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사 합의 결렬에 25일 부분 파업 돌입
현대로템·현대위아 등 계열사 연쇄파업 가능성↑
정의선, 노조 등 소통경영 강조에도 성과는 미흡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7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1회 수소경제위원회'로 이동 중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용수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7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1회 수소경제위원회'로 이동 중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노동조합을 존중하는 등 소통경영에 나섰으나 그룹 계열사인 기아차 노조가 결국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노조의 반발 속에서 정의선 회장의 경영 행보가 시험대에 올랐다.

기아차 노조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4시간씩 단축 근무하는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앞서 기아차 노조는 당초 전날부터 예정됐던 부분 파업을 하루 유보하고 사측과 14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교섭이 또다시 결렬되면서 결국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결정 사항대로 부분 파업을 하기로 했다.

기아차 노조는 임금과 성과급, 단체협약에 관한 사측의 추가 제시안이 없었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기존 공장 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등의 고용안정 방안, 정년 연장, 잔업 30분 임금 보전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기아차 노조의 9년 연속 파업이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임단협에서 성과를 못내면서 파업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2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92%의 찬성으로 파업권을 확보했고, 현대위아도 지난달 3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0%의 찬성률을 기록해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현대제철도 임단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현대차 그룹 계열사의 연쇄 파업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현대차 노조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나서 노조와 직접 대화를 나누며 협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 공영운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 공영운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30일 현대차그룹 총수로는 19년 만이자, 회장 취임 보름 만에 현대차 노조와 오찬을 함께 하며 노사 관계 안정과 노사간 단체협약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이후로 구체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정의선 회장은 당시 오찬에서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며 "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합심해 새롭게 해보자"고 당부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과 정의선 회장의 일방통행적 모습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 15곳은 지난 23일 그룹계열사 공동성명을 내고 ‘양재동 가이드라인’으로 불리는 계열사 노사 관계의 수직화와 통제를 비난했다. 성명에 함께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로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케피코, 현대로템, 현대모비스,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위아, 현대IHL, 현대엠시트, 현대제철, 현대트랜시스, 현대종합특수강 노조 등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현대차그룹이 2019년 그룹 매출액 280조원, 세계 누적자동차 판매량 1억1000만대를 기록했다”면서 “그러나 각 계열사 노사관계는 성숙하지 못해 일방통행으로 인한 정체를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재동 가이드라인’이라고 불리는 계열사 노사관계의 수직화와 통제는 노사간 자율교섭이라는 대원칙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훼손한다”며 “노조의 자주성을 인정하지 않는 ‘기획노무’는 정당한 조합활동에 대한 탄압으로 현대차그룹의 노사관계를 얼어붙은 상태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총수의 교체가 회장의 이름만 바뀌는 게 아니라 그룹의 고질적인 관행과 노사관계의 경직이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노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그 바탕 위에 계열사의 자율 교섭, 노동 존중, 경영 투명성이 현대차그룹에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의선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수평적 소통과 자율성에 기반한 기업 체질 개선을 위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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