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은 소상공인의 날이다. 소상공인은 해마다 이날 경제의 한 주체로 자리 잡도록 한 국민에 감사의 인사를 나누며 업계의 화합과 나라의 발전을 약속해 왔다. 올해는 어떤가. 축제의 행사는 오간데 없고, 코로나19와 함께 보내야 할 극한의 겨우살이 걱정으로 울상이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집권초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켰다.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넘어 집권 후반기를 향해 가고 있는 즈음, 소상공인은 경제불황에 실종 상태인 공정과 상생에 대한 기대를 하나 둘 접고 있다. 희망고문이 버팀목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의 허와 실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글 순서]

1. 중기부, 청과 달라진 게 무언가
2. '문' 일자리 창출과 겉도는 중기부
3. 혈세 줄줄 새는 중기부
4. 유통대기업 감싸기, 중기부 맞나
5. 자영 소상공인도 우리 국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고 ‘일자리 정부’가 될 것임을 다짐했다.

자영업자가 우리나라 종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이다.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일자리 정부’ 정책에서 절대 소외될 수 없는 중요한 부문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미국의 4배, OECD평균과 일본의 2배 수준으로 자영업 모든 분야는 터지기 일보 직전의 포화상태다. 오죽하면 자영업 분야를 일컬어 ‘일자리 저수지’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을까.

각국의 소비성향이 비슷하다면,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상대적인 평균 매출액은 일본이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고, 미국에 비하면 4분의 1에 그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임대료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역대 정부가 유통대기업 편향적 정책 또는 프랜차이즈 활성화 정책 등을 펼치면서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은 이중삼중의 고통 속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코로나 19위기까지 겹쳐 정말 자영업자들의 살림살이는 죽기 일보직전의 극한 상황에 처해 있다. 무더기 폐업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일자리 저수지' 자영업 누구 책임인가 

대부분의 자영업은 과당경쟁 상태에 다산다사 현상을 보이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역대 우리 역대 정부의 일자리 정책실패 때문일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있고, 사회안전망이 탄탄하다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불나비처럼 창업 전선에 뛰어들 이유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 정책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건설업자의 이익 추구를 위해 정부가 택지개발지구에 상업용지를 과도하게 공급한 데다 지자체도 이들 지구에 건축허가를 남발했고, 필요이상의 근린생활업종 지정 정책 등으로 자영업 과밀화를 초래한 원인도 크다.

70% 이상의 미용사 자격증이 장롱면허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을 한다는 미명하에, 예산까지 투입해 정부는 물론 민간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자격증을 남발하는 현상도 자영업 포화상태를 부추기고 있다.

2017년 5월 청와대에서 일자리상황판을 설명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2017년 5월 청와대에서 일자리상황판을 설명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선진국에서는 술이나 담배 등의 판매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 정부는 술이나 담배 판매권을 형식적으로는 허가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등록제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주류 판매상 또는 담배 판매상 비중은 세계 최고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보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대체적으로 관광산업 비중이 높다.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길거리에서 기념품만 팔아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중기부 장관의 엇박자 발언

2019년 9월 19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종로 개관식에 참석, ‘정부는 자동차와 조선업의 구조조정의 마무리되고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고 분석하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했다.

박영선 장관은 2019년 11월 10일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고, 필요한 과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영업 비중이 현재 25%에서 10% 수준까지 내려가야 하지만 너무 급격하게 낮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15% 정도로는 낮춰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작년 9월 중소기업연구원 보고서에서도 “과당경쟁과 온라인 시장 확대로 소매업의 종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중기부가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고, 폐업자·폐업희망자·업종전환자를 위한 지원과 교육을 우리가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언론은 한계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만약 중소벤처기업부가 아닌 다른 부처 장관이 자영업 구조조정론을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소상공인의 보호와 육성의 전담 주무부처 장관이 이런 화두를 꺼낸다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코로나 19사태가 증폭되는 상황에 ‘코가 석자’인 자영업자가 뭉치지 안 해서 다행이지, 평시 같았으면 소상공인 박 장관에 집중포화를 날려, 정치 생명에 일대 타격을 가했을 것이다.

역대 정부, 우후죽순 자영업 해결 '팔짱'

노무현 집권 기간 중인 2005년 5월 31일 청와대 중소기업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이 '영세 자영업자 대책'을 발표했다. 발언 요지는 “자영업자의 무분별 창업으로 상당수가 경영난에 빠져있어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을 예방하고 경쟁력 없는 업체에는 폐업이나 전직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빵집이나 세탁소 등을 개업하려면, 자격증을 먼저 따야 창업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거의 모든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청와대는 머쓱해하면서 대책이 흐지부지된 사례가 있었다. 그 이유는 중기특위위원장이란 사람이 현실을 아무리 모른다고 하더라도 무슨 자격증 운운하면서 생뚱맞은 소리를 하고 있느냐는 비난이었다.

당시에도 이미 빵집이나 세탁소 등은 프랜차이즈화가 많이 진행돼 있었기 때문에, 빵 반죽도 해보지 않은 사람도 빵집 창업이 가능하고, 세탁소 주인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집중 처리한 세탁물을 단순 배달만 하는 실정인데 무슨 자격증이 필요하냐는 비난을 받았던 것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강남구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소상공인의 상생 등을 주제로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박 장관(앞줄 왼쪽 세 번째)과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첫 번째), 한성숙 네이버 대표(네 번째). 2019.04.19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강남구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소상공인의 상생 등을 주제로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박 장관(앞줄 왼쪽 세 번째)과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첫 번째), 한성숙 네이버 대표(네 번째). 2019.04.19

이명박 정권 말기인 2012년 8월 국책연구소인 KDI는 ‘영세사업자의 실태’란 보고서에서 자영업 구조조정을 암시하는 내용을 발표했다가 소상공인단체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잠잠해진 적이 있었다.

결국 자영업 과당경쟁 문제는 대부분 정부의 정책실패 때문에 발생한 것인데,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자영업 구조조정론을 꺼내들었다가 뭇매를 맞았던 것이다.

박영선 장관의 위험천만 발언

박영선 장관의 자영업자 10% 줄이자는 주장의 의미를 분석해보자. 2017년 말 현재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2656만 명 중 25%인 675만 명이 자영업자나 무급가족 종사자인 비임금 근로자로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 자영업 종사자 비중을 25%에서 10%를 줄인다는 것은 270만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5월 실업자수는 127만명으로 1999년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자영업 종사자 270만명이란 숫자는 정부가 발표한 공식 실업자 수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자영업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270만 명은 어떻게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해야만 할 수밖에 없다.

이들 중 다수가 특수고용직 시장에 편입된다고 가정하면, 대리기사, 배달기사 또는 라이더 인력시장에 무한경쟁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80만~175만명으로 추산되는 폐지 줍는 노인들의 생계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경쟁으로 인한 수입의 감소와 교통사고 증가 등의 부수적인 문제를 유발해 큰 혼란이 일게 될 것이다.

폐업자들이 대거 실업자로 편입돼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전락할 경우, 우리 재정 여력으로는 천문학적 규모의 복지예산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발언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박 장관이 보여줘야 할 소상공인 정책카드  

자영업 구조조정론 발언을 하면서 박영선 장관이 꺼내든 정책카드는 그동안 중소벤처기업구가 전통시장 외형 정비와 특성화에 치중했던 정책 방향을 온라인 시장 진출 확대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박영선 장관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면, 네이버의 전자상거래 사업을 옹호하는 발언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정책방향은 기존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 상인들을 온라인 플랫폼에 편입시켜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자영업자는 코로나19에 매출액 격감하는 데 인건비 상승과 고가 임대료로 벼랑길이다. @스트레이트뉴스
경쟁이 치열한 자영업자는 코로나19에 매출액 격감하는 데 인건비 상승과 고가 임대료로 벼랑길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지난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오픈마켓 시장에서 네이버의 점유율을 2015년 4.97%에서 2018년 21.08%로 4배 정도 상승시켰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쇼핑·동영상 분야 검색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변경해 자사 상품·서비스를 검색결과 상단에 올리면서 경쟁자를 배제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267억원(쇼핑: 265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배달의 민족 배달음식업 플랫폼 서비스 가맹점 중 매출액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조차 수수료 부담 때문에 허덕이고 있다. 사람은 하루에 세 끼 먹는데, 특정 배달 음식 사업자 매출이 급속하게 늘어났다는 것은 분명 다른 음식점의 매출액을 잠식한 것이다. 결국, 공룡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사업 확대는 플랫폼 서비스 가맹점이나 비가맹점 모두를 벼랑 끝으로 내몰게 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로페이 서비스처럼, 정부가 수수료 제로 수준의 공공플랫폼 서비스를 직접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다행스럽게 경기도가 이런 사업에 착수했는데, 중소벤처기업부는 하루라도 공공플랫폼 서비스 사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전통시장이나 중소물류센터, 그리고,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공공정보를 통합하면 어떤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보다도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정부 첫 출범 중기부, 존재가치 보여라 

일본이 1996년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되기 시작할 무렵, 인구대비 자영업 비중은 현재의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잃어버린 20년을 겪는 과정에서 자영업 비중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사태가 발생하기 직전, 일본은 거의 완전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달리 해석하면,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 경제가 수많은 자영업 폐업자들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과당경쟁 문제는 어느 누구라도 단기적인 해결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장기간에 걸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면서 서서히 폐업자들을 흡수하는 연착륙 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무 토막 자르듯 과도한 정책은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유통법, 상생법 또는 상가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독소조항부터 바로잡고, 정부의 대기업 편향적 정책방향도 수정하고, 예산편성 기조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자영업 부문에서의 연착륙을 유도해내야 할 것이다.

과거 환경청은 기득권 세력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환경부로 승격되면서 시민단체들의 주장과 동조해 기득권 세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화상태의 자영업은 코로나 19사태로 자연 도태 중이다. 허나 주무 장관이 해서는 안 될 말이 있고, 부처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구조조정에 앞장서는 모양새는 누가 봐도 아니다. 유통시장과 배달시장의 공룡인 대형 유통기업과 독과점 플랫폼의 편들기도 아니다.

문 정부의 회심의 역작인 중기부가 과거 정부와 같이 대기업 편에 서고 있다는 지적이 기우임을 보여줄 때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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