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기업이 재앙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노동시장의 충격을 예고한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의 말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고용시장에 한파가 몰아친다. 숙박과 음식점, 여행업 등 자영업체뿐만 아니라 글로벌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노동시장의 위기는 소득의 양극화를 심화, 계층간 갈등 등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 사회안전망 확충은 환란과 금융 등 양대 위기 때보다 더 절실한 상황이다. 재정건전성 확보도 ‘발등의 불’이다. 정부는 19일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관련 관계부처회의'를 갖고 '조세-고용보험 소득정보 연계 추진 태스크포스(TF)' 설치, 소득정보파악체계를 정비, 조세와 고용보험 간 소득정보를 연계하는 방안을 연내 마련키로 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을 위해 프리랜서, 골프장 캐디, 플랫폼 노동자 등 소득을 파악하기 힘든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의 소득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실무 전산 시스템 마련을 당면 과제로 내세웠으나 TF의 핵심 과제는 전 국민의 소득정보를 파악하는 인프라 확충이다. 이는 세금 회피와 놓친 세금, 즉 택스 갭(Tax Gap)을 줄이기 위한 조세행정의 일대전환을 예고하는 ‘태풍의 눈’이다. 엄청난 조세 저항이 불가피한 소득정보파악 체계정비는 증세 없는 재정건전화와 사회안정망 확보를 위한 획기적 선결장치다. 관건은 실행 로드맵 마련과 공평과세의 제도화다. [스트레이트뉴스]

           ㅁ 글 순서 ㅁ

1. 소득 파악 왜 중요한가?

2. 이유있는 고소득층 탈세범죄 

3. 복지사각지대 해소 디딤돌 '소득정보파악' 

4. 일용근로자, 사회안전망 선결과제

5. '특고층' 법적 지위 확보가 먼저다

6. P2P 맞춤형 조세 플랫폼 정비 나서라

7. 폐지줍는 노인과 조세포탈

8. '과세투명성', 모진 시어미가 어진 시어미다

지하경제, 공평과세의 '좀비'

지하경제(underground economy)는 특정 국가의 다양한 경제활동 중에서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을 말한다.

지하경제는 밀수나 마약 거래 등의 불법적인 행위, 시장 거래를 통하지 않고 직접 집수리를 하는 등의 경제활동, 그리고, 합법적인 경제활동이지만 조세나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소득 탈루이나 위장 계약 등을 통해 국세청 세원으로 포착되지 않는 경제활동 등으로 구분된다. 징세 누수현상이나 복지 재원의 형평성 왜곡 등의 문제를 초래하는 현상은 가장 후자의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규모는 얼마나 될까? 국제통화기금(IMF)이 2018년 발간한 '전 세계 지하경제, 지난 20년간의 교훈'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하경제 규모는 2015년 기준 19.83%로 나타났다.

정부가 국가 소득정보파악체계 정비키로 하고 기재부와 국세청 등 범정부 차원에서 TF팀을 가동한다.  TF의 핵심 과제는 소득정보를 파악하는 인프라 확충이다. 소득정보파악 인프라 구축은 조세혁신의 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태풍의 눈'이다. (디자인 : 스트레이트뉴스)
정부가 국가 소득정보파악체계 정비키로 하고 기재부와 국세청 등 범정부 차원에서 TF팀을 가동한다. TF의 핵심 과제는 소득정보를 파악하는 인프라 확충이다. 소득정보파악 인프라 구축은 조세혁신의 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태풍의 눈'이다. (디자인 : 스트레이트뉴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1998년에 30.04%로 정점을 찍고, 점차 줄어들어 2015년도에는 19.83%수준으로 나타났다. 금융실명제 도입, 부동산실명제, 신용카드사용 장려, 그리고, 현금 영수증을 발급하는 등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을 실시한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나라별로는 호주(8.10%), 오스트리아(9.01%), 캐나다(9.42%), 독일(7.75%), 아일랜드(9.58%), 네덜란드(7.83%), 뉴질랜드(8.97%), 영국(8.32%), 미국(7%) 등으로 주요 선진국은 10%를 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율은 아직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 중,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율은 일본(8.19%)이나 싱가포르(9.2%)에 비해 2배가 넘는 수준이고, 중국(12.11%)과 베트남(14.7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IMF(국제통화기금)이 2018년 내놓은 대한민국의 GDP대비 지하경제규모는 1998년에는 30.04%로 정점을 찍고, 점차 줄어들어 2015년도에는 19.83%수준인 것으로 추정됐다. (자료 : IMF)
IMF(국제통화기금)이 2018년 내놓은 대한민국의 GDP대비 지하경제규모는 1998년에는 30.04%로 정점을 찍고, 점차 줄어들어 2015년도에는 19.83%수준인 것으로 추정됐다. (자료 : IMF)

오스트리아의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는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지하경제규모는 24.7%로 추산했다. 우리나라의 현대경제원도 2012년 기준 지하경제비율을 23.0%로 추산했다.

한국, 해외 자산도피 '세계 최고 수준'

지하경제 규모가 크다는 사실은 뒤집어 보몃 국세청의 소득파악이 부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소득층에 대한 부실한 소득파악은 마땅히 걷어 들여야 할 세금이 줄줄 새나가고 있다는 것이며, 저소득층에 대한 부실한 소득파악은 복지예산의 집행과 관련된 형평성 왜곡 곤란을 부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하경제를 통해 조성된 자금이 불법적 국부유출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영국의 조세정의네트워크라는 비정부기구(NGO)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불법적으로 해외에 재산을 도피한 금액은 800조원이 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범정부 '조세-고용보험 소득정보 연계 추진 태스크포스(TF)' 조직도와 임무. (자료 : 기획재정부)
범정부 '조세-고용보험 소득정보 연계 추진 태스크포스(TF)' 조직도와 임무. (자료 : 기획재정부)

절대금액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GDP 규모를 감안한 상대적인 순위는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세계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조세 '공정과 정의가 물 흐르듯'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중이 높다는 것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지하경제의 감축은 단순히 국세청의 행정력에 기대서 해결될 과제는 아니다. 관련법의 개정을 포함해  금융정보분석원(FIU), 그리고, 중앙은행까지 나서서 범 국가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최근 국책연구기관들은 부족한 세원 확충을 위해 부가가치세율 인상 설을 솔솔 흘리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세율 인상은 동서고금 정권의 몰락을 불러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행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지하경제 감축에 나서야 할 것이다.

스미스(Smith, A.)가 말한 조세의 4대 원칙은 공평과 명확과 편의, 절약이다. 정부가 내놓은 소득정보파악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조세원칙의 출발선이기도 하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 2017. 05.17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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