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등 'ESG경영'을 기업 평가의 척도로 삼기 시작했다. 이에 국내 재계도 과거에 경제적 가치에만 몰두했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고, 이미지 개선을 위한 CSR(사회적 책임)을 대신해 ESG가 필수적인 가치라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ESG경영 성과가 기업의 생존을 가늠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는 가운데, 스트레이트뉴스는 주요 기업의 ESG경영의 목표와 성과를 살펴봤다. - 편집자주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SK그룹은 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와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바텀라인(DBL: Double Bottom Line) 경영을 도입해 ESG 아젠다(의제)를 선도하고 있다.

더블바텀라인은 회계장부상 가장 아래에 위치한 순이익을 싱글보텀라인(Single Bottom Line)이라 부르는 것에서 가져온 말이다. 기업 경영 전반에 순이익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함께 높이기 위한 노력을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6월말 발간한 SK(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지속가능'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와 절박감이 사뭇 달라졌다"고 전제한 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지속가능한 사회에서만 가능하다"며 이를 위한 방법으로 사회적 가치 추구에 있어 SK그룹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 포럼(WEF)에 공식 초청받아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추구 노력과 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SK그룹은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에 따라 우선 주요 계열사들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SK그룹은 2017년부터 사회적 가치 측정을 시작해 현재는 16개의 주요 계열사들이 각각 경제 간접기여 사회성과와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을 매년 핵심성과지표(KPI)에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 국민경제 기여 사회성과는 고용과 세금 등이 포함되고 비즈니스 사회성과에는 환경(공정, 제품 및 서비스 등) 등이 사회공헌에는 CSR프로그램과 기부 등이 포함된다.

SK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적 가치 창출과 동시에 사회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SK그룹 8개사, 국내 최초 RE100 가입

SK하이닉스 등 SK그룹 8개사는 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 100%를 대체한다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국내 최초로 가입했다. 이번 가입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실행을 가속화하게 됐다는 평가다.

SK주식회사,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8곳은 한국 RE100위원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RE100은 '재생에너지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이 2014년 시작했으며, 현재 구글과 애플, GM, 이케아 등 전 세계 260여개 기업이 가입해 있다.

8개사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한국전력과 계약을 맺고 재생에너지를 공급받는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한국전력에 프리미엄 요금을 지불하고 전력을 구매하는 '녹색요금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지분 투자 등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발전이나 정유·석유화학·가스 등 화석연료 관련 사업을 해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SK E&S, SK에너지, SK가스 등의 관계사들은 자체적으로 RE100에 준하는 목표를 세우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은 회사 단위 가입 조건에 따라 이번에 가입은 못 하지만 RE100과 동일한 수준의 목표를 세워 실행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이번 RE100 가입으로 '글로벌 최고 수준의 ESG 실천 기업'이라는 신뢰 확보는 물론 글로벌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한발 앞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그동안 그룹의 사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요소 중 하나로 ESG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2018년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 등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지난달 열린 CEO세미나에서도 모든 관계사가 각자의 사업에 맞게 꾸준히 친환경 노력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 9월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는 ESG를 기업 경영의 새로운 축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SK그룹은 RE100 가입 이전부터 친환경 사업·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SK E&S는 9월 새만금 간척지에 여의도 크기(264만㎡·80만평)의 태양광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자로 선정됐고, SK텔레콤은 빌딩에너지 관리시스템(BEMS) 등을 활용해 소모 전력을 절감하고 있다. SK건설은 경기 화성과 파주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해 가동 중이다.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은 "이상기후 등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 발생량을 줄이자는 친환경 흐름에 한국 기업 또한 본격 참여하게 돼 의미가 깊다"며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와 에너지 솔루션 등 신성장 산업 육성에도 작은 토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SK건설, 환경폐기물산업 EMC홀딩스 인수

최근 SK건설은 사모펀드(PEF) 어펄마캐피탈로부터 약 1조원에 종합폐기물 처리업체EMC 홀딩스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하고 협상에 들어갔다.

1997년 설립된 EMC는 종합폐기물 처리업체로 전국 2000여 개 하수·폐수 처리시설과 폐기물 소각장 4곳을 운영하고 있다. 환경관리공단 자회사로 출발했다가 2007년 코오롱그룹이 인수하면서 사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사모펀드인 어펄마캐피탈이 2016년 EMC 전신인 코오롱워터에너지를 인수했고, 이듬해 폐기물 업체 6곳을 추가로 사들여 기업가치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 EMC 매출은 2016년 2140억원에서 지난해 3808억원으로 78% 증가했다.

EMC홀딩스 인수는 SK건설이 본격 추진하는 친환경 사업의 일환이다. SK건설은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친환경사업부문을 신설하고, 에너지기술부문을 신에너지사업부문으로 개편했다. SK건설은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성남 판교에 위치한 SK케미칼 본사 전경. SK케미칼 제공
경기도 성남 판교에 위치한 SK케미칼 본사 전경. SK케미칼 제공

◇SK케미칼, 친환경 소재 사업 박차

SK케미칼은 지난 2월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바이오에너지 사업 부문을 매각해 약 38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SK케미칼 바이오에너지 사업 부문은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후발 업체의 도전으로 기존 폴리에스터 섬유 사업의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SK케미칼은 글로벌 친환경 소재 분야와 생명과학 사업으로 변모를 통해 위기를 돌파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소재 사업의 핵심은 '코폴리에스터 PCT'다. SK케미칼은 기존 PCT 성능을 강화하면서도 환경 호르몬의 일종인 비스페놀A가 검출되지 않는 코폴리에스터 PCT를 개발해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PCT는 200도 이상 고온에서도 견디는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자동차 소재나 전기·전자 부품소재 등으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전기차 소재로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열수축 필름용 PETG도 친환경 소재 사업의 주축으로 육성 중이다. 열수축 필름이란 상품명이나 로고, 색상(디자인), 내용물에 대한 설명 등을 인쇄해 용기에 입히는 라벨용 필름이다. 연간 성장률이 7~10%에 달할 정도로 성장성이 높다.

최근 SK케미칼의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노바백스(Novavax)의 코로나19 백신후보물질을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노바백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NVX-CoV2373’의 항원 생산 과정에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동 백신공장 엘(L)하우스가 글로벌 위탁개발생산 공급 업체(CDMO·위탁개발생산) 가운데 하나로 참여한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글로벌 백신 개발에 가장 앞선 것으로 알려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 위탁생산 계약도 체결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그린 밸런스 2030'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그린 밸런스 2030'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 ‘그린밸런스 2030’ 비전 실천

SK이노베이션은 ‘그린 밸런스(Green Balance) 2030’을 비전으로 설정했다. 그린 밸런스 2030(Green Balance 2030)은 경영 활동에서 환경 관련 부정적 영향은 줄이고 긍정적인 영향은 늘려서 조화를 맞추는 것이다.

SK 관계자는 “석유화학 기업의 한계인 환경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사업 모델 전환을 강력히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사업 투자 확대에 그치지 않고 배터리 생산부터 수리, 재활용까지 생각하는 가치 사슬을 만들어 전기 운송수단 솔루션 제공자로 성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앞으로 이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과 연계해 SK이노베이션을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시켜 나간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SK이노베이션은 폐플라스틱을 분해해서 원료를 뽑아내 정유, 석유화학 공정에 다시 투입해 플라스틱 원료로 만드는 혁신적인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SK(주), 사회적 가치 기반 경영 시스템 세계적 수준 강화

SK(주)는 올해 이해관계자들이 원하고 인정하는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ESG 이행 등 SV기반 경영 시스템을 세계적 수준으로 강화하고 결과를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다.

특히 SK(주) C&C는 온실가스 저감 등의 환경문제와 사회 안전망 인프라 혁신, 동반성장을 주요 혁신 영역으로 선정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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