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이 '돈방석'인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단지별 1순위 청약자 현황.
당첨이 '돈방석'인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단지별 1순위 청약자 현황.

"긁어 모아도 계약금에 턱없이 모자른 데, 청약은 웬..."

중복청약자를 포함 52만명의 청약통장이 쇄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청약시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청약을 포기한 한 무주택자의 푸념아닌 푸념이다.

"다들 로또라고 하는 데, 최소형 74㎡형 분양가가 7억원을 훌쩍 넘더라고요"는 그는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이라도 있어야 해서, 대출받아 청약할까 했는 데...DTI인가 뭔지, 분양가에 40%만 대출받을 수 있다고 하던데요?"

코로나19로 경제가 불황으로 치달으면서 중산층이 서민으로 전락하는 요즘, 돈방석 앉을 수 있다는 '로또' 분양이 사회적인 박탈감으로, 또 하나의 '코로나19 블루'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 하남·과천, 400 대 1…중산층 '로또' 무지개 꿈

경기도 과천에 이어 하남 등 '로또' 신규 분양단지마다 1순위 청약에 10만명이 넘는 청약통장이 쇄도, 최고 1,800 대 1이 웃돌며 평균 400 대 1 이상의 경쟁률로 수도권 청약시장이 초겨울 추위를 녹이나, 중도금은 커녕 계약금도 마련이 어려운 서민층은  '강건너 불구경'이다.

다들 착한 분양가에 로또성 분양으로 일컫는 분양이 최근 잇따랐다. 최근 경기도 하남시 감일지구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가 1순위 청약에서 11만여명이 신청, 평균 404 대 1을 기록했다.

전용 114㎡ 중대형이 인기를 독차지, 472~577 대 1을 기록한 데 이어 전용 84㎡형도 255~275 대 1로 당첨 경쟁이 뜨거웠다. 이 단지 특별공급에서는 생애최초 부문에 1만5,000여명이 몰리는 등 2만7,000여명이 쇄도, 평균 13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과천 지식정보타운 내 S1·4·5 등 3개 단지는 특별공급과 일반공급에서 각각 4만8,000여명, 47만8,000여명이 신청해 각각 282 대 1과 458 대 1의 평균 경쟁률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 현금부자, 돈이 돈을 버는 '똘똘한 로또' 

앞서 '별내자이 더 스타'도 특별과 일반의 공급에서 10만여개의 청약통장이 가세, 당첨 경쟁이 뜨거웠다.

과천 지정타와 하남감일, 남양주별내 등 이들 단지는 뛰어난 서울 접근성에 무주택 청약자들이 청약통장을 앞다퉈 꺼낼 수밖에 없는 호재를 지닌다. 투기 또는 청약의 과열지구로 묶여으나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착한' 분양가로 입소문이 돌았다. 당첨 시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최상의 '똘똘한' 곳이라는 수식어는 여지없이 붙었다.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3개 블록은 주택형별로 다르나 현 시세가 유지될 경우 6~10억원, 그리고 강일과 별내는 각각 3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라는 현장 목소리도 있았다.

실속은 누가 챙겼을까. 이들 단지는 청약가점이 낮은 현금부자들이 합법적으로 부동산 재테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주목할 바, 과천과 하남, 별내 등 3곳에 모두 전용 85㎡ 이상의 중대형이다.

과천 등 투기과열지구는 중소형 당첨자를 100% 가점제로 선정해 무주택자만이 당첨될 수 있으나, 중대형은 청약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나 1주택자들이 일반공급의 50% 물량을 추첨을 통해 당첨받을 수 있다.

과천은 전용 74㎡형이 최소형이다. 이 주택형은 239가구로서 전체 공급가구의 14%에 그친다. 지식정보타운 S1블록에서만 분양 중이다. 이 주택형의 계약금은 20%로 당첨 후 보름여 만에 1억5,000만원 가량을 준비해야 한다. 

계약금을 어렵사리 마련하더라도 무주택자의 중도금대출은 40%,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금융권이 대출의 문턱을 높이면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는 무주택자에게는 언감생심이다. 

◆ 9억 이상 현금부자, 청약자 40% 차지

이들 단지는 창약자는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지역 이외의 청약자들이 대다수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물론 이들의 상당수는 땡빚을 내서라도 당첨받으려는 청약자들이 상당하다. 

본보가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3개 단지의 주탁형별 청약자를 조사한 결과, 3개 단지의 중복청약자 47만8,000여명 가운데 실제 청약자는 18만명 내외다. 전용 84㎡형 이하 중소형과 99㎡ 이상 중대형에 한 채 이상 청약자는 각각 10만명과 8만명 내외 수준이다.

전용 99㎡ 이상 주택은 분양가가 9~14억원으로 대출이 되지 않는다. 이 아파트는 고가점자뿐만 아니라,1채를 지닌 현금부자와 청약가점이 낮은 고소득층 무주택자가 상당수다. 이들은 3개 단지 전체 청약자의 40%를 차지한다.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지역별 청약자 분포. 자료 : 청약홈. @스트레이튼뉴스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지역별 청약자 분포. 자료 : 청약홈. @스트레이튼뉴스

또 있다. 중소형 무주택 청약자 가운데 5만명 내외는 당첨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중대형에 청약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과천 지식정보타운은 분양가를 규제한 합리적인 분양단지이나, 서민이 넘보지 못하는 '넘사벽' 분양단지인 셈이다.

한문도 한국부동산경제협회장은 "수도권 로또 단지의 상당수가 현금부자 등 소득상위자들의 재테크 마당으로 보면 된다"면서 "이들 단지 분양이 코로나19시대에 빈부의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상황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장기 무주택자가 이들 단지 입주가 가능하도록 주택담보의 대출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면서 "일정 소득 이하의 당첨자들이 계약 단계부터 담보대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모기지론을 다양화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과천 지정타, 소형 확대에 계약금도 10% 낮춰야 

전문가 집단은 로또 분양시장에서 소득의 양극화 심화에 따른 문제를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서는 공급 과정에서 내집 마련의 세심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문도 회장은 "과천 지식정보타운에는 신혼희망과 행복주택, 국민임대 등 다양한 주택이 공급 중이어서 서민의 주거안전판의 역할을 하고 있는 편이다"면서 "민영 분양에 공급 주택형의 크기와 계약금을 10%로 낮추는 지구단위 계획과 지자체의 관리가 아쉬운 부문으로 남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19사태에서 부동산, 특히 착한 분양가의 신규 아파트 청약시장이 최상의 확실하고 안정적인 재테크로 자리하고 있다"면서 "수도권 주택시장에 거품이 꺼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차익 기대는 금물이다"고 밝혔다.

한편 수도권 로또 단지는 해당 지역이 아닌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외지인이 청약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남 감일 마크베르'는 일반공급에 하남 1순위자가 1만1,000여명으로 전체의 5.6%에 그친 데 반해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3곳의 청약자는 10만8,000여명으로 전체의 95.42%를 차지했다.

과천 지식정보타운 일반공급 1순위에 외지인 비중은 더 높았다. 서울·인천과 경기도가 각각 24만6,000여명, 22만1,000여명으로 전체(47만8,000여명, 중복)의 52.45%, 46.25%를 차지, 과천 이외 수도권의 비중이 97.74%를 점했다.

분양권 전매제한은 과천 지정타가 8년, 하남 감일이 5년이다. 양도소득세 감면을 받기 위해서는 2년 이상 거주해야 하며, 9억원 이상의 중대형은 중도금대출도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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