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은 소상공인의 날이다. 소상공인은 해마다 이날 경제의 한 주체로 자리 잡도록 한 국민에 감사의 인사를 나누며 업계의 화합과 나라의 발전을 약속해 왔다. 올해는 어떤가. 축제의 행사는 오간데 없고, 코로나19와 함께 보내야 할 극한의 겨우살이 걱정으로 울상이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집권초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켰다.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넘어 집권 후반기를 향해 가고 있는 즈음, 소상공인은 경제불황에 실종 상태인 공정과 상생에 대한 기대를 하나 둘 접고 있다. 희망고문이 버팀목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의 허와 실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글 순서]

1. 중기부, 청과 달라진 게 무언가
2. '문' 일자리 창출과 겉도는 중기부
3. 혈세 줄줄 새는 중기부
4. 유통대기업 감싸기, 중기부 맞나
5. 자영 소상공인도 우리 국민이다.

'창업에서 폐업까지 평균 6.4개월, 폐업시 부채는 평균 4,030만원'

소상공인진흥공단이 4월 실시한 소상공인 재기실태조사다. 조사에서는 10명 중에 7명이 정부의 재기지원정책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초 소득주도 성장의 일환으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살림살이는 쪼그라들었다. 올해 초부터는 코로나 19사태까지 덮쳐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줄을 잇는다. 살아남은 대다수의 자영업자들도 죽지 못해 산다고 하소연이다. 

 코로나19의 보릿고개에 소상공인의 앞날은 캄캄하기만 한 데, 정작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연합회는 어떠한가. 고통분담은 커녕 예산을 허투루 낭비, 빈축을 사고 있다.  

<strong>배동욱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집행부 ‘춤판 워크숍’과 관련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사퇴 요구는 일축했다. 2020.07.14</strong>
배동욱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집행부 ‘춤판 워크숍’과 관련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사퇴 요구는 일축했다. 2020.07.14

지역의 모세혈관인 소상공인의 지원을 위해 팔 걷어야 할 이들의 혈세 낭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줄줄 새는 소상공인 예산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특정 지역 소상공인 지원예산의 절반을 연예인 섭외비 등으로 사용, 물의를 빚었다. 사실은 이렇다. 2019년 12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신촌에서 소상공인 온라인 시장 진출을 돕겠다는 취지로 9일 동안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 행사를 개최하면서, 무려 23억 6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행사장 설치에 6억 8천만 원, 유명 연예인 섭외에 3억 4천만원 등으로 전체 예산의 절반 가까운 돈을 행사 부대비용으로 사용했다.

당초 행사 투입 예산은 원래 소상공인들의 홈쇼핑 입점 지원과 1인 자영업자 고용보험료지원 등 중소 소상공인들에게 직접 지원할 목적이었다.

 "섭외한 연예인 다수는 공연 이외에 마케팅 활동에도 참여했고, 보여 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제품 판매를 위한 마케팅 축제여서 실질적 성과를 창출했다." 중기부 관계자의 해명은 ‘동문서답’,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수의계약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2주 전 기획한 긴급행사여서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고 말했으나, 어이가 없는 아전인수 격으로 공직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가재정법 제46조 제3항에 따르면, 당초 예산에 계상되지 아니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와 국회가 의결한 취지와 다르게 사업 예산을 집행하는 경우, 부처 장관은 예산전용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 부처의 예산 전용 사례는 비록 중소벤처기업부만의 문제는 아니나, 근본적인 제도 변화가 절실할 것이다.

불황 속 손님없는 재래시장 (연합뉴스)
불황 속 손님없는 재래시장 (연합뉴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중소기업 전용매장인 ’아임쇼핑‘의 부실화를 집중 추궁했다. 김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8년간 아임쇼핑 운영을 위해 예산 223억원을 투입했지만, 지난 7월까지 25개 매장 전체 매출은 747억원에 불과했다“며 ”아임쇼핑 본점에서는 전체 2335개 제품 중 절반에 육박하는 1112개 제품이 단 한 개도 팔리지 않았다“며 질타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전통시장 내 청년창업의 허상을 꼬집고, 실질적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전통시장 내 청년몰 조성과 청년상인 입점 사업에 3년간 454억원을 쏟아 부었다“면서 ”중기부 지원 점포 594개 가운데 41%인 245개가 휴·폐업 등으로 문을 닫았다“고 지적했다.

국민 혈세가 제대로 쓰이지 않은 판에 중기부의 소상공인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리 만무다. 중기부도 소상공인 정책이 기술혁신과 창업벤처, 중기 해외진출 등 다른 주요 정책에 비해 부진하다는 점을 자인하는 상황이다.

중기부는 2019년 주요 정책 부문 자체 평가에서 ’전통시장 및 상점가가 역동적인 시장으로 육성되지 못했다‘고 총리실에 보고했다. 소상공인 관련 정책에서 중기부의 ’다소 미흡‘과 ’미흡‘, 부진’ 등 부정 평가는 주요 7개 항목 가운데 4개나 차지, 5개 주요 정책별 최하위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혈세 낭비는 청에서 부로 승격한 이후에도 심각한 실정어서, 제로베이스에서 소상공인 예산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긴요하다. 

연합회, '흥청망청' 걸그룹 춤판

 지난 6월 25일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가 강원도평창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고, 걸그룹을 초청해 술을 마시고 춤판을 벌였다. 흥청망청 ‘춤판 워크숍’은 고사위기인 소상공인에게 충격이었다. 체감경기 최악에 어의 상실 그자체였다.

중기부 관계자는 “걸그룹 초대비용과 보조금으로 산 도서를 팔아 얻은 이익은 반납하도록 했다”면서도 "소상공인연합회에 대해 조사권이나 징계권은 없고, 예산 집행에 대한 감사기능만 있다"며 당시 상황파악 중이라고 말했으나, 현재 깜깜 무소식이다. 소상공인의 권익을 위한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는 올해 29억원의 정부예산을 지원받았다. 법정단체일지라도 민간단체가 정부보조금을 받았을 경우, 엄격한 정부통제를 받도록 한 규정이 소상공인연합회에는 사각지대여서는 안 될 일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회장 : 배동욱)가 걸그룹 춤판 워크숍으로 생존이 벼랑길인 소상공인으로부터 빈축을 샀다.
소상공인연합회(회장 : 배동욱)가 걸그룹 춤판 워크숍으로 생존이 벼랑길인 소상공인으로부터 빈축을 샀다.

현재 보조금 관리에 관한 개정 법률은 보조금을 지급받는 절차도 이전보다 훨씬 까다롭고, 보조금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보조금통합관리 시스템에 의해 지출 건별로 실시간 통제를 받고 있다. 회기 말에는 공인회계사로부터 정산보고서의 적정성에 대하여 검증을 받아야 하고, 보조금이 1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회계감사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다. 

 현행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22조에 따르면, 보조금은 용도외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보조금 지급예산 환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법 41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소상공인 70%, 코로나19 재확산에 폐업 또는 폐업 고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6월 말 전후 소상공인 3,4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실태조사다.  소상공인 집행부가 춤판 유흥으로 물의를 빚은 직후 내놓은 보도자료다. 조사는 코로나 재확산 직후 10명 중 6명의 매출이 직전 대비 10분의 1로 줄었다고 응답했다. 죽어가는 회원 나몰라 굿판을 벌인 연합회, 그들은 지금도 건재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연합회의 유흥 워크숍에 대한 제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생존권 붕괴 직전의 전국 소상공인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데다, 재난기본소득으로 연명하는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에 대해 혈세를 낭비, 정책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중기부, ‘가재가 게편’이 아니길 바란다.

변사또 판치는 데 이몽룡은 없다

 현행 국가재정법 상 공무원이 예산 전용을 했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다만, ‘회계 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에 따라 변상의무가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 처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민간단체가 보조금을 용도 외로 사용했을 경우에는 보조금법에 따라 강력한 처벌을 받도록 규정된 것과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6월말 코로나19 재확산 시기에 맞물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실태조사 결과, 10명 중에 8명이 폐업 위기라고 응답했다. 자료 : 소상공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6월말 코로나19 재확산 시기에 맞물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실태조사 결과, 10명 중에 8명이 폐업 위기라고 응답했다. 자료 : 소상공인협회

 정부 예산 집행은 국가재정정보원이 운영하는 디브레인 시스템에 의해 실시간 통제를 받고 있고, 감사원의 결산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통상적으로 예산 전용 등에 대한 결산감사는 형식에 치우치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단체가 보조금 집행과 관련해 회계법인의 회계감사 또는 적정성 검토를 받는 경우와 비교할 때 정부의 예산낭비 억제는 허술한 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보조금 집행 내역은 사업목적에 부합하지만, ‘자동’ 지급으로 설정해 놓고 ‘수기’ 지급 방식으로 예산을 집행했다는 사유로 예산 환수 요청을 하는 소위 ‘갑질’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예산 전용사례가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었다면 십중팔구 예산 환수 조치를 당했을 것이다. 공무원의 예산 낭비나 전용을 막기 위한 처벌조항이 절실할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거의 모든 지자체는 매년 연예인 초청행사를 위해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전형적인 전시행정인 것이다. 혈세가 너무 아깝다.

 대다수 지자체의 소상공인 관련 공무원들은 소상공인 경쟁력 향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소상공인 관련 법령 제목도 모르는 경우도 있고, 관련 법령을 이해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다. 심지어 갑질까지도 서슴지 않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공무원들은 환골탈태를 해야 할 것이고, 일선 지자체의 소상공인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중기부가 먼저 모범을 보이고, 지방정부나 산하단체의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이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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