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등장은 역시 달랐다. 대세가 돼버린 트로트 열풍에 너도나도 서툰 연륜으로 자웅을 겨루는 시기, 브라운관에 홀연히 나타나 "얘들아, 노래는 이렇게 부르는 거란다"라고 훈수를 두듯 시청자를 들었다 놓더니 다시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거장은 기원전 500여년전의 철학 거장 '테스형'을 소환한다. 너무나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명언을 빗대 자신의 70년 노래 인생의 소회를 담은 것이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거장의 눈에는, 또한 철학자의 눈에는 죽으면 끝인 고만고만한 인생사에서 맞네 틀리네 잘났네 못났네 치고박는 꼴이 우습게 보일 뿐이다.

'이름 모를 잡초'로 사는 것도 인생이거늘 고관대작에 앉았다고 남 무시하기를 '수시로' 해대는 꼴이 가소로운 것이다.

'무시로' 살면서 찬찬히 '갈무리' 해야 할 인생이건만, 빈곤한 철학에 사악한 패악질만 해대는 누구에게 거장은 한 마디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너는 얼마나 대단한 인간이기에"

남에게 손가락질 하기 전에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보라는 테스형의 말씀을 명심했다면 여의도에서의 저 볼썽 사나운 아귀다툼도 없었을 것을.

선의로 한 말에 트집을 잡는 옹졸한 집단지성도 없었을 것을. K-팝의 위상을 떨친 BTS의 발언에 공연히 딴지를 걸었다가 중국이 지구촌의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을.

코로나19로 지친 우리들에게 테스형은 또 무슨 말을 해주고 싶어할까. 그의 무수한 명언 중 이런 말은 어떠한가.

"안락한 인생은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 성공에 우쭐해 하지도 말고, 역경에 의기소침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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