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2-09 20:33 (목)
[이슈&] 더불어 소상공인, 다시 바로 함께 '기 팍팍'④
[이슈&] 더불어 소상공인, 다시 바로 함께 '기 팍팍'④
  • 이호연 선임기자 (leehoyon84@daum.net)
  • 승인 2020.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월 5일은 소상공인의 날이다. 소상공인은 해마다 이날 경제의 한 주체로 자리 잡도록 한 국민에 감사의 인사를 나누며 업계의 화합과 나라의 발전을 약속해 왔다. 올해는 어떤가. 축제의 행사는 오간데 없고, 코로나19와 함께 보내야 할 극한의 겨우살이 걱정으로 울상이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집권초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켰다.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넘어 집권 후반기를 향해 가고 있는 즈음, 소상공인은 경제불황에 실종 상태인 공정과 상생에 대한 기대를 하나 둘 접고 있다. 희망고문이 버팀목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의 허와 실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글 순서]

1. 중기부, 청과 달라진 게 무언가
2. '문' 일자리 창출과 겉도는 중기부
3. 혈세 줄줄 새는 중기부
4. 유통재벌 감싸기, 중기부 맞나
5. 자영 소상공인도 우리 국민이다

소상공인, 특히 임차 자영업자가 벼랑길이다.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의 생존권 위기는 코로나19사태로 심화 중이나, 소상공인에 대한 제도와 정책의 흑역사를 되돌아 보면 위기의 뇌관은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폭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정부와 국회는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소홀, 생색내기로 일관해왔다. 반면 대형 유통자본 편들어주기로 유통기업의 공룡화를 방치, 지금의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의 초토화를 자초했다. 어떠한 질병이라고 이겨낼 수 있는 치료제와 백신을 소상공인에게 진즉 처방했다면 소상공인의 시장 환경이 지금처럼 고사위기에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상공인 생태계의 초토화의 시발은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김영삼 정부는 유통법을 개정,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진출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 등록제는 유통 대기업에게 주마가편이었다. 유통재벌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을 앞다퉈 신설, 몸집키우기에 나섰고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은 쑥대밭으로 전락했다.

유통재벌에 날개 달아준 위정자

대형마트 허가제 전환은 황당하기 이를 때 없다. 당시 국회 속기록을 살펴보자.

1997년 3월 14일 정부가 제출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의결하기 위해 국회 통상산업위원회가 열렸다. 당시 남평우 산자위 법안심사 소위원장이 전체회의에서 소위원회 법안 심사 결과 정부가 제출한 원안대로 의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보고했다.

당시 전체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한 의원은 한나라당 이원복 의원이었다. 그는 "허가제가 등록제로 변경 시에는 대형마트가 우후죽순 늘어날 것이다"며 "골목상권이 붕괴 위험에 처하는 등록제 전환에 반대한다"고 일침했다. 하지만, 국회 산자위 전체회의는 표결처리도 없이 대형마트의 등록제를 통과시켰다.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할 바, 당시 주무 장관, 임창렬 씨의 유통시장 개방을 빌미로 한 유통재벌 편들기다. 임 장관은 “유통시장 개방으로 외국의 대자본이 국내에 들어와 유통시장을 장악하면, 유통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면서 "개방체제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의 유통체제를 강화시켜야 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구상이다."라고 발언했다. 당시 정부는 WTO 가입으로 유통시장 개방이 필연적이어서, 대형마트의 도심권 진입을 허용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재벌유통기업의 주장과 전혀 다르지 않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취임 직후인 2019년 4월 서울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소상공인 상생 현장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취임 직후인 2019년 4월 서울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소상공인 상생 현장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선진 외국의 실상은 어떤가 보자. 미국의 월마트는 소상공인들이 밀집해 있는 도심권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자리를 잡고 있다.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대도시에는 대형마트가 단 한 개도 찾아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1996년 프랑스의회가 라파랭법을 제정, 대형마트 개점을 실질적인 허가제로 유지하고 있어서다. 독일도 10% 가이드 라인을 통해 대형마트의 구도심권 진입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당시의 행정부 관료들이 이런 법률개정안을 발의한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유통시장에 무지한 국회의원들의 무위도식도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대형마트 공룡화에 골목상권 초토화

2019년 말 현재 대형마트 수는 423개에 달한다. 기초지자체 한 곳 당 평균 1.9개다. 3천개가 넘는 기업형슈퍼마켓(SSM)과 함께 유통재벌은 날로 골목상권을 초토화시켰다. 프랜차이즈 편의점도 4만개 이상으로 늘어났고, 기존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간 상품공급업이나 복합쇼핑몰도 넘쳐난다.

2017년 9월 중소기업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은 소비자들을 원거리 상권(반경 7~10㎞)에서 근거리 상권으로 빨아들이는 ‘빨대효과’가 가공할만한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 해소를 위해 발표한 자영업 성장·종합대책 중 골목상권 보호와 관련된 내용.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 해소를 위해 발표한 자영업 성장·종합대책 중 골목상권 보호와 관련된 내용.

대형마트의 연 매출액은 대체로 수 천억원대이고, 복합쇼핑몰의 경우, 조단위 매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런 매출액의 상당수는 당초 지역에서 땀흘리는 소매 판매상들의 몫이었다. 골목상권에 재래시장의 상인은 현재 거대 자본에 밀려 매출이 쪼그라지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지역에서 두부를 제조하거나, 콩나물을 길러 슈퍼마켓이나 전통시장에 납품해 생계를 이어가던 소공인들도 납품처가 없어 폐업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유통재벌은 금산유착 시대에 풍부한 자본력을 앞세워, 전국에 요지에 땅사기에 열중, 판매망을 확대해왔다. 이 과정에서 영화관이나 동네 맛집 등 고객을 유인하는 유명점표, 즉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를 유통시설에 입점시켜 인위적으로 고객을 끌어 모으는 상권 조성 전략을 구사했다. 골목상권 유명 점포의 대형 유통센터로의 이전은 골목상권의 유동인구의 감소로 이어지면서 음식점은 물론, 세탁소, 철물점 또는 화장품 가게 등 지역을 지키는 상권의 줄도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통 대기업은 자사 주도형 상표인 PB화 전략으로 중소제조업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도 하고, 서울 본사가 전국 지방의 소비시장을 빨아들이면서, 지역 경제를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대형마트의 활성화는 지역경제 황폐화와 산업 생태계를 위협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눈물의 골목상권, 가보기는 하나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 해소를 위해 발표한 자영업 성장·종합대책 중 골목상권 보호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자.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등록(입지)제한 가능지역을 확대하고, 복합쇼핑몰에 월2회 휴무 등의 영업제한, 상권영향평가 대상업종 확대 및 작성주체의 변경, 지역협력계획서 이행력 제고 등이 뼈대다. 법을 개정하기 이전에라도 지역경제, 고용 등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에 대한 평가항목 세분화 등 상권영향평가서 작성기준・방법의 보완, 그리고, 교통영향평가심의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지난 2일 국회 앞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 5대 입법과제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2020.11.02. (사진 : 이호연 기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지난 2일 국회 앞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 5대 입법과제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2020.11.02. (사진 : 이호연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2020년도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도소매 가능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등 ‘공룡’ 대형마트의 입점을 제한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유통산업발전법의 주무부처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 중소유통기업이나 영세 소상공인과 직접 소통하여 상권을 보호하고 경쟁력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통시장 상생협약체결 대상지역 범위도 현행 1㎞에서 2㎞로 확대해야 하고, 과태료를 누진제로 변경해 매년 2배 인상해야 한다"면서 "상생협약을 지키지 않는 대형마트에 대해 3진 아웃제를 적용하고, 대형 유통시설의 교통영향평가 대상 범위를 20-30㎞로 확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 7월 전통상업보존구역의 범위를 현행 1㎞에서 20㎞로 확대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답변에 나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주무부처 변경, 전통산업보존구역 범위 확대, 과태료 누진제 도입 등 김 의원의 제안에 대해 대부분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상공인 상생발전의 수장인 박 장관은 답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실천궁행해야 마땅하다. 정책은 현장에 있다. 그는 하남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투 이슈로 수많은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 가봐야 한다. 국회 앞에서도 연일 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의 상인의 손을 어루만지면서 코로나19로 더욱 무너져 가는 그들의 참담한 현실을 목도해야 한다. 현장을 외면하는 정치인은 지도자감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상생과 공존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입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019년 4월 취임 후 첫 ‘소상공인 상생 현장 간담회’를 열고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상생 협력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은 대기업만을 규제하고, 소상공인을 지원·보호하는 정책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철에 누볐던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다시 찾아가 보고,  그들의 눈물과 절규를 보고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코로나19사태와 달리 현재의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의 줄도산 지경의 생태계 위기는 예측불허가 아니었다. 위정자들이 23년 전부터 상생의 위민을 우선 고려,정책을 펼쳤다면 소상공인이 어떤 위기에서도 자생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면역 취약층을 보호해주는 최소의 장치이듯, 줄도산 위기의 소상공인을 위한 돌봄 정책은 유통공룡 자본들과의 일시적 거리두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영세 자영업체에게 치료제와 백신은 언감생심, 유통 대기업과의 선긋기, 거리두기부터 시행해 보자. 이 것은 골목 골목 유통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경제적 방역 조치이기 때문이다.


주목도가 높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