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된 미국 소송이 또다시 연기됐다. 연합뉴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된 미국 소송이 또다시 연기됐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된 미국 소송이 또다시 연기됐다. 소송 연기는 이번이 두 번째로 양사가 합의할 것인지, 혹은 공방이 더욱 격화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정을 12월 10일로 또 다시 연기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애초에 지난 5일로 예정됐던 최종 결정일을 이날로 미룬 데 이어 다시 최종결정을 6주 더 연기한 것이다.

ITC는 이날 위원회의 투표를 통해 재연기를 결정했다면서 그 배경이나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ITC의 최종 판결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예상을 깬 ITC의 공지를 접하고 이날 새벽부터 분주하게 내부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모두 소송 장기화 부담이 커지면서 합의를 위한 협상을 본격 재개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선 나온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이날 오전 입장문에서 합의에 대해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이 먼저 "이번 연기로 인해 ITC가 이 사건 쟁점을 심도있게 살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판결 연기와 관계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월에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예비판정이 있었으나 최종판결이 이를 그대로 인용하지 않고 선고를 연기한 것은 그만큼 법적 판단이 그만큼 복잡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LG화학은 "ITC 소송에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임할 것"이라며 "더불어 경쟁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것이 일관된 원칙"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의 오창 전기차배터리생산라인에서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는 LG화학 연구원들. LG화학 제공
LG화학의 오창 전기차배터리생산라인에서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는 LG화학 연구원들. LG화학 제공

업계에서는 판결 연기를 두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에 대한 ITC의 고심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기업이다. 만약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패소 판결이 나올 경우, 미국 내 사업 영위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미국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은 GM과 손잡고 미국 오하이오주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있고 SK이노베이션도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두 회사 중 한 곳의 손을 들어주면 다른 한쪽의 미국 내 사업이 불가능해져 이득이 없다.

이에 최근 미국 대선과 맞물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SK이노베이션에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거부권을 행사할지를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탓에 미국 대선 이후인 12월 이후로 최종판결을 미뤘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국내외에서 10건이 넘는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중에서 ITC 최종판결의 영향력이 가장 큰 만큼, 다른 재판도 이를 판단의 준거로 주로 활용한다.

ITC가 판결을 연기할 수는 있지만 두 차례에 걸쳐 두 달 넘게 미루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다만 LG화학 측은 "ITC에서 이달 들어 판결 일정을 두 차례 연장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어 코로나19 영향 등에 따른 단순 순연으로 보인다"며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12월로 미뤄진 ITC의 최종 판결에 대해 업계에서는 ITC 최종 판결을 크게 3가지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확정 ▲조기패소 판결 수정(Remand) 지시 ▲공청회 등을 통한 추가 조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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