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미국 우선주의 계승해 보호무역 주의 지속"
탄소조정세·친노동 정책, 자동차·석유화학·철강 부담
반도체·전기차 배터리·신재생 에너지 기회 요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미국내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도 기조를 세워왔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지속되겠지만 환경·노동 문제와 관련해 우리 기업들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가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주요 요인에 해당돼 불확실성이 여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후보도 국익을 중심에 둔 대전략(grand strategy)을 앞세워 중국과의 갈등 구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화웨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SMIC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대중국 규제는 국내 반도체와 스마트폰 업계에 일부 반사이익을 제공했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위협이 된 중국의 기술 강화를 미국이 견제한 덕이다.

대한상의 자문위원인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바이든 당선으로 미국은 동맹과 연대해 중국을 정치·경제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적극적 협조를 구할 가능성이 커 대중국 무역 비중이 큰 기업은 무역 다변화가 시급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바이든이 당선되면 '미국인에 의한 미국 내 제조'를 강령으로 내세워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5G(5세대 이동통신)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산업의 미국 중심 공급망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일부 국내 기업이 참여할 여지가 있다.

반대로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가 실리콘밸리 기업들과의 끈끈한 친분을 바탕으로 미국 반도체 및 IT기업 육성과 보호정책을 강화할 경우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디지털세 등 증세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미국 중심, 탈중국화 등의 정책에 맞춰 전방위적인 산업정책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2013년 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정책 연설을 마치고 손을 들어 인사하는 조 바이든(당시 부통령). 연합뉴스
지난 2013년 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정책 연설을 마치고 손을 들어 인사하는 조 바이든(당시 부통령). 연합뉴스

철강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그렇다고 큰 기대를 하긴 어렵다는 반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바이든 후보도 미국의 경쟁력과 이익 제고를 최고 가치로 삼으면서 철강 관련 관세와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등 비관세장벽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국내 제조기업들은 바이든 후보가 강조하는 환경·노동 정책이 새로운 통상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바이든 후보가 대선 토론에서 종래의 석유 자원 의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는 등 환경 문제를 강조해 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수소차·전기차 등 친환경차 확대에는 긍정적이지만 전체적인 환경 규제 강화로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특히 환경 부문 강조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도구로 전용될 수 있어 결과적으로 트럼프 정권보다 더 강화된 보호무역 태세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바이든 후보가 법인세와 최저임금 인상, 노동자 보호법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어 현지 공장 운영 비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 분야의 통상 현안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바이든 후보가 합리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환경·노동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문제에 민감한 석유화학이나 철강 등의 업종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후보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부과하는 탄소조정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당장 중국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내 석유화학·철강 업종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탄소를 빌미로 관세를 물게 되면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추가 설비 투자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이 글로벌 뉴노멀이 될 것"이라며 "바이든 당선인이 강조해온 탄소국경조정세가 도입되면 사실상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국내 기업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의 친환경 정책은 전기·수소차 시장의 확장과 함께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미국내 GM과 포드,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조달을 위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이 있거나 짓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바이든 후보가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한화솔루션 등 태양광 기업에도 기회가 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바이든 당선 이후 친환경 자동차, 신재생 에너지, 탄소 배출권 등 환경 정책과 관련해 통상환경을 점검하고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며 "미국 진출 기업과 수출 기업들의 고용인력과 처우 등 노동 문제에 대해서도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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