들이면서 곧 첫 삽을 뜰 수 있게 됐는데요.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이용해 만들어진 전기를 육지로 보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그 양이 충분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과 같이 남아도는 전기 때문에 발전시설을 멈추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나면서 햇빛이 강하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발전량 급증으로 발전기를 강제로 멈추는 이른바, 출력제어(셧다운)' 사례도 늘고 있다. 남아도는 전기는 한전의 전력계통으로 흡수하거나 외부(육지)로 역전송해야 하는데 현재는 연으로 보낼 해저케이블이 없기 때문이다.

"정책이라는 그 차제가 추진과정에서 불가피한 갈등과 이견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봐요. 중요한 것은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하게 이해당사자들과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소통과 대화에 모든 것을 걸거구요. 그러면 일들이 잘 풀리지 않을까요?"

10여분의 짧은 인터뷰를 끝내면서 마지막으로 한 김 과장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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