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경영 성과 미흡하면 조회장 물러나야"
계열주 일가 경영 배제...조현민 전무 퇴진 '의무'
"아시아나 매각 무산시 채권단 관리 들어갈 것"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주제로 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KDB산업은행 제공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주제로 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KDB산업은행 제공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추진과 관련해, 한진그룹 조원회 회장 일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19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지분 전체(약 1700억원)를 이번 인수계약 이행에 대한 담보로 확보했으며, 통합 이후 경영 성과가 미흡하다면 조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작업에서 계열주에 대한 견제 장치로 '계열주 일가의 한진칼·항공 계열사 경영 배제' 방안을 마련했으며, 이에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처지가 됐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성과가 미흡하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무거운 책임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또 한진칼 신주발행을 막아달라며 사모펀드 KCGI가 낸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 양대 항공사 통합은 무산된다고 했다.

산은은 통합 무산 시 차선책을 마련해 양대 항공사의 경영정상화 작업을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꾸린 KCGI는 산은에 배정하는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반발하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한 바 있다.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연합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을 조 회장의 경영권 보장을 위한 '밀실야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3자 연합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다수의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이나 인용 여부를 검토했다"며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는데 매각이 무산된다면 기존 계획대로의 (채권단) 관리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경영 성과가 미흡하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원태 회장은 담보 가치 1천700억원인 한진칼 지분 전체를 담보로 제공했다"며 "산은은 경영평가를 통해 경영 성과가 미흡하면 담보를 처분하고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등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산은은 8000억원을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 전체가 담보로 잡혔고, 윤리경영을 위한 7대 의무 조항이 부여됐다.

최 부행장은 "투자합의서 위반 시 한진칼이 책임을 부담하는 구조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손해배상에는 전혀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오히려 위반 시 계열주도 책임을 부담하고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약금 5000억원과 손해배상 이행 보장을 위해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 전체와 한진칼이 향후 인수할 대한항공 신주 7300억원을 필요 시 임의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조원태 회장 동생인 조현민 전무는 그룹 지주사 한진칼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된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으로 8000억원을 출자받으면서 투자합의서를 체결했으며, 의무조항에는 산은이 윤리경영위원회와 경영평가위원회를 통해 조원태 회장 경영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진칼이 지켜야 할 7대 의무 조항에는 조현민 전무와 조원태 회장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한진칼과 항공 계열사 관련 경영에서 배제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조현민 한진칼 전무

 

만약 총수일가가 이 조항을 어길 시에도 조원태 회장은 경영에서 퇴진해야 한다. 5000억원의 위약금과 손해배상책임이 부과되는 것은 물론, 조 회장이 산은에 담보로 제공한 1700억원 규모의 한진칼 주식 전체가 몰수된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전무는 2019년 6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전무로 발령받아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2018년 4월 이른바 '물컵 갑질' 사태 직후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지 약 14개월 만의 일이었다.

다만 조현민 전무는 지난 9월 선임된 ㈜한진의 마케팅 총괄 전무직은 유지한다. 그는 항공·여행 정보 제공업체인 토파스여행정보의 부사장도 함께 맡고 있다.

이명희 고문은 정석기업 사내이사로 고문 직책을 맡고 있다.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에서는 자문 역을 담당한다. 정석기업의 경우 부동산 계열사인 만큼, 이번 경영 배제 계열사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한국공항은 대한항공 지상조업사다.

이 외에도 조현민 전무와 이명희 고문은 진에어, 한진정보통신, 싸이버스카이 등의 계열사 근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은 이 전 이사장이 지난 2011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11명의 피해자에게 24차례 폭언·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달 31일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뉴시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은 현재 구조조정·독과점 우려와 특혜 논란에 부딪힌 상태다. 조원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구조조정 계획은 없으며, 정부 지원은 특혜가 아니라며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조원태 회장뿐 아니라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통합 이후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지만, 노조를 중심으로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독과점에 대한 우려도 인수 발표 이후부터 계속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은 자회사까지 합칠 경우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독과점 해소나 고용 안정 등을 위한 대책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정치권과 한진칼 주주들은 산업은행의 한진칼 투자에 대해 재벌 총수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 모두에서 조원태 회장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특혜 논란은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자하는 산업은행이 10.66%의 지분율을 확보하며 조원태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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