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공식화..한진칼에 8000억 투입
양강체제 허물고 ‘독주 체제’로..업황 침체·경영권 분쟁 리스크도
양사노조 긴급회동 "고용불안 초래.. 노사정 협의회서 논의해야"
노선감소·가격상승 가능성 따른 우려 커.. 마일리지 통합도 불만

정부와 산업은행이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국내 1, 2위를 합친 '글로벌 톱 10'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을 추진하는 것이다.16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국내 1, 2위를 합친 '글로벌 톱 10'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을 추진하는 것이다.16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국내 1, 2위 항공사 통합으로 ‘글로벌 톱10’ 수준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고 ‘1국가 1국적항공사 체제’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산은은 “통합 국적 항공사 출범을 통해 국내 항공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했다.

거래 내용을 보면 산은이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한다. 5000억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로, 3000억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한진칼은 이 자금으로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한진칼에 배정된 몫은 7317억원으로 증자 뒤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29.2%가 된다. 사태의 긴급성을 고려해 8000억원을 미리 대한항공에 대여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대금으로 아시아나항공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아시아나항공 신주 1조5000억원을, 영구채 3000억원을 인수한다. 주식 취득 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63.9%가 돼 최대주주가 된다.

산은은 양사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 3사(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에 대해 단계적 통합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번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 방안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이후 정상화 방안을 고심하던 중 나온 고육지책이 성격을 지닌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2개의 대형항공사를 두고 정부 지원을 이어가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란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에는 3조5400억원, 대한항공에는 지난 4월 1조2000억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고 여기에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논의돼오던 터였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2의 현대차-기아차 통합을 정상화 방안으로 채택한 것이다.

그러나 통합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는 점은 커다란 걸림돌이다.

앞서 KCGI는 "부채비율이 108%에 불과한 정상 기업 한진칼에 증자한다는 것은 명백히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 지분이 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제3자 배정보다는 기존 대주주인 우리 주주연합이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우선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KCGI는 한진칼의 제3자 배정 결정에 대해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과 함께 신주 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 등의 법률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KCGI 측 법률 자문은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이 맡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KCGI는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과 연대한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해 조 회장 측과 경영권 확보를 두고 대립해왔다. 현재 KCGI 등 주주연합의 우호 지분율은 46.71%,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41.4% 수준으로, 주주연합 측이 우세하다.

한진칼 이사회은 이날 산은에 신주 706만2146주를 배정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납입일은 오는 12월 2일이다. 이 경우 산은은 한진칼 지분 약 10.66%를 보유하게 된다. KCGI 등 주주연합 우호 지분율과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신주 발행으로 이전보다 낮아지게 된다.

KCGI는 주주연합에 우호적인 이사를 신규 선임하기 위해 내년 3월 정기총회에 앞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도 넘어야 할 산이다. 공정위가 제주항-이스타항공 합병 등을 승인한 것처럼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할 경우 대한항공과의 결합을 허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회생 불가'한 회사를 살리고자 산은이 혈세를 추가로 투입한다는 점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회사의 노조는 고용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산업은행까지 양사 통합 이후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노동자 의견을 배제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노선 개척, 항공 서비스 질적 제고에 여유 인력을 투입한다는 목표는 현실성이 없다"며 "동종 업계 인수는 중복 인력 발생으로 인한 고용 불안을 초래할 수 있으며, 항공산업 전반으로 확산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한 1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한 1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독점 항공사 출현에 따른 소비자 불안도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은 노선 감소와 가격 상승에 따른 선택권 축소를 가장 우려하는 가운데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통합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식이 각자 운영이 아닌 통합으로 결정되면서 장기적으로 두 항공사의 중복 노선은 단일 노선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은 대규모 노선 축소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용할 수 있는 항공권이 대폭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대형항공사(FSC) 시장이 독점 체제로 전환되면서 가격결정권을 가진 대한항공이 항공권 가격을 대폭 올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단독 운영했던 몽골 노선이 거리는 짧지만 유럽만큼 가격이 비쌌던 점을 거론하며 소비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마일리지 통합 비율도 관심사다. 마일리지 통합은 어느 정도의 유예기간이 적용되겠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1대1 비율로 같은 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아시아나 마일리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서다.

사용금액에 따라 항공사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한 신용카드의 경우 대한항공은 1500원당 1마일이 적립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이 적립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각 사가 가입한 글로벌 항공 동맹이 다르다는 점도 마일리지 적립 소비자들에겐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에어프랑스·델타항공 등과 함께 스카이팀 소속이고, 아시아나항공은 루프트한자·유나이티드항공 등이 가입된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다.

소비자들은 각 사에 적립한 마일리지로 동맹 내 항공사 티켓을 발권하거나 좌석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스타얼라이언스는 스카이팀보다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타이항공, 에티하드 등 국내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외항사들이 가입돼 이를 노리고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고객들도 많았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인 만큼 통합 후 스타얼라이언스를 탈퇴할 가능성이 커 아시아나 마일리지 적립자들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면서 초대형 항공사 탄생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최종 인수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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