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삼성그룹 노조탄압 대응토론회서 분석
"노조파괴 유죄판결난 임원, 여전히 재직 중"
"노조 무력화 전략, 더 치밀하고 교묘해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대국민사과’ 회견을 열고 경영권 승계와 노동조합 등의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대국민사과’ 회견을 열고 경영권 승계와 노동조합 등의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노사 관계는 바뀐 것이 없다. 국정농단 등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취하려 한 기만에 불과하다.”

최정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미조직전략조직실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삼성 노동조합 대표자회의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노총과 삼성 노동조합 대표자회의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후 노동조합과 관계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살펴보는 ‘삼성그룹의 노동조합 탄압 실태 및 대응 토론회’를 2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경영권 승계와 노조문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며 ‘더이상 무노조경영이란 말이 안 나오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 후 5개월이 지난 지금,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이 얼마만큼 노사 관계를 개선했는지를 다루는 토론회에서 민주노총과 노조 측은 “삼성의 노사 관계는 바뀐 것이 없다”라고 바라봤다.

이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삼성그룹 내 속한 여러 노조 위원장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조장희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부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위기와 재판을 피하고자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이는 위장과 기만행위에 불과하다”면서 “삼성지회 씨에스모터스의 경우, (삼성그룹이) 어용노조를 활용해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고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직원들도 여전히 회사에서 근무를 하는 등의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조합원에 대한 징계 등 부당노동행위는 지속되고 있으며 유죄판결을 받은 이들을 승진시키거나 포상하는 등, ‘삼성공화국에서 노조파괴 범죄는 포상’이라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원위 금속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장은 삼성의 노조 무력화 전략이 더욱 치밀하고 교묘해지고 있다고 했다.

임 지회장은 “이제는 (삼성그룹이) 노조 조합원에 대한 탄압에서 벗어나 조합간부를 혐오시설, 기피근무지로 배치하는 등 탄압을 벌이고 있다”면서 “노사협의회 의원 선거에서의 노사협의회 의장을 근로자 대표로 하는 찬반 투표가 벌어졌는데, 노사협의회는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결정할 영향력이 있어 근로자이면서도 사용자의 이중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어 근로자 대표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노사협의회 위원은 상근직이고 급여 이외에도 매월 품위유지비로 30~100만원의 보수가 지급되고 매월 회식비로 수백만원의 예산이 지급되는 등 사측이 직원을 길들이려 하는 부당개입을 벌이고 있다”며 “회사는 노조를 걸림돌로만 바라보고 동반성장하려는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연승종 서비스연맹 삼성에스원노조 위원장도 노사협의회의 부당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연 위원장은 “삼성에스원 커뮤니케이션팀이 운영하는 SNS ‘밴드’를 통해 노사협의회가 전국 지사에 회사돈으로 구입한 물품을 전국 지사에 일괄 배송하는 등 친 노사 전략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법이 정한 범위를 넘어 과도한 금품지원으로 노사협의회를 무노조경영을 달성할 수 있는 도구로 삼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삼성그룹 내에서 노조를 운영 중인 인물들의 증언이 나오는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과거 노조파괴 등의 혐의에서 문제가 됐던 임직원들이 여전히 근무 중이란 점이 지적됐다.

민주노총과 삼성 노동조합 대표자회의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후 노동조합과 관계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살펴보는 ‘삼성그룹의 노동조합 탄압 실태 및 대응 토론회’를 2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했다. 사진은 토론회 참석자들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신용수 기자]
민주노총과 삼성 노동조합 대표자회의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후 노동조합과 관계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살펴보는 ‘삼성그룹의 노동조합 탄압 실태 및 대응 토론회’를 2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했다. 사진은 토론회 참석자들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신용수 기자]

앞서 경제개혁연대도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과 연루된 임직원들이 모두 직책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박다혜 금속노조 법률원·삼성 전략조직화 법률지원단 변호사는 “노조파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임직원에 대한 그룹 내 징계조치가 너무나 미비하다”면서 “법원은 노조파괴 혐의를 범죄라고 봤기에 삼성도 내부규정에 따라 징계를 내려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 “최소한 기소된 임직원만이라도 징계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으나 도리어 그들을 승진시키거나 포상, 혹은 직을 유지시키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며 “심지어 징역을 살고 있는 임직원들도 포상하는 행태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삼성그룹은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온 후 징계를 내리겠다는 입장으로 그전까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서비스의 취업규칙을 살펴보면 유죄판결을 받거나 법률 규정을 헤치면 징계해고 대상이거나 면직대상이고, 적어도 직무에서 배제하거나 기소 중일 경우에는 대기발령도 가능한데 이러한 규정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미 삼성은 확정판결 전에도 징계 처분을 내린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들과는 달리 금속노조 삼성지회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미리 징계일정과 시나리오를 구상한 후 징계사유 수집을 위한 감시, 동향파악을 벌였다”면서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사찰행위를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부당노동행위 범죄 행위자에 대한 징계를 거부하는 것 역시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면서 “이미 국제노동기구가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서비스 및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자유탄압건에 대해 반노조 행위라는 점을 명시했고,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삼성의 노사 전략은 바뀌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22일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첫 재판이 열린다. 공판준비기일로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 부회장은 출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또 오는 26일에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심리를 열린다. 이번 재판은 지난 1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피신청을 해 9개월 간 중단됐으나, 법원이 검찰의 요청을 기각하면서 재개됐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대법원에서 인정한 뇌물죄에 대해 양형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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