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은행이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국내 1, 2위를 합친 '글로벌 톱 10'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을 추진하는 것이다.16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국내 1, 2위를 합친 '글로벌 톱 10'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을 추진하는 것이다.16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위해 대한항공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방안을 두고 한진칼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꾸린 KCGI가 법정에서 날선 공방을 벌여 관심이 모아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이승련)는 25일 KCGI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 등이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날 변론에 나선 KCGI 측은 "신주 발행은 산업은행의 의도와 무관하다"면서 "조원태의 경영권 방어가 주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영권 분쟁의 한복판에 있는 회사 경영진이 이러한 중대한 결정을 주주를 완전히 배제하고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가 이 사건의 법적 본질"이라고 했다.

아울러 "신주 발행 중단이 곧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좌절이라는 주장은 증명될 수 없는 허구"라며 "위법을 시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통합을) 준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KCGI는 또 "재벌 회장 일가의 지위 보전 목적에 휘둘리지 않고 상법이 정한 대로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기회를 꼭 주시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한진칼 측은 "이 사건의 딜 구조 자체가 우리 제안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면서 "산업은행의 제안으로 고민 끝에 회사 자체 존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경영상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산은은 백기사가 아니라 경영진의 경영성과 약속 이행을 감시하는 경영 감독자"라며 "경영권 분쟁으로 신주 발행을 할 수 없다면 오히려 일부 주주의 이익만 과도하게 보장한 게 아닌지 살펴봐 달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으로 신주 발행 목적의 정당성, 신주 발행의 대안이 존재하는지 여부 등을 들었다. 아울러 한진칼 측에 대안적 거래 방식이 논의된 인수 발표 전 검토자료 등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여기서 질문하거나 자료를 요구한 게 어떤 메시지를 가진 것은 아니다"고 단서 조항을 달았다.

다음달 2일이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인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다음달 1일까지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KCGI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된다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백지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양측은 이번 사안의 적법성을 따지며 명분 쌓기에 돌입한 양상이다.

한진그룹은 24일 입장문을 통해 "(KCGI의)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될 경우 그로 인한 항공산업의 피해, 일자리 문제 등의 책임은 모두 KCGI에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간 KCGI에서 모범사례로 제시한 일본항공 회생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항공의 경우와 같은 고통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일본항공은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체 인력의 34%에 해당하는 1만6천여명의 인력을 대량 해고했다.

한진그룹은 그 전날에도 "한진칼의 3자배정 유상증자는 '경영상 목적'에 부합하는 적법 절차"라며 "항공산업 재편을 통해 일자리를 보전하려는 노력이 사적 이익 극대화를 위해 투자하는 '외부 투기 세력'의 주장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상법과 한진칼의 정관도 '적법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산은도 지난 16일과 1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연 데 이어 전날도 보도자료 내고 한진그룹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한진칼에 직접 주주로서 참여해 구조 개편 작업의 성공적 이행 지원과 건전·윤리 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필요가 있으며 현 계열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는 주장이었다.

KCGI 역시 같은 날 '산업은행과 조원태 회장이 해명해야 할 7대 의문'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가처분 인용시에도 대출, 의결권 없는 우선주 발행, 자산매각,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실권주 일반공모)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항공업 재편 계획을 추진할 수 있다"며 "(산은과 조원태 회장이) 가능한 대안들을 여러 핑계로 무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산업은행과 조원태 회장의 이익만을 위해 아시아나 항공 추가 부실에 대한 아무런 실사 없이 1조8천억원에 인수계약을 하고, 10여 일 만에 자금을 집행하는 것이야말로 납세자인 국민과 대한항공 주주와 한진칼 주주, 소비자 모두를 희생시키는 '투기자본행위'"라고 강조했다.

KCGI는 가처분 신청과 별도로 한진칼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도 청구한 상태다. 지난 3월 주총에 이어 이번에도 김신배 전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 주총에서 KCGI를 포함한 '3자 연합'의 손을 들어줬던 한진칼 소액주주 연대도 성명을 통해 "한진칼 경영진이 최악의 부실기업 인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향후 공멸의 길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제대로 된 기업 실사 한번 하지 않은 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논의 중단과 임시주총 개최 등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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