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타계했다. 향년 78세.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상에 누운지 무려 6년 하고도 5개월만이다.

재계의 거목은 그렇게 땅으로 돌아갔다. 천문학 적인 재산과 숱한 공과를 뒤로 한 채 옷 한 벌 챙겨입고 떠났다. 타타타.  

삼성을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당사자인 만큼 지금도 회자되는 그가 남긴 발언들도 많다. 1995년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 기업은 2류"라는 발언으로 김영삼 대통령을 경악하게 한 것이나, 2011년에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낙제는 면했다"며 박한 평가를 내렸던 것도 유명하다.

특히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일갈한 "자식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라는 말은 삼성의 기업 체질을 일신하게 한 계기로 작용했다.

이제 관심은 그의 뒤를 이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쏠린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질 '이재용 시대'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줄줄이 이 부회장을 기다리는 재판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당장 닥친 재판은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씨와 관련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재판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혐의와 삼성물산의 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에 관여했다는 혐의다. 아울러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의 노조 와해 사건도 항소심과 대법원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부회장도 이 난관을 무력하게 받아들일 리는 없다.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무노조 경영' 방침 철회와, 자식에 대한 경영권 세습 포기를 선언한 것이 그것이다.  

사법리스크가 첩첩산중으로 쌓이면서 이 부회장이 그룹 총수라는 왕관을 넘겨받는 화려한 '대관식'도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황, 이 부회장은 선친이 남긴 또다른 의미심장한 발언을 유훈 삼아 가슴에 담을 필요가 있다.   

"사회로부터 믿음을 얻고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삼성은 국민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사회 발전에 동참해야 한다." - 2012년 1월 이건희 회장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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